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놀이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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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Play : 신기한 놀이터>

지난 4월 10일(화) 오후 5시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2018년 아람미술관 첫 기획 전시인 <Happy Play : 신기한 놀이터>展의 오프닝 행사가 개최되었다.

뉴미디어 기술을 통한 체험 놀이를 선보인 리즈닝미디어, 미술관 한가운데 트램펄린을 설치한 박승원 작가, 아이들이 직접 작품을 완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한 박혜린 작가, ‘거인 피자 만들기’를 선보인 창작그룹 아리송, 창작그룹 비기자의 신기한 그림자놀이, 미술관을 주사위 놀이판으로 변신시킨 프로젝트그룹옆[옆], 거대한 구름다리를 설치한 한석경 작가와 전시장 한 켠을 숲으로 탈바꿈한 한석현 작가까지, 시선을 끄는 다채로운 전시물들은 이 날 전시장을 찾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많은 관심이 쏟아졌던 오프닝 행사, 감사 인사를 전한 담당 큐레이터와 한석현 작가의 모습

한편, 놀이와 미술을 접목하여 미술관이란 낯선 공간을 신나는 놀이의 장으로 변신시킨 전시 <Happy Play : 신기한 놀이터>는 6월 24일(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계속된다. [편집자주]

미술관에서 놀이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다


아동기의 놀이들은 후기생활의 떡잎이다.*

– 독일의 교육자이자 유치원의 창시자 프뢰벨(Friedrich Wihelm Augus Fröbel, 1782-1852) –

오늘날 놀이는 그 의미와 중요성이 점차 퇴색 되어가고 있다.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은 학교 또는 유치원과 학원을 오가며 오직 학습에만 몰두하고, 가끔 시간이 나면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혹은 텔레비전에 빠져 살고 있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것만으로도 즐겁던 아이들은 점점 디지털 세계에 빠져 손가락으로 재미를 찾고 있다.

어렸을 때의 놀이는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하는 놀이는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를 배우고, 그 안에 녹아든 규칙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데 지켜야 할 일정한 규범을 인지하고 체득할 수 있게 돕는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John Dewey, 1859~1952)는 놀이 개념의 특징으로 즐거움과 진지함이라고 하였으며, 그는 일관되게 예술과 놀이를 같은 시각에서 다루었다. 이 둘의 공통점을 자발성과 도덕성으로 연결하여 설명하였으며, 놀이가 준수해야 할 규칙들을 포함하고 있듯이 예술도 조화의 도덕성을 내포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렇듯 놀이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우리에게 사회적인 경험에 필요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한다. 아이들에게 놀이가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운동의 창시자 방정환이 1923년 아동권리공약 3장을 발표하면서 아이들의 놀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였고, 그의 노력으로 같은 해 어린이날이 선포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또한, 서구에서도 아동의 놀 권리를 1989년 발표된 유엔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CRC) 31조 1항에 “당사국은 휴식이나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다.”라고 명시하였다. ***

<Happy Play : 신기한 놀이터>展에서는 미술관에서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놀이의 개념을 확장시키고자 한다. 놀이를 각자의 스타일대로 미술작품으로 재해석한 8팀의 작가들은, 아이들이 단순히 작품을 만들거나 체험해 보는 것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놀이의 ‘미적 체험’을 통해 창의력을 극대화하고자 하였다. 또한 어른들도 이번 전시를 통해 놀이가 주는 즐거움을 다시금 느끼며, 우리가 잊고 있었던 꿈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8개의 현대미술로 새롭게 태어난 놀이는 다음과 같다.

리즈닝미디어는 놀이 형태의 미디어를 통해 아이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전시에 선보인 <컬러 블록>은 아이들이 색이란 무엇인지를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해준다. 바닥에는 4가지 색(빨강, 노랑, 파랑, 초록)의 다양한 모양의 블록들이 깔려있다. 블록을 움직이면 그 자취를 따라 색으로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이때 색은 어두운 빨간색이 되기도 하고 밝은 분홍빛을 띠기도 하는데, 참여자는 놀이를 할수록 색이 단순히 한 가지 색으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으로 표현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단순해 보이는 이 작업은 딥러닝 기술에 의해 컴퓨터가 스스로 어떠한 색이 빨강이고 노랑이고 파랑이고 초록인지를 끊임없이 학습해나간다. 동시에 참여자 또한 그 색의 범위를 인식하게 된다.

박승원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행위나 생각들을 무너뜨린다. 미술관은 조용해야 하고 뛰어다녀서는 안 되는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을, 그는 전시장 한가운데에 트램펄린을 설치하여 뛰어노는 공간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전복시켜 버린다. 트램펄린을 뛰며 발생하는 소리는 천장의 마이크를 통해 미술관 전체에 울리게 된다. 작가는 관객이 기존의 질서를 뒤엎어버리려는 레지스탕스의 일원이 되기를, 규칙과 규범, 관습으로 인해 스스로가 만든 벽을 이 트램펄린 위에서 부숴버리기를 바란다. 틀에 갇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면, 일상에서 잠시 탈출해 박승원 작가의 작품에 참여하여 우리가 어렸을 적 느꼈던 즐거움과 행복함을 마음껏 누려보기를 바란다.

박혜린 작가의 <My small garden>은 아이들의 참여로 작품이 점차 완성되어 간다. 다양한 크기의 책상과 전시대가 전시장을 가득히 메우고 있고, 그 주변에는 아이들이 직접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 깔려있다. 테이블 위에 간혹 작가가 약간의 힌트를 제공하려는 듯 작가가 직접 만든 오브제들이 올려져있다. 이 오브제들을 보고 아이들은 책상에 앉아 자신만의 작품을 만든다. 만들어진 작품은 테이블이나 전시대에 올려놓기도 하고, 일부는 벽에 붙여놓기도 한다. 아이들의 작품으로 공간이 가득 차게 되면, 아이들만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계가 펼쳐지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존재의 본질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줄곧 전달해왔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우리는 어렸을 때의 상상력을 잃고 획일화된 사고만을 하게 된다.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무한한 아이디어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이를 그들만의 작품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아리송의 작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것들을 크게 확대하기도 하고, 직접 느낄 수 있게 하면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적 물건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의 이번 신작은 윌리엄 스타이그의 <아빠랑 함께 피자 놀이를>라는 동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피자라는 소재를 한손에 잡을 수 없는 매우 큰 크기로 확장하였는데, 관람객이 직접 피자판 위를 걸어 다니며 원하는 위치에 오브제를 올려놓아 피자를 완성시킨다. 완성된 피자는 프린트를 통해 구워져 참여자가 자신이 만든 피자를 가져갈 수 있다. 관람자가 행위를 하면, 이는 카메라를 통해 관찰되고, 관찰된 모습을 프린터를 통해 관람자가 확인 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우리가 피자를 만들어 굽듯 이루어진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관람객이 탐험하듯 즐기고, 무엇이든 실험해보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산하기를 바란다.

비기자의 방으로 들어가면 그림자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어두운 방에서 조명을 하나 키고 손으로 토끼와 늑대를 만들며 그림자 극장 놀이를 해봤을 것이다. 비기자는 어렸을 적 우리의 추억을 전시장 안으로 소환한다. 벽을 채우는 화면 속에는 다채로운 상상도 넘쳐난다. 그리고 관람객이 만든 그림자는 조명이 잠시 꺼진 사이 형광물질에 의해 빛을 뿜어낸다. 다시 조명이 들어오면 이는 사라지고 형형색색의 그림자들만 전시장 안을 가득 메우게 되며 관람객은 마치 꿈속을 유영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프로젝트그룹옆[]은 라인 테이프 선으로 2차원 공간을 3차원으로 확장시킨다. <플레이 아트 게임은> 공간 전체를 하나의 보드게임 방으로 꾸민다. 어렸을 적 우리가 모험을 떠나는 상상을 하듯, 벽면에는 톰 소여가 바로 모험을 시작할 듯한 오두막과, 꿈의 나라가 펼쳐질 성이 저 멀리 우뚝 서 있고, 또 다른 곳에는 항해를 이제 막 시작하려 하는 배가 솟아올라있다. 시작점에 선 관객은 주사위를 굴려 나오는 숫자만큼 말을 옮겨가며 모험을 떠나게 된다. 주사위를 던지는 순간 상상의 나라로 빠져들게 되며, 우리가 꿈꾸던 유토피아를 향해 다가간다. 프로젝트그룹옆[엽]이 안내하는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떠나보자.

한석경은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공간과 사람, 물질과 비물질 등 우리의 삶 속에서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는다.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관람객이 구름다리 위를 건너면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두 개의 산 정상은 다리로 이어져있고, 계단을 올라가 첫 번째 산에서 풍경을 바라보고, 다리를 건넌 후 뒤를 돌아 두 번째 산에서 풍경을 바라본다. 이때 관람객의 시선은 움직이는 대로 변화하게 되며, 나의 위치, 보이는 광경은 계속 바뀌게 된다. 이는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같아 보인다. 앞만 보며 나아갔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내 삶의 모습들이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다른 모습으로 펼쳐져 있기도 한 것처럼. 그렇지만 과거가 변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한 것일 테다. 작가는 마지막에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어떤 곳을 지나쳐온 것일까?”라고.

한석현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을 미술관 안으로 불러온다. 우리 곁에 언제나 함께하는 나무는 깨끗한 공기를 선사하고, 더운 여름에는 그늘 막이 되어 주고, 겨울에는 장작으로 활활 타올라 따뜻함을 선사한다. 작가는 우리와 나무는 삶을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무는 자연의 풍파에 쓰러지기도 하고, 여러 이유로 베어지기도 한다. 작가는 잘린 나무를 다시 모아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나무토막을 하나하나 다시 이어 <연리지>를 만들었다. 서로 다른 나무로 이어진 <연리지>는 서로 다른 향과 질감이 한데 엉겨 미술관을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관람객은 나무를 살포시 만져보며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이 공간에서만큼은 회색빛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자연의 삶에 빠져들어 보자.

이렇게 8팀의 놀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인식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점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져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아이들이 신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아람미술관에서 선보이게 되었다. 본 전시를 통해 어린이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어른에게는 우리가 잊고 있던 어린 시절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글. 김유미(고양문화재단 큐레이터)

* Froebel, F. W. A, Education of man, translated by W. N. Hailmann, New York: D. Appleton and Company, 1986, p. 67. (서현숙, 놀이 개념의 분석과 교육적 가치, 계명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박사논문, 2007, p. 69에서 재인용)
** 서현숙, 놀이 개념의 분석과 교육적 가치, 계명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박사논문, 2007, pp.72-79 참고
*** 황경옥, 한국아동의 놀권리 현주소와 대안, 사단법인 유니세프한국위원회, 2014, p. 9. 참고

<Happy Play : 신기한 놀이터>展

기 간  4.11(수) ~ 6.24(일)

시 간  10:00am~6:00pm / 매주 월요일 휴관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입장료  어린이 8천원, 청소년 4천원, 성인 3천원

참여작가  리즈닝미디어, 박승원, 박혜린, 비기자, 아리송, 프로젝트그룹옆[엽], 한석경, 한석현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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