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 최고 스타들이 선보일 꿈 같은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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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재 오닐 & 임동혁 황금듀오 콘서트

타고난 재능을 통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음악가들도 평소의 모습이나 성격에서 이들이 정말 하늘이 내린 천직을 가졌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다. 음악가의 분야도 끝도 없이 다양한데, 각자의 영역과 일의 내용에 따라 그 성격이나 느껴지는 풍모가 그에 걸맞게 나뉜다는 것도 재미있다. 예를 들어 연주자의 성격, 작곡가의 성격, 이론가의 성격이 모두 다르고, 연주자들 중에도 악기 전공자와 성악 전공자의 취향이나 스타일이 너무 달라 확연한 구분이 가능할 정도다. 이런 현상은 음악가로 성장하며 후천적으로 자신의 영역에 몰입해 자연스레 생긴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향하는 목표점이나 활동상에 대한 범위 설정 등이 차이를 보이는 결정적인 이유가 아닌가 싶다.

용재 오닐과 임동혁의 만남이 2012년 최초로 성사된 기적 같은 앙상블 이후 화제의 중심에 늘 머물러있는 것도 비슷한 듯, 대조적인 면이 많은 스타 뮤지션의 절묘한 접점 때문일 것이다. 화려한 솔리스트이자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비올라와 피아노라는 악기 둘의 차이만큼 그들의 기질과 성향 속에는 상반된 특징도 많이 발견된다.

음악가로서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용재 오닐

피터팬의 모습을 닮은 용재 오닐도 어느새 40대에 들어섰다. 동안 외모 때문에 놀라는 팬들도 많겠지만, 사실 그의 행보는 조금이라도 더 넓은 분야를 탐닉하기 위해 늘 큰 걸음이었고 이를 위해 어린 시절부터 힘들고 부담스러운 리더 자리를 기꺼이 맡는 어른스러움을 보여 왔다.

오케스트라건 실내악이건 늘 가운데 음역을 연주하는 악기의 특성 때문에 다양한 앙상블과 레퍼토리 개발에 힘쓸 수밖에 없는 비올리스트들이지만, 앙상블 디토와 디토 페스티벌 음악감독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을 지향하고 동시에 비올라의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는 실험 정신에 가득 찬 그의 노력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차분한 서정성과 따스함을 지닌 비올라의 음색을 발휘할 수 있는 소품과 대중적인 레퍼토리부터 시작해 디토와 함께 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성악예술의 아름다움에 도전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바이올린과의 음색 대결을 추구한 최근의 신보 ‘DUO’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반작업과 연주 무대에서의 종횡무진은 자신의 어깨에 올려 진 악기 비올라에 대한 애정이 무한대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아울러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함께 하는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꾸미고 유니세프, 대한적십자사 등의 홍보대사로 음악가로서의 사회적 책무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자세는 용재 오닐이 상상하는 음악가로서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 공간을 향해 ‘확대’ 되고 있는지 짐작하게 해 준다.

불가능이란 없어 보이는 만능의 ‘황금 손’, 임동혁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임동혁을 가르쳤던 레프 나우모프 교수는 그의 손을 가리켜 ‘황금 손’ 이라고 평했는데, 이보다 임동혁을 정확히 표현한 단어는 찾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제 30대 중반에 살짝 들어섰지만 임동혁의 입지는 이미 세계 탑 클래스에서 확고하다. 부조니, 롱 티보, 퀸 엘리자베스, 차이콥스키, 쇼팽… 이 세계적인 콩쿠르들 중 하나에만 입상해도 공인받는 실력의 피아니스트가 되는 바, 그는 이 모든 대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이 새긴 음악가다.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절대적인 신뢰 아래 유럽 최고의 페스티벌 무대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내놓는 음반들마다 디아파종 상, 쇼크 상 등을 받으며 깔끔한 서정성과 테크닉으로 완성도 높은 21세기 피아니스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입상 경력과 지금껏 이어 온 그의 활동은 분명 불가능이 없는 만능의 연주자로서의 면모를 나타내지만,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교류, 스스로 얻은 인생 경험과 연륜으로 성숙기를 맞은 그의 최근 모습은 스스로 가장 편안히 느끼고 자연스러운 표현을 하기에 적합한 레퍼토리를 재탐색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30대를 맞이하며 내놓은 쇼팽의 전주곡집 앨범이 그랬고, 올해 이루어진 슈베르트의 독주회가 또 그러했다. 늘 자신 있고 가까운 존재로 신뢰하는 슈베르트와 쇼팽, 두 작곡가를 거울삼아 자신의 입지를 꼼꼼히 다지는 그의 노력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집중’ 이 보인다.

다른 듯, 닮은 듯 걸어온 두 사람의 특별한 듀오 무대

‘확대’ 와 ‘집중’.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다 맞닥뜨린 것 같은 6월의 만남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음악회의 시작은 요즘 슈베르트가 화두인 임동혁의 즉흥곡이다. 화사한 꽃망울이 가득 담겨진 새초롬한 꽃다발 같았던 그의 슈베르트 리사이틀의 연장선상으로, 특별히 이번에 무대에 올릴 즉흥곡 작품 90의 1은 임동혁의 데뷔 음반에도 실렸던 시그너쳐 레퍼토리이기도 해 더욱 기대가 크다. 이어지는 브람스의 비올라 소나타 작품 120-2는 용재 오닐 뿐만 아니라 모든 비올리스트에게 거대한 산이자 연주 인생의 현주소를 확인받을 수 있는 리트머스 용지 같은 난곡이다. 노년의 브람스가 넉넉히 담아 낸 정열과 서정성, 달관을 용재 오닐의 부드러운 에너지가 어떤 모습으로 풀어낼지가 관심사다.

후반부의 프로그램은 원래 첼로를 위한 베토벤의 작품들로서, 원곡을 비올라로 바꿔 해석해야 하는 용재 오닐에게도, 피아노가 주도권을 지닌 고전파 앙상블을 책임져야 하는 임동혁에게도 큰 도전이 될 듯하다. 베토벤이 남긴 첼로 변주곡 세 곡 중 하나인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중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일곱 개의 변주를 통해 절제된 앙상블과 낙천적이고 즐거운 감성을 그리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창작 중기의 원숙함과 두 악기의 이상적인 조합을 보여주는 첼로 소나타 3번 A장조는 베토벤의 실내악 중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날의 메인 이벤트다. 한 치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긴밀한 호흡과 섬세한 뉘앙스 조절, 노련한 다이내믹의 표출이 필요한 대곡에 빠져들 두 젊은 대가를 상상하니 벌써부터 흥분되는 마음이다.

 

글. 김주영(피아니스트)

용재 오닐 & 임동혁 황금듀오 콘서트

일 시  6. 1(금) 8:00pm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 홀)

입장료  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대 상  초등학생 이상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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