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종합예술 그림책의 매력 속으로
2018년 7월 24일
피아노에 담긴 슈베르트의 젊음과 만년의 양식
2018년 8월 5일
2018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송영훈의 러브레터 season 2 – 윈드 센세이션

실내악이라는 장르 들어 보셨죠? 말장난처럼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실내악처럼 정의 내리기 어려운 장르도, 또 정의 내리기 쉬운 장르도 없습니다. 역사부터 시작해 수많은 세부 장르, 각 악기에 따라 달라지는 스타일 등등, 어렵게 가자면 언급할 점이 많은 장르입니다만, 실내악의 본질은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바로 ‘나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화음을 맞추는 음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주자들은 실내악을 각별하게 생각합니다. 독주곡, 오케스트라 작품이 청중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실내악은 연주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 장르인 것이죠. 내 악기를 연주하면서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호흡을 맞추며,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합주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장르는 생각보다 흔치 않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이렇게 길게 실내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가 있습니다. 고양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그 세 번째 공연이 바로 목관 5중주 공연이기 때문입니다. 8월 30일 목요일 오전 11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진행될 이번 공연은 ‘윈드 센세이션’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진행됩니다.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그리고 호른으로 구성된 목관 5중주는 주류 실내악 편성이지만 그 소리를 들어볼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목관 5중주라는 편성 자체가 비교적 생소한데다가 두드러지는 국내 목관악기 연주자들의 활동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목관악기 연주자가 부쩍 늘어난 사실, 알고 계신지요?

뷔에르 앙상블 – 좌측부터 유지홍(플루트), 고관수(오보에), 주홍진(호른), 이은호(바순), 조성호(클라리넷)

이번 연주회의 호스트인 목관 5중주단 뷔에르 앙상블의 리더,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는 도쿄 필하모닉의 클라리넷 수석으로 활동하는 국제적 레벨의 연주자입니다. 조성호 뿐만 아니라 뷔에르 앙상블의 다른 연주자들 또한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이번 뷔에르 앙상블의 무대는 국내 최고의 목관 5중주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나 다름없습니다. 기분 좋게 얼굴을 스치는 바람 같은 음악, 목관 5중주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림스키 코르샤코프 왕벌의 비행

림스키 코르샤코프에게 불행의 이름이 있다면 그건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였을 것입니다. 관현악법에 정통한데다가 탁월한 멜로디 감각을 지니고 있는 면까지, 음악적으로 둘은 비슷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차이코프스키가 러시아 음악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동안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 했습니다. 열등감을 직접적으로 표출 하진 않았겠지만 차이코프스키가 세상을 떠난 1893년 이후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작품수가 폭발적으로 증가 한 것을 보면 아마도 그는 차이코프스키를 생각하며 마음 졸였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목관 5중주 버전으로 감상할 <왕벌의 비행>도 차이코프스키 사후 작곡된 작품입니다. <왕벌의 비행>은 본래 1899~1900년 사이에 작곡된 오페라 <술탄 황제 이야기>에 포함된 작품이었으나 이후 독자적인 인기를 얻어 지금은 수많은 악기로 편곡되어 연주되는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대표 작품이 되었습니다.

데니스 아게이 다섯 개의 춤곡

예로부터 헝가리는 천재들의 고향으로 유명했습니다. 존 폰 노이만, 유진 위그너 같은 과학자들에 프란츠 리스트, 벨라 바르톡, 졸탄 코다이 같은 작곡가들이 나온 국가여서인지 종종 헝가리는 국가가 아닌 다른 행성쯤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말 그대로 그 동네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라는 소리죠. 오늘 소개할 데니스 아게이 또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작곡가입니다. 고등 교육까지 태어난 동내에서 모두 받았지만 유대인이었던 아게이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갔고 이후 쇼 비즈니스계에서 활동했습니다.

누가 헝가리 사람 아니랄까봐 아게이의 딸은 아버지가 뭐든지 빠르게 배우는 사람이었다고 증언합니다. 이 헝가리인은 배운 것을 쉽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어 생전 100권에 가까운 음악 서적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다양한 스타일의 춤곡을 묶은 <다섯 개의 춤곡>은 이런 아게이의 쉽고 직관적인 스타일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모차르트 환상곡 f minor, K.608 (편곡. 볼프강 세바스티안 메이어)

‘환상곡’이라는 단어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울림이 있습니다. 사실 환상곡은 형식의 엄격한 구분이 없는 작품을 일컫는 말이지만 ‘환상’이라는 단어를 보고도 환상을 품지 않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세계 어딘가로 작곡가가 데려가 주기를 바라며 환상곡을 듣습니다.

비장한 테마로 시작하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환상곡 바단조, K.608>은 본래 오르간을 위한 작품입니다만, 이번에는 목관5중주를 위한 편곡으로 연주됩니다. 등장인물이 갑자기 5명으로 늘어난 모차르트의 <환상곡>은 어떤 환상으로 우리를 인도할까요? 목관악기를 위해 언제나 좋은 작품을 써온 모차르트를 생각하니 이날의 편곡도 꽤 잘 어울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엔니오 모리꼬네 영화 <시네마 천국> OST

2007년에 열린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엔니오 모리꼬네는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받습니다. 보통의 업적으로는 받을 수 없는 대단한 상임에는 분명했지만 여기에는 사연이 있었으니, 이 상이 그간 5번이나 아카데미 음악상에 노미네이트되었지만 단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했던 모리꼬네를 위해 마련된 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입장에서는 저물어가는 거장에게 최대한의 예를 갖춘 것이었겠지만 모리꼬네로서도, 그리고 그의 음악을 사랑했던 다른 이들에게도 여러모로 아쉬운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어찌되었건 ‘당신과 아카데미와의 관계는 이쯤해서 정리하죠.’ 라는 의미였으니 말입니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모리꼬네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았을 때 다들 속이 시원한 기분이었을 겁니다.

이렇게 제 손으로 명예를 찾아간 모리꼬네는 다작하는 작곡가로 유명합니다. 작업한 영화가 너무 많아 리스트를 정리하기도 힘든 모리꼬네의 작품 가운데서도 주세페 토르나토레 연출의 영화 <시네마 천국>의 음악은 단연 최고를 다툴만 합니다. 종종 이런 영화음악은 감상적으로 흐를 여지가 다분한데 모리꼬네는 이 선을 절묘하게 넘지 않으며 듣는 이를 다독입니다.

자크 이베르 목관 5중주를 위한 세 개의 소품

편견을 깨야 한다는 소리를 많이들 하는 요즈음이지만 저는 편견 속에 들어가 있는 약간의 진실을 꽤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 못 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없고, 형식을 갈고 닦는데 독일인들을 따라갈 수 없다 같은 이야기 말이죠. 이런 음악계의 오랜 편견에 따르면 프랑스 작곡가들만큼 음색에 집착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눈이 내리는 모습이나, 물결이 일렁이는 순간을 음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독일인은 역시 이상해 보이네요.

음색에 예민한 프랑스인들은 개성 있는 목관악기를 사랑했는데, 특히 클로드 드뷔시와 모리스 라벨의 다음 세대인 자크 이베르는 관악기를 위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짧은 3개의 악장들로 이루어져 있는 <목관 5중주를 위한 세 개의 소품>은 작곡된 시대가 시대인 만큼 조금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곡이지만 아기자기한 관악기 소리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그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조르주 비제 목관5중주를 위한 카르멘 모음곡

저는 조르주 비제에게서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리곤 합니다. <카르멘>과 <별이 빛나는 밤> 사이에 별다른 관계도 없을 것 같은데도 그렇습니다. 아마도 두 예술가가 비슷한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30대 중반) 노력의 결실을 맛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그것도 그저 그런 성공이 아닌, 분명 망자의 귀에도 들어갔을 법한 대단한 성공이었기에 저는 그들의 이른 죽음이 못내 아쉽습니다.

고흐의 작품이 그랬던 것처럼 비제의 <카르멘>은 이후 클래식 음악계의 문화적 현상이 됩니다. <카르멘>은 본래 오페라였기에 성악가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이지만 이 작품을 자신의 악기로 연주하고픈 수많은 연주자들에 의해 다양한 편성으로 편곡되었습니다. 작품을 들어 보시면 왜 다들 편곡에 목매달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대단한 작품이 바로 이 <카르멘>입니다.

글. 윤무진(음악 칼럼니스트)

2018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송영훈의 러브레터 Season2 – 윈드 센세이션

일 시  8.30(목) 11:00am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

입장료  전석 2만원

대 상  초등학생 이상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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