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낭만파 거장의 음악으로 물들다

혁명의 시기, 그 시대 예술의 운명
2018년 6월 21일
2018 문화가 있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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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교향악단 2018 마스터피스 시리즈 Ⅰ

음악사에서 고전과 낭만은 베토벤에서 이루어진다. 즉 베토벤 후기 작품은 자연스럽게 낭만적 성향을 띤다. 그 베토벤은 1827년에 세상을 떠났다. 바그너는 1813년에, 브루크너는 1824년에 태어나 짧은 생을 베토벤과 호흡을 같이 했다. 바그너 창작의 주 장르는 오페라고 브루크너는 교향곡이다. 바그너는 이태리의 멜로드라마에서 바그너적인 뮤직 드라마의 완성자고 브루크너는 독일·오스트리아 교향곡의 계승자다. 바그너가 오페라 대본과 작곡을 직접 써서 이태리의 전통을 넘어 대 편성의 관현악으로 악극(뮤직드라마)을 이뤘다면 이 위대함은 브루크너나 말러 교향곡의 장대한 음악으로 탄생한다.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은 후기에 음악적으로 완성된 형태의 편성이고 이미 시대의 정점을 향해가고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의 서구적 전통을 잇는 작곡가고 러시아 로맨티시즘의 완성자다. 그 음악은 브루크너나 말러의 음악을 수직적인 수평에서 평면적인 수평으로 바꾼 작곡가다. 즉 구축적 음악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발전시키고 전개한 음악으로 감성이 지배하는 러시아의 낭만을 이루고 있다.

노도 광풍과도 같은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 3발키리의 기행

독일 작곡가 R. 바그너는 이태리 오페라 개혁을 부르짖고 독일만의 오페라를 추구한 Ch. W. 글룩 이후 약 2백년이 지나서 전형적인 독일 오페라를 완성한다. 그 작품이 전야제와 3일 동안 공연되는 4부작 악극 ‘니벨룽겐의 반지’다. 그 중 두 번째, 즉 전야제 지나 공연하는 첫 작품이 ‘발퀴레’(영어 표기는 발퀴리)다.

하늘과 땅을 지배하는 보탄이 지상에 내려와 불륜으로 만난 여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남매는 어릴 때 헤어져 서로를 모른다. 그 남매인 지크문트와 지클린데의 사랑이야기로 서정성과 관능성을 지니고 있다. 반지 사이클을 흐르는 인간적인 흥미가 여기서 시작된다. “발퀴레의 기행”은 3막 도입부의 관현악으로 연주되는 부분을 말한다. 본래 “발퀴레”는 북구의 신 오딘의 12시녀를 일컫는데 전사한 영웅들의 영혼을 올림퍼스, 즉 발할라로 안내하는 여신이다. 이 여신들을 바그너는 하늘과 땅을 지배하는 보탄의 딸들로 분해서 그를 위한 일을 수행케 한다. 보탄이 가장 사랑하는 첫째 딸 브뤼힐데는 하늘을 나는 천마를 가지고 있다. 그 천마에 8명의 동생들을 태우고 자신의 이복동생인 지그문트를 죽이라는 보탄의 명령을 어기고 산중으로 피하는 내용이 바로 “발퀴레의 기행”이다. 보조적인 현악기를 배경으로 관악기들이 연주하는 노도 광풍과 같은 “발퀴레”의 질주를 묘사하고 있다.


[R. Wagner – Ride of the Valkyries]

독자적이면서도 고고한 낭만성을 지닌 라흐마니노프

귀족 가문 출신의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 로맨티시즘의 정수를 보여준 작곡가다. 그의 러시아적 로맨틱은 선이 굵고 진하며 유연하게 전개된다. 그는 20세기 전후 시기의 비르투오소*로 손꼽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의 피아노곡은 자신의 탁월한 그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썼다. 특히 피아노 협주곡에는 장대함과 당당함이 넘친다.

라흐마니노프는 그 자신의 음악을 녹음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그 녹음기록에는 여유롭고 내면의 음악적 이상이 넘치는 음악성이 고고히 있다. 역사를 넘어 20세기 초 유럽의 경향인 음악미를 중시한 대가의 당당한 풍모가 넘친다. 그의 모든 장르의 작품에서 피아노곡들이 가장 뛰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자신의 능력과 음악을 그대로 담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그 자신이 즐기며 스스럼없이 연주했던 23곡의 전주곡과 4곡의 협주곡이 가장 뛰어나다. 물론 협주곡에는 2번이 가장 많이 연주되고 연장선상에 있는 3번이 뒤를 잇는다.

특히 피아노 협주곡에는 강렬하면서도 풍부한 사색과 내면적 서정이 담겨 있다. 그 농후함은 러시아적인 고유의 색채가 되어 독자적이면서도 고고한 낭만성을 드러낸다. 이런 음악 미의 전통은 A. 루빈스타인에서 차이코프스키로 이어진 모스크바 음악원 학파의 전통양식의 영향이다. 이들은 러시아 국민주의 학파와 달리 서구 음악미를 추구했던 모스크바 학파의 전통으로 그 맥은 베토벤에서 체르니, 리스트를 통해 전해진 독일 피아니즘이기도 하다. 라흐마니노프는 바로 러시아 서구 악파의 정통성을 이어 받은 것이다.

 

20세기 피아노 협주곡 중 최고로 꼽히는 피아노 협주곡 2

라흐마니노프는 4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썼다. 그중 이 2번 협주곡은 선배인 차이콥스키의 협주곡과 함께 가장 많이 연주되고 사랑 받는 곡이다. 특히 20세기에 쓰여 진 작품으로는 최고로 꼽힌다. 음악원 시절부터 피아니스트로 인정을 받은 라흐마니노프는 전문 연주자로도 이미 명성을 얻었다. 이 피아노 협주곡은 그를 일약 세계적인 피아니스와 작곡가로의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런던 필하모니 협회의 의뢰로 협주곡의 작곡을 시작할 무렵 그는 큰 난관에 빠진다. 그를 작곡가에서 벗어나 오페라 지휘자나 피아니스에 전념하게 한 신경 쇠약이다. 그것은 작곡가 글라주노프의 지휘로 초연했던 1번 교향곡의 비판 등에서 얻은 신경 쇠약이 그를 괴롭힌 것이다. 1898년 그는 런던 필하모니 협회의 초청으로 런던으로 가서 지휘자, 피아니스트, 작곡가로 호평을 받고 피아노 협주곡도 의뢰를 받았으나 이 2번 협주곡이었는지는 명확치 않다. 그러나 시기적으로는 1번은 이미 작곡이 되어 4촌인 N. 질로티에게 헌정되었고 그에 의해 연주까지 되었기 때문에 이 협주곡으로 추측될 뿐이다.

1900년 초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모스크바의 명의인 N. 사다르 박사로 부터 암시요법으로 치료해 그해 5월 신경쇠약은 완쾌되어 2번 협주곡을 계속 작곡하여 이듬해 완성되고 초연 되였다. 그러나 이 곡을 런던 필하모니 협회에 기증하지도 않은 걸로 봐서 다른 곡이 아니었나 생각 되지만 이후 작품에서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협주곡은 자신의 신경쇠약을 치료한 N. 달에게 헌정되었다. 풍부한 선율성과 애수를 담은 서정성은 서구적인 낭만을 확대시킨 듯 풍부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

초연은 사촌인 질로티가 지휘하는 모스크바 필과 라흐마니노프 자신의 연주로 이루어졌다.

현대의, 특히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라흐마니노프는 당당함과 때론 열정을 강조한다. 이런 연주법은 시대적 흐름이다.

제 1악장 Moderato in c 2/2 소나타 형식
곡은 피아노 독주로 시작되는데 어둡고 장중한 화음은 종의 울림의 느낌을 준다. 이어 솔로 피아노가 분산화음으로 펼쳐지면서 관현악이 제시하는 낮은 음으로 제 1주제가 나온다. 제2주제는 피아노가 도약 상승하는 것으로 제시된다. 주제의 발전과 펼침의 전개부를 거쳐 비교적 충실한 재현부에 이어 종결부로 끝난다.

제 2악장 Adagio sostenuto in E 4/4 3부 형식
지극히 아름다움이 돋보이는데 라흐마니노프로서 당연히 나타날 수 있는 북구(北歐, 북유럽)적인 선율이 아닌 서구적인 아름다움과 서정성이 충분히 발휘된 악장이다.

제 3악장 Allegro scherzo in C Rondo form
형식적이기 보다 2개의 주제가 반복되는 론도 풍에 가깝다.


[Rachmaninov – Piano Concerto No. 2]

독일 교향곡 전통의 계승자, 브루크너

우리는 독일 작곡가의 3B를 바흐 Bach, 베토벤 Beethoven, 브람스 Brahms로 정의 한다. 그러나 많은 독일인들은 브람스대신 브루크너 Bruckner를 꼽는다. 왜 그럴까? 순수한 음악적 관점에서 봤을 때 브루크너는 독일 교향곡 전통의 계승자로 꼽고 바흐이후 가장 종교적인 작곡가였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풍부한 화성이나 얽히고설킨 폴리포니의 복잡한 구조, 유도 동기 등이 끈질기게 전개되고 펼쳐지는 시간성은 독일·오스트리아 낭만파 음악의 최후의 상징성이 되고 있다. 그의 작품의 장르는 간단해서 미사나 테 데움* 등의 종교 음악, 피아노 독주곡이나 습작과 0번을 포함한 11곡의 교향곡에 집중되어 있는데도 그렇다. 특히 그의 교향곡은 교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탁월한 오르가니스트로 명성을 얻고 오르간음악을 통해 하느님께 갈구한 그 희구가 교향곡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교향곡 연주법은 독특하다. 바로 20세기 초 뮌헨의 S. V. 하우제거가 만들어 놓은 연주법이 그것으로, 독일 오스트리아에서는 절대로 인정한다. 평생을 교회에서 오르가니스트로 산 브루크너의 삶,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오르간의 음향을 근거로 한 주법이다. 즉 관악기를 중심으로 한 어택이 그것으로 소리 내는 순간음의 절대치를 바로 드러내는 주법이다.

그러나 이런 특별함이나 대중적이지 못한 음악은 전문가나 종교적인 삶속에서만 칭송받는 음악이 되었다. 그것은 완벽주의자이며 소심한 그의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브루크너의 악보는 한 작품에 한 악보가 존재하는 게 아니고 여러 판이 있다. 이런 일들은 그의 음악적 이상을 이해하는 제자들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대중이 그의 작품을 더 쉽게 접하길 바라는 제자들인 페르디난드 뢰베와 20세기 초 빈 필을 지휘한 프란츠 샬크와 그의 동생 요셉 샬크 등은 그들 스스로가 개작을 하기도 했고 브루크너에게 직접 개작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사실은 제자들이 스승의 작품이 대중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한 건의였지만 브루크너에게는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브루크너 교향곡은 판본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브루크너 교향곡이 성공을 시작한 것은 7번 교향곡이후 부터였다.

 

브루크너에게 성공과 명성을 안겨준 명작, 교향곡 제 7번
경애하는 바그너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2악장

브루크너 생전은 낭만음악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그는 낭만음악의 표상이 된 표제음악도 쓰지 않았고 당연히 자신의 뒤를 이은 교향곡 작곡가 구스타브 말러와 달리 성악이 포함된 교향곡도 쓰지 않았다. 당시 교향시(交響詩, Symphonic poem)는 리스트에 의해 크게 유행한 음악이었지만 브루크너는 이 역시 쓰지 않았다. 또, 당시엔 그의 교향곡은 대중적 인지도가 없어 출판되는 일도 극히 드물었는데, 이런 완벽하고 순수한 예술적 사고와 요인들이 그의 작품을 개정과 재개정의 과정을 거치는 연속이 되었을 수도 있다.

1881년 9월 작곡에 착수한 7번 교향곡은 2년 뒤인 83년 9월에 완성 되었다. 특히 83년 2월에는 그가 경애하는 바그너를 방문하고 그가 곧 세상을 떠날 것 같은 예감에 그 슬픔을 교향곡 2악장에 담고 있다. 그런 이 작품은 H. 레비의 도움으로 바그너를 열렬히 지원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와 바이로이트의 축제 극장을 짓게 한 바이에른의 국왕 루트비히 2세에게 헌정되었다.

이 작품부터 말년에 이르는 두 교향곡 작품들은 이전과는 다르다. 양식적으로나 기법 적으로 뚜렷이 발전되어 있다. 관현악의 음향은 한층 내적으로 충실해졌고 스케일이 커졌다. 특히 만년 작품답게 종교적 색채가 짙어졌고 자신의 종교 곡에서의 전용도 눈에 띤다. 1885년 뮌헨에서 이 교향곡은 H. 레비 지휘로 처음으로 열렬한 호평을 받는다.

제 1악장 Allegro moderato(적당히 빠르게)
소나타 형식은 제시부-전개부-재현부-전개부-종결부로 되어 있다. 첼로와 혼의 도약 상승하는 제 1주제와 오보와 클라리넷의 선율적으로 대비 대는 제 2주제가 제시된다. 이 주제들이 발전되고 전개되는 발전부, 그리고 약간의 악기 변형으로 이루어지는 재현부에서 마무리 짓는 종결부로 끝난다.

제 2악장 Adagio 소나타 형식
작곡자는 “극히 장엄하고 느리게”라고 템포를 지정했다. 가장 유명한 악장이다. 특히 유럽에서 대 성공한 호주 지휘자 F. 모틀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적기도 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왔으나 무척 슬펐다. 거장(바그너)은 더 이상 살수 없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e# 단조의 느린 악장을 생각했다.” 바그너의 죽음을 예견한 슬픔을 담은 악장이다.

제 3악장 Scherzo, Sehr schnell(매우 빠르게)
스케르죠-트리오-스케르죠의 3부 형식으로 스케르죠는 대단히 변화가 심하게 되어있다.

제 4악장 Fanale bewegt(격앙된) doch nicht schnell(너무 빠르지 않게)
소나타 형식깊은 신앙심을 느낄 수 있는 악장이다.


[A. Bruckner – Symphony No. 7]

 

글. 문일근(음악 평론가)

* 비르투오소 : ‘비르투오소(virtuoso)’는 ‘덕이 있는’, ‘고결한’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17세기에 예술이나 도덕에 대해서 특별한 지식을 갖춘 탁월한 예술가나 학자에게 붙여진 말인데, 점차 표현기술이 탁월한 음악가, 그중에서도 피아니스트를 위시한 기악 연주자를 대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시사상식사전, 박문각)]
* 테 데움 : 성부 하느님과 성자 그리스도에 대한 라틴 찬송가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 다양한 브루크너 악보 판본 : 제자가 교정을 봐 낸 판 2종(1.샬크 판, 2.뢰베 판) / 출판사 이름을 딴 판(1.구트만 판, 2.레티히 판) / 제자들의 교정을 제거하고 브루크너가 오스트라 국립 도서관에 기증한 자필 악보를 바탕으로 간행한 원전 판(1.하스 판, 2.노바크 판)
* 고양시민 모두가 행복한 다양한 문화예술콘텐츠를 선보이고자 하는 고양시의 바람을 담아, 클래식 저변확대와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해 <고양시교향악단>이 올해 새로이 창단되었다. 또한, 남북 문화예술교류가 오가는 평화의 길목에 자리한 고양시인만큼 이 곳에서 울려 퍼질 교향악단의 하모니가 평화의 메시지와 울림이 되어, 경기북부를 대표하는 평화의 문화사절단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 7월 14일(토)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린 창단 공연을 전석 매진이라는 뜨거운 호응 속에 마친 고양시교향악단은 정기공연 이외에도 다양한 기획공연을 통해 고양시 곳곳에서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고양시교향악단 창단 기념
2018 마스터피스 시리즈Ⅰ

일 시  7.14(토) 5:00pm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

입장료  전석 5천원

대 상  초등학생 이상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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