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로 떠나는 낭만음악 여행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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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그리고 조성진 – 실내악의 환상적인 묘미를 선보일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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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교향악단 마스터피스 시리즈 Ⅱ

유럽 음악계 19세기의 시작과 전성기는 인간성이 시대의 변화를 수용한 시기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음악사에서 고전에서 낭만으로의 이행은 인간의 감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음악 표출의 객관화와 주관화라는 관점에서 절대음악과 표제음악*으로 구분되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였다.
무소르그스키와 차이코프스키는 같은 러시아 출신이지만 음악미의 조건에서는 괘를 달리하고 있다. 무소르스키가 러시아 5인조*로 민족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면, 차이코프스키는 서구적 전통의 맥을 러시아적으로 활용하였다. 그러나 이 두 작곡가에서 음악의 핵심인 정신성은 러시아라는 큰 틀에서 하나로 추구되었다. 위도상으로 덴마크는 러시아 서쪽에 위치할 뿐 북반구에서의 위도에 큰 차이는 없지만, 음악적으로는 다르다. 덴마크는 음악적으로 서유럽의 변방이지만 서구 문화권으로, 북유럽 국가의 특성상 신화의 나라라는 점이 서유럽과의 차이를 느끼게 할 뿐이다. 덴마크의 작곡가 닐센의 음악이 절대음악이 주를 이루는 이유가 바로, 서구의 변방이지만 아직 절대음악에 대한 예찬이 깊은 음악문화 때문이었다. 고양시교향악단의 마스터피스 시리즈 두 번째 공연을 통해 두 러시아 작곡가의 차이와 닐센의 음악적 깊이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소르그스키,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

러시아 5인조 가운데 가장 개성적이고 민족적인 작품을 쓰는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은 “전람회의 그림”과 함께 그의 대표적인 관현악곡이다. 이 곡은 내용이 있는 표제곡으로 악보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지하의 정령들의 소란
먼저 어둠의 정령이 나타나고 이어서 어둠의 신 체르노보크가 등장한다.
어둠의 정령들은 체르노보크를 찬미하고 성대한 지옥의 잔치를 베푼다. 그러나 이 향연은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멀리서 마을 교회의 종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체르노보크나 어둠의 정령들은 바삐 도망가고 이윽고 날이 샌다.

곡은 1867년 작곡이 시작되었으나 10년 뒤 완성되었다. 오케스트레이션이 완전치 못해 사후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완성을 하여, 1886년 그가 지휘한 공연을 시작으로 널리 연주되기 시작하였다. 무소르그스키는 1867년 7월 5일 림스키-코르사코프에게 쓴 편지에서 곡 전체의 구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곡의 장르는 음화*“를 사용했고 각 부분은 다음이다.
1. 마녀들의 모임 – 소문과 뜬소문
2. 사탄의 행진
3. 사탄을 숭배하는 사교 찬미
4. 사바트(마녀의 밤의 대향연)


[MussorgskyA NIGHT AT THE BARE MOUNTAIN]

덴마크 음악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카를 닐센

닐센은 1865년 덴마크의 동화 작가 안데르센의 고향 오덴세 인근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인자한 부모 밑에서 항상 웃을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한 그는, 아마추어였지만 코넷과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마을 악대를 이끌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코넷과 바이올린을 배워 민요 등을 연주할 수 있었다. 이는 후에 작곡가로서의 활동에 직접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 14세 때에는 오덴세의 군악대에 들어가 4년 간 근무하며 독일 고전음악 작곡가들과 기초를 공부하게 된다. 군악대서 관악기주자로 시작한 그의 여정은 코펜하겐 음악원에 바이올린으로 지원했다 떨어져 작곡과로 들어가 공부하였고, 졸업 후에는 왕립극장 오케스트라의 제 2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한다.

닐센이 덴마크에서 음악가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얻게 된 것은, 1908년 스벤센의 후임으로 왕립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으면서부터였다. 이로써 음악가로서 굳건한 기반을 마련한 닐센은 작품에서 지향하는 바가 실내악에서 교향곡으로 나가며 작품의 앙상블 구성이 견고하고 알차게 변모하였다. 이런 열정과 섬세함으로 북유럽 작곡가들인 시벨리우스나 그리그와 동렬에 오를 수 있었으며, 그의 국제적 위상에 비해 높았던 명성은 작품성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생각 된다.

 

자신의 목관 5중주를 연주한 단원들을 위해 구상했던 협주곡 작곡
– 그 첫 번째 결과물인 플루트 협주곡 –

닐센의 플루트 협주곡은 그의 말년 작품이다. 1921년 코펜하겐 목관 5중주단의 모차르트 연주를 듣고 감명을 받은 그는, 이들을 위해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처럼 목관 5중주곡을 써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후 이들과 친숙해진 닐센은 각 연주자를 위해 협주곡을 쓸 것을 결심하게 되고, 그 첫 번째 곡이 이 플루트 협주곡이다. 플루트 연주자 H. J. 예스페르센이 그 수혜자였다. 닐센의 말년은 심장병으로 고통을 받는 시기였기에 목관 5중주단과의 약속은 끝내 지키지 못하고 1928년 클라리넷 협주곡을 끝으로 마감된다.

1911년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과 마찬가지로 전곡이 2악장으로 되어 있어 전통적인 협주곡 양식인 3악장에서 벗어나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쳐 보인 곡이다. 초연은 파리에서 H.J. 예스폐르센의 연주와 고음악 연주가며 닐센의 사위인 E. 틸마니의 지휘, 음악원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였다.

닐센의 솔리스트에 대한 배려는, 오케스트라에 같은 악기인 플루트와 강한 소리를 내는 트럼펫을 빼서 솔리스트와 대치되는 악기를 제거한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앙상블 구성과 솔리스트의 음악적 위상에 신경을 썼다.

제 1악장 : 알레그로 모데라토
약 11분이 소요되는 악장으로 말년 닐센의 음악적 추구가 탁월하다. 소규모면서도 대담한 관현악 편성과 오케스트라 악기들이 솔로와의 유창한 대화를 주고받는 조화로움이 눈에 띤다. 그러면서도 솔로악기의 음악적 표현 등이 뛰어나다. 특히 팀파니의 연타로 시작하는 카덴자는 유별하다. 유쾌함과 온화한 실내악적인 분위기가 좋다.

제 2악장 : 알레그로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즉 알레그로와 템포 디 마르치아(행진곡 풍으로) 사이에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적당히 느리게)의 행진곡풍이 있는 악장이다. 현악기가 율동적인 동기를 연주하면 솔로 악기가 다소 유연한 율동적이나 소박한 주제를 연주하고 변형 반복한다. 중간부를 지나 행진곡 풍으로 이어진다. 솔로와 팀파니의 대화가 있는 행진곡풍이 흥미롭다.


[Nielsen: Flötenkonzert]

차이코프스키 스스로도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교향곡 4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 스스로도 이 교향곡 4번은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듯,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돋보이는 곡이다. 때문에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중 가장 정열적이면서 변화가 많은 곡으로 꼽힌다. 특히 절대음악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표제음악으로 작곡된 곡이기도 하다.

이 곡에는 그의 5번이나 6번 ‘비창’ 교향곡에서 나타나듯이 비장한 선율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 잘 짜여 진 작품구성이나 관현악과의 절묘한 조화 등으로 콘서트의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이 곡에 대해 차이코프스키는 제자인 S. I. 타네예프에게 “이 곡에는 한음, 한 마디에도 내가 진정으로 느끼지 않고 쓴 것이 없고 내 마음속에 깊이 숨겨진 예술적 충동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이 곡의 작풍에는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는 두 여인들의 내밀한 그림자가 따른다. 그를 경제적으로 도왔던 폰 메크 부인과 A. 밀류코바와의 짧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이 의미 있게 담겨있다.

좌. 차이코프스키와 밀류코바  우.폰 메크 부인

36세의 모스크바음악원 교수였던 차이코프스키는 제자 코체크에게서 작품을 의뢰 받는다. 이후에도 그는 두 세 작품을 더 의뢰받았는데, 작곡료가 너무 많아 의아해 코체크에게 물었더니 그 제공자가 N. F. 폰 메크 부인임을 알게 된다. 그는 철도 경영자의 미망인으로 러시아 최대의 작곡가로 차이코프스키를 꼽고 있으며 자신을 돕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반면 A. 밀류코바는 음악원의 통신교육을 받은 28세의 여성으로 그녀의 격렬한 구혼에 둘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그녀 때문에 결혼 1개월 만에 아내 곁을 도망치듯 떠난다. 나중에 재결합을 한 후에도 그는 2주 만에 다시 집을 나와 모스크바 강물에 자살을 기도, 이틀 동안 인사불성일 정도였다. 그 후 동생 부인의 도움으로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의 산 레모로 휴양을 떠나게 되는데, 이 여행도 폰 메크 부인이 지원하는 연금 덕이었다.

그러는 사이 교향곡 4번의 작곡은 계속되었고, 오케스트레이션이 완성되어 모스크바 음악협회 연주회에서 N. 루빈스타인의 지휘로 연주해 큰 성공을 거둔다. 악보 표지에 적힌 “나의 가장 좋은 친구에게”는, 당연히 폰 메크 부인이다. 차이코프스키는 폰 메크 부인을 위해 곡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제 1악장 : 안단테 소스테누토 3/4, – 모데라토 아니마 9/8. 소나타 형식
혼과 바순이 ‘운명의 모티브’를 무겁고 조심스럽게 연주하면, 트럼펫이 심판의 나팔소리와도 같이 응답하고 이어서 비창의 동기가 연주된다. 격렬함과 비장함이 넘치는 악장으로
“구름 걷힌 푸른 하늘의 은총도 없이 우수와 절망의 어두운 현실을 탄식하는 악장”이다.

제 2악장 : 안단티노 인 모토 칸쪼네 Bb단조
슬라브풍의 느린 주제를 오보가 현의 피치카토를 타고 연주하면 목관의 대선율에 첼로가 반복하고 새로운 대위법적 선율이나 음형을 더해 연주된다. 중간부는 러시아 민요풍의 주제가 나타나고 대위 적으로 발전한다, 제 3부는 처음의 안단티노가 재현되어 이질적인 대선율을 변주로 보이고 주제의 부분 동기를 회고하며 끝난다.

제 3악장 : 스케르죠 알레그로 F장조 2/4박자
이 악장은 정해진 프로그램은 없고 자기대로의 환상을 쫒는 일종의 카프리치오. 참신한 구상과 효과적인 수법으로 이 교향곡의 백미다. 제 1부는 현 만의 피치카토로 율동적 선율과 관악기와 타악기만으로 구성 된 트리오, 여기서는 술 취한 농부의 콧노래와 군대의 행진을 보게 된다.

제 4악장 : 알레그로 콘 포코 F장조 4/4 소나타 형식
“소박한 원시적 행복과 즐거운 마을의 축제”다. 불붙듯 타오르고 시끄러운 행진곡 풍의 제 1주제와 들에 한 그루의 백양나무가 있고’ 라는 제 2주제, 이 두 주제가 교대로 나타나는 전개부와 반복되는 재현부. 운명의 모티브가 코다에서 다시 나타나고 꿈이 깨어지면 다시 소란한 제 1주제가 강조적으로 지배하고 만족스런 종지를 고하며 힘차게 끝난다.


[Tchaikovsky: Symphony Nº 4 OP 36]

글. 문일근(음악 평론가)

* 절대음악 : 표제음악의 대립 개념으로서, 시나 회화 등 다른 예술이나 음악 외의 표상(表像) 또는 관념과 직접 결부되지 않고, 또 연주의 기회나 장소를 고려함 없이, 스스로 그 법칙을 지니며(말하자면 자율적), 음의 구성면에 집중하면서 보다 깊은 것을 나타내려는 음악을 뜻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파퓰러음악용어사전 & 클래식음악용어사전, 삼호뮤직)]
* 표제음악 : 곡이 나타내고자 한 것을 지시하는 제목 혹은 설명문이 붙고, 그로써 듣는 이를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그 제재(題材)와 결부된 문학적 · 회학적 · 극적 등의 내용과 관련된 사항을 표현 내지 암시하려 하는 기악곡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파퓰러음악용어사전 & 클래식음악용어사전, 삼호뮤직)]
* 러시아 5인조 : 밀리 발라키레프,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 알렉산드르 보로딘,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 세자르 큐이를 말함.
* 음화 :음악으로 회화적 인상을 주려는 표제음악의 한 장르
* 고양시민 모두가 행복한 다양한 문화예술콘텐츠를 선보이고자 하는 고양시의 바람을 담아, 클래식 저변확대와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해 <고양시교향악단>이 올해 새로이 창단되었다. 또한, 남북 문화예술교류가 오가는 평화의 길목에 자리한 고양시인만큼 이 곳에서 울려 퍼질 교향악단의 하모니가 평화의 메시지와 울림이 되어, 경기북부를 대표하는 평화의 문화사절단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 7월 14일(토)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린 창단 공연을 전석 매진이라는 뜨거운 호응 속에 마친 고양시교향악단은 정기공연 이외에도 다양한 기획공연을 통해 고양시 곳곳에서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고양시교향악단 창단 기념
2018 마스터피스 시리즈

일 시  8.18(토) 5:00pm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

입장료  전석 5천원

대 상  초등학생 이상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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