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 만나는 ‘아빠의 공연선물’ 시리즈

고양문화재단에서는 ‘아빠의 공연선물’이라는 테마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두 차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을 준비한다. 오는 7월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새롭게 재창작한 가족 음악극이 초연으로 오르고, 12월에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바탕으로 스크루지의 마술가게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마술적인 연출을 더한 매지컬(magical) <마법사 스크루지>가 무대 위에 펼쳐질 예정이다.

‘아빠의 공연선물’ 시리즈는 30년 넘는 동안 70회 정기공연과 기획공연 및 워크숍 공연을 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리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는 극단 미추홀에서 기획, 제작했다. 올해 고양문화재단의 상주단체로 선정되어 두 편의 가족 공연을 선보일 예정인 극단 미추홀은 꾸준히 아이들을 위한 공연에도 힘쓰고 있는 극단으로, 2014년부터는 어린이공연 전문 기획자를 영입해 EBS 캐릭터 뮤지컬 <뚜앙>, 가족 뮤지컬 <기분을 말해봐>, 가족 매지컬 <마법사 스크루지>, 어린이 과학 뮤지컬 <아인슈타인의 과학여행> 등을 기획·제작해왔다. 극단 미추홀의 문현철 대표는 최근 범람하고 있는 캐릭터 공연의 홍수 안에서 정말 아이들을 위한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연출자와 예술감독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이 다 아이를 가진 아빠들입니다. 우리가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로서 ‘내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어른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나를 길들여줘.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어린왕자>의 명대사들, 이 짧은 문장들에는 심오한 삶의 지혜가 담겨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로 손꼽히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혔다는 유명한 고전 중 하나다. 사람들은 머나먼 작은 별에서 지구를 찾은 어린 왕자가 전하는 짧은 이야기들에 가슴을 적신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메시지 속에 숨어있는 의미들을 발견하게 돼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극단 미추홀에서 <어린왕자>를 고르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요즘 아동극은 인기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나와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쇼(show)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특별한 메시지도 없고요. 아이가 좋아하니까 보여주긴 하지만 매번 엄마 아빠가 같이 보기에는 힘들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아이만 들여보내게 되죠. 그래서 저희는 말만 ‘가족극’이 아니라 진짜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보려 했습니다.”

<어린왕자>의 극의 흐름은 음악이 이끌고 간다. 그래서 ‘음악극’이라 이름을 붙였다. 노래 가사로 대사를 전달하는 뮤지컬과는 차이가 있다. 극 내내 흐르는 여섯 곡 중 네 곡은 미추홀 전속 음악 집단과의 작업으로 만들어진 창작곡이며 모든 음악을 클래식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보는 즐거움 또한 빠트릴 수 없으므로 오브제와 인형제작에도 원작이 가진 동화적인 분위기를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제작진은 전한다.

아이들은 어린 왕자의 여정을 따라가며 환상과 설렘을 경험하고, 삶에 지친 어른들은 잠시나마 순수함과 삶의 지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공연이 끝난 뒤 아이와 어린 왕자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떠날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글. 김도란(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