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은 김정원이 슈베르트(1797~1828)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21곡)을 연주하는 대장정의 막을 연 시간이었다. 이로써 그는 자신이 ‘슈베르티안’임을 선언했다. 김정원은 소나타 5번 D.557, 13번 D.664, 19번 D.958을 연주했다. 첫 곡인 소나타 5번은 소나타 형식에 가장 충실한 작품. 그는 슈베르트 특유의 ‘형식미’를 잘 보여주었다. 소나타 13번은 슈베르트가 사모한 피아니스트 요제피네 폰 콜러를 위해 지은 작품. 김정원은 건반으로 그 연가(戀歌)를 불렀다. 그러면서 슈베르트가 왜 가곡의 왕인지, 김정원은 건반으로 그 해답을 들려주었다. 슈베르트가 사망하던 해에 남긴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는 이른바 유작 시리즈로 통용된다. 그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소나타 19번을 통해 김정원은 작곡가가 바라보고 있는 ‘삶 너머 피안의 세계’를 그려냈다. 음악에 담긴 형식미와 사랑(요제피네폰 콜러), 삶 너머의 세계를 통해 슈베르트의 삶과 인생이 다가온 시간이었다. 관객은 ‘그’를 통해 ‘그’를 만났다. 슈베르트를 통해 김정원을, 김정원을 통해 슈베르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