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 도시 속의 풍류를 느끼며

송영훈, 그가 보내온 두 번째 러브레터
2018년 3월 30일
세상을 바꿀 새로운 꽃 세상
2018년 3월 31일
32018년 3월 31일
봄은 “우리 파티해요”라고 말하는 자연의 속삭임이다.
Spring is nature’s way of saying, “Let’s party!”


로빈 윌리엄스 Robin williams

출근길, 총천연색으로 피어난 꽃들과 잎새들이 지치고 심드렁한 이 도시의 출근객을 봄을 찾아 유랑하는 낭만의 상춘객으로 변하게 한다. 형형색색의 색깔이 만들어내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는 탓이다. 그 옛날 선비들이 산으로 강가로 풍류를 찾아 떠돌았다는 이야기를 곱씹으며, 잠시 그런 선비라도 된 양 천천히 걸음을 늦추고 주위를 둘러보며 봄이면 생각나는 노래를 흥얼거려 보기도 한다. 출근길이지만 화창한 꽃과 따스한 바람 덕분인지 소소하게나마 행복한 기분이 든다.

점심시간, 잠시 주변을 산책하며 병아리색 옷을 입고 봄 소풍을 가는 유치원생 아이들을 본다. 두서너 명씩 손을 잡고 선생님을 따라 아장아장 걸어가는 그 모습이 어찌나 올망졸망한지, 이 아이들이 마치 움직이는 새싹 같아서 생동한다는 말이 절로 생각이 난다. 영화감독이 되어 봄이라는 주제로 미장센을 표현한다면, 이 풍경을 그대로 담으면 좋겠단 우스운 생각에도 잠시 잠겨본다. 봄의 아이들은 그 어떤 예술 작품도 비견할 수 없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퇴근길, 평소 내리던 지하철역이 아닌 조금 더 걸어야 되는 곳에서 내린다. 동네 주변에 있는 개천가를 걸어서 지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천가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 잎이 군데군데 흩날려 있는 풍경을 보며 잠시 벤치에 앉는다. 노을이 저무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소소한 꽃놀이를 즐기기도 하고, 나와 같이 벤치에 앉아 말없이 봄 분위기를 느끼며 앉아 있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순간에 벚꽃 잎을 바라보고 있으니, 한껏 감성이 충전되는 느낌이 든다.

도시인의 봄 풍류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주말에는 게으른 몸을 일으켜 동네 뒷산을 산책해야지. 이 봄은 언제나와 같이 짧게 지나가겠지만, 일상 속 봄 풍류를 즐기며 마음에 깃든 낭만은 새로운 활력이 되어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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