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총천연색으로 피어난 꽃들과 잎새들이 지치고 심드렁한 이 도시의 출근객을 봄을 찾아 유랑하는 낭만의 상춘객으로 변하게 한다. 형형색색의 색깔이 만들어내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는 탓이다. 그 옛날 선비들이 산으로 강가로 풍류를 찾아 떠돌았다는 이야기를 곱씹으며, 잠시 그런 선비라도 된 양 천천히 걸음을 늦추고 주위를 둘러보며 봄이면 생각나는 노래를 흥얼거려 보기도 한다. 출근길이지만 화창한 꽃과 따스한 바람 덕분인지 소소하게나마 행복한 기분이 든다.
점심시간, 잠시 주변을 산책하며 병아리색 옷을 입고 봄 소풍을 가는 유치원생 아이들을 본다. 두서너 명씩 손을 잡고 선생님을 따라 아장아장 걸어가는 그 모습이 어찌나 올망졸망한지, 이 아이들이 마치 움직이는 새싹 같아서 생동한다는 말이 절로 생각이 난다. 영화감독이 되어 봄이라는 주제로 미장센을 표현한다면, 이 풍경을 그대로 담으면 좋겠단 우스운 생각에도 잠시 잠겨본다. 봄의 아이들은 그 어떤 예술 작품도 비견할 수 없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퇴근길, 평소 내리던 지하철역이 아닌 조금 더 걸어야 되는 곳에서 내린다. 동네 주변에 있는 개천가를 걸어서 지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천가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 잎이 군데군데 흩날려 있는 풍경을 보며 잠시 벤치에 앉는다. 노을이 저무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소소한 꽃놀이를 즐기기도 하고, 나와 같이 벤치에 앉아 말없이 봄 분위기를 느끼며 앉아 있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순간에 벚꽃 잎을 바라보고 있으니, 한껏 감성이 충전되는 느낌이 든다.
도시인의 봄 풍류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주말에는 게으른 몸을 일으켜 동네 뒷산을 산책해야지. 이 봄은 언제나와 같이 짧게 지나가겠지만, 일상 속 봄 풍류를 즐기며 마음에 깃든 낭만은 새로운 활력이 되어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