아이들이 물은 현대미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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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의 인터뷰展 – Art Camp 리뷰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아람미술관이 살짝 시끌벅적해졌다. 현재 진행 중인 ‘100인의 인터뷰’展 전시장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작품 앞에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너도나도 번쩍 손을 들어 대답했다.

특별교육프로그램 Art Camp는 ‘100인의 인터뷰’展과 연계되어 이루어졌다. 전시는 지난 2017년 고양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시민중심 예술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00인의 시민이 현대미술의 의미를 묻고 이에 현대 예술가들이 각자의 작품과 연결 지어 답변을 내놓은 자리이다. 이곳에서 Art Camp에 참여해 전시를 찾아온 아이들은 작가가 없는 현장에서 현대미술에 궁금증을 품고 작품을 통해 답을 찾아가야한다.

왜 그렇게 했어요?”는 아이들이 작품 앞에서 가장 처음에 했던 단순한 질문이다. 이를 선생님은 잘게 쪼개어 되물었고 아이들이 스스로 작품에서 답변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작품에서 표면적으로 무엇이 보이는지, 작품이 연상케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재료를 왜 사용했는지, 작품은 왜 큰지 혹은 작은지 등 여러 질문들 속에서 아이들은 작품을 더욱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다채롭고 개성 있는 답변들로 작품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작가의 작업과정을 쫓아 자신의 작품을 완성해보며 전시에서 찾은 답변을 한층 더 심도 있게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 아이들은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선생님의 손을 전시장 쪽으로 끌었다. 2회 차 수업 때 본 작가 최선의 <금> 작품을 다시 확인하러 가야한다고 말했다. 사람 사이에 그어진 금이 없어지길 바라며 나프탈렌으로 그려진 작품은 시간이 흐르면 점차 색이 옅어진다. 아이들은 이제 작가의 의도를 확인하고 작품의 변화를 살피러 스스로 전시장에 들어간다. 이처럼 특별교육프로그램 Art Camp가 어떻게 아이들과 현대미술 사이의 거리감을 좁혔는지 그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해보고자 한다.

겨울방학 특별교육프로그램
<Art Camp>

1회 차 <사운드 아트> · 작가 김준 : 소리를 채집하다

Art Camp는 회차마다 지정된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도슨트와 함께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보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1회 차에서 아이들은 작가 김준의 작품을 통해 사운드 아트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소리 채집통’을 만들어 보았다.

작가 김준은 사회의 각종 현상들을 소리로 채집하고 아카이빙하여 작품을 통해 공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장에서는 아이들과 먼저 작품 하나하나의 소리에 집중하고 어떤 소리인지 함께 추측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작품이 제공하는 소리와 이미지를 연결지어보았다. 아이들은 <굳어진 조각들>에서 땅의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지층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암석을 관찰하며 실제로는 볼 수 없는 땅의 움직임을 상상했다. 거대한 물탱크를 그대로 미술관 안에 옮겨온 작품 <플리센>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오늘날 보기 힘든 물탱크의 역할을 알아보고 시대에 잊히며 쉽게 지나쳐 버리는 존재를 소리로 알아보았다. 아이들은 시각에서 벗어나 청각으로 대상에 다가섰다.

‘소리 채집통’만들기에서 아이들은 요리를 하듯 재료를 골라 자신만의 레시피를 구상하고 소리를 제작했다. 구슬, 방울, 클립 등과 함께 준비해온 자신의 물건을 함께 원통에 넣었다. 자신이 만든 소리를 ‘둥둥 묵직한 소리’, ‘찰찰찰’, ‘파도 소리’ 같이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원통에 그림으로 꾸몄다. 그리고 원통에서 나는 소리와 원통 밖에 그린 그림을 함께 연결 지어 설명하며 각자의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2회 차 <아트 인사이드> · 작가 최선 : 다르게 보는 눈

2회 차는 작가 최선의 작품을 관람한 후, 캔버스에 그리는 ‘나의 여행’을 제작했다. 최선 작가는 통념적인 미의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가 다루는 대상을 흔히 ‘더럽다’, ‘추하다’ 여기지만 그의 작품은 표면적으로 아름답다. 아이들은 관람 전에 아름다운 것과 못난 것이 무엇이 있나 질문을 받았다. 아름다운 것에 대해서는 꽃, 음악, 엄마, 하늘 등을, 못난 것에는 쓰레기, 벌레, 먼지 등과 같은 답을 했다. 자연스럽게 작품을 보며 무엇을 보고 그린걸까 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개나리>에서 불꽃과 별, <멍든 침>은 빗방울, 물감, <금>은 하얀 나무, 실 등을 떠올렸다. 하지만 <개나리>는 타인의 토사물을, <멍든 침>은 길에 뱉은 침을 그리고 <금>은 사람들 사이에 그어진 금을 나프탈렌으로 그려 놓은 것이라 사실을 밝히고 다시 작품을 보았다. 대상을 우리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 보고 대상이 작품에서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여행’만들기에서 아이들은 자신과 많은 길을 함께 걸어 온 신발의 바닥을 박스 테이프로 본뜨고 이를 캔버스 위에 새롭게 꾸몄다. 테이프에 붙어 나온 이물질을 단순히 더러운 먼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여행길에서 묻어온 것으로 보고 자세하게 관찰했다. 본뜬 부분을 크게 확대하거나 신발을 신고 다녀온 곳을 회상하며 색을 선택하는 등 본래의 색과 의미에서 벗어나 미술작품으로 만들었다.

3회 차 <아트 체인지> · 작가 장지아 : 비밀을 풀다

3회 차 수업은 캔버스에서 벗어나 가죽에 작업한 작가 장지아의 작품을 관람하고 암호로 꾸며보는 ‘비밀 일기’를 만들었다. 장지아는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금기와 고정관념에 대해 도발적이고 비판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가죽 드로잉 작업은 본인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들을 확인하고 들춰내어 기록한 것이다. 두꺼운 가죽에 내용을 새기기 위해서 들인 오랜 시간과 노력은 숨겨온 비밀을 힘겹게 드러내는 ‘고백’의 행위와 닮아있다. 한 대상을 혹은 구체적인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비밀을 암호처럼 부분만 그려낸 작품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 다양하게 의견을 말하며 추측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비밀을 밝히는 게 더 힘든 것처럼 비밀을 캔버스와 종이가 아닌 가죽에 인두와 사포로 힘들게 작업해야한다는 점이 닮아 있음을 이해했다.

‘비밀 일기’만들기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비밀을 캔버스에 그림일기처럼 그리는데, 누군가 알아보지 못하게 자신만의 암호를 정하여 표현하거나 색종이로 덮개를 만들어 내용을 가렸다. 평범하게 글로 작성하는 일기가 아닌 본인이 개발한 새로운 언어로 비밀을 포현했고 실재하는 대상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장면으로 구상하고 평면에 구현해냈다.

4회 차 <아트 콜라보레이션> · 작가 안규철 : 함께 하다

4회차 수업은 작가 안규철의 작품에 참여해보며 전시를 관람하고 Art Camp에 참여하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완성하는 ‘릴레이 모빌’을 만들었다. 안규철은 작품의 외형보다 작업에 동원하는 생각에 더 중점을 둔다. 일상에서 쓰는 물건에 현대 사회에 대한 고민, 인간관계와 상실 같은 철학적 개념들을 내포한다. 화분, 스웨터, 메모지 그 자체보다 내포된 생각의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로 작품이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또한 작품은 실제로 관객이 작품에 참여하고 그들 스스로가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아이들은 전시장에 작품으로 있는 친숙한 사물들을 발견한다. 지난 회차에서 만나본 작품과 달리 일상에서 이미 보아왔던 재료들이다. 작품 <두 벌의 스웨터>에서 아이들은 이미 완벽한 두 스웨터를 다시 풀어서 새로 뜨개질하는 행위의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질문을 받는다. 흰 색과 까만색의 스웨터가 있어 ‘천사와 악마’,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이라는 답변과 ‘새로운 것을 만든다.’, ‘서로 다른 두 개를 섞는다.’ 등에 답변이 오갔다. <기억의 벽>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소중한 것을 배치된 메모지에 적어 벽에 걸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작품에 참여하여 벽이 채워지는 과정을 확인했다. 이처럼 전시장에서 이루어진 작품에 대한 모든 이야기와 행동이 작가와 함께 작품을 완성하고 있음을 이해했다.

‘릴레이 모빌’ 만들기에서는 3칸의 모빌을 만드는데, 첫 칸은 본인이 자신의 사진과 함께 한 가지 주제를 정하여 꾸미고 남은 두 칸은 다른 친구들이 이어 꾸며서 완성하는 작품이다. 아이들은 친구가 첫 칸에서 정한 주제와 연관 지어 칸을 꾸며주었다. 서로의 작품에 참여하기 위해 주제에 대해 자세히 질문하거나 좋아하는 색, 원하는 재료를 물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글. 김민선(전시사업팀 에듀케이터)

시민중심 예술 활성화 프로젝트
‘100인의 인터뷰

기 간  12.16(토) ~ 2018.3.25(일)

시 간  화~일 10:00am~6:00pm / 월요일 휴관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입장료  일반 5천원, 청소년(24세 이하) 및 어린이 4천원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참여작가  김준, 안규철, 옥인 콜렉티브, 이진준, 장지아, 최선, 카초 팔콘, 홍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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