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각인될 ‘콰지모도’와 ‘그랭구아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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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와 그녀를 사랑한 세 남자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음악과 역동적인 춤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극에는 누구 하나를 주인공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에스메랄다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콰지모도’와 모든 사건의 목격자인 시인 ‘그랭구아르’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인물들이다. 공연마다 내로라하는 기성 배우들과 이제 막 발굴된 원석 같은 신예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콰지모도와 그랭구아르. 올해로 한국어 공연 10주년을 맞이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는 윤형렬과 케이윌이 콰지모도로, 마이클 리와 최재림이 그랭구아르로 캐스팅되었다. 이들이 관객에게 선보일 콰지모도와 그랭구아르를 소개한다.

 

한국에서 콰지모도를 가장 많이 연기한 배우

가늠할 수 없는 깊이 – 윤.형.렬

‘꼽추, 애꾸, 절름발이, 불행을 짊어진 종지기’ 콰지모도는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 모두가 이기적인 이유로 에스메랄다를 소유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때, 콰지모도는 오직 에스메랄다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비록 콰지모도의 헌신적인 사랑은 에스메랄다의 죽음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지만, 오래도록 관객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추한 외모와 아름다운 영혼의 콰지모도는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배우들이 맡아 열연을 펼쳤고, 아름답지만 슬픔을 담은 목소리는 콰지모도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자리매김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버전 초연을 앞둔 2007년, 관객과 관계자의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한국에서 콰지모도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였다. 그만큼 콰지모도의 목소리가 특별했던 탓이다. 모두의 관심 속에 한국의 첫 번째 콰지모도로 낙점된 배우가 바로 윤형렬이다. 당시 윤형렬은 4차에 걸친 까다로운 오디션 끝에 완벽한 콰지모도의 목소리로 인정받았지만, 뮤지컬 무대에는 한 번도 서 본 적 없는 신인이었다. 그러나 윤형렬은 허리 디스크를 앓을 정도로 역할에 몰입하며 신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성실함과 열정으로 무대를 채웠다. 또 기대했던 대로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콰지모도의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해내며 호평을 받았다.

매력적인 목소리에 더해진 진심과 열심은 그를 콰지모도로,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 관객들에게 각인시켰다. 혜성같이 등장했던 신인은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배우로서 경험치를 쌓았고, 한국에서 가장 많이 콰지모도를 연기한 배우가 되었다. 이제 데뷔 10년 차 뮤지컬 배우 윤형렬은 그 경험치를 바탕으로 이제는 그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독보적인 콰지모도를 선보인다.

그동안의 콰지모도를 전혀 새롭게 만나는 기회

낯선 순진함 – 케.이.윌

가수가 뮤지컬에 캐스팅되는 것이 더는 어색한 풍경은 아니지만, 여전히 가수 캐스팅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케이윌이 <노트르담 드 파리>에 캐스팅되었을 때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노트르담 드 파리>가 다른 작품에 비해 무대가 생소한 이들에게 관대한 것도 한몫 했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케이윌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콰지모도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트르담 드 파리>가 대사 연기에 대한 부담을 덜고, 그의 장점인 가창력을 십분 살릴 수 있는 성-스루 뮤지컬(Sung-Through Musical,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뮤지컬)인 것도 케이윌의 무대 진출에 반감을 없앴다.

‘배우’ 케이윌에게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노래다. 케이윌은 기성 배우 못지않은 솜씨로 콰지모도의 감정을 노래에 담는다. 여기에 더해 관객들은 콰지모도의 ‘남다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배우 케이윌의 뜻밖의 재능(!)도 발견할 수 있다. 주 활동 무대가 뮤지컬이 아니다 보니 무대 위 케이윌에게서는 묘한 이질감과 순진함이 느껴지는데, 이 점이 콰지모도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케이윌의 콰지모도는 오랫동안 작품을 본 관객에게도 콰지모도라는 인물과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감상할 기회를 준다.

인간을 굽어보는 절대자의 존재와 같이

우아하고 섬세한 시인 – 마.이.클.리

<노트르담 드 파리>에는 독특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음유시인 그랭구아르다. 그는 모든 사건의 목격자이지만 사건에는 개입하지 않는 방관자로,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일어난 비극을 관객에게 전하는 해설자다. 일반적인 해설자와 달리 그랭구아르는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지 않아 극의 몰입이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작품과 등장인물, 관객과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적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운 역할이다.

마이클 리의 그랭구아르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연민’이다. 그는 모든 인물의 불행을 꿰뚫어 보면서도 결코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없는 안타까움을 우아한 음색과 섬세한 연기로 표현한다. 여기에 더해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지 않을 때도 다른 배우들의 연기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상대 인물과 극을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종종 마이클 리가 연기하는 그랭구아르에게서는, 약간의 과장을 덧붙여 인간을 굽어보는 절대자의 존재도 느껴진다.

마이클 리의 그랭구아르가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콰지모도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며 「달」이라는 넘버를 부를 때다. 그 순간, 그는 정말 신이라도 된 듯, 잠시나마 행복에 젖은 콰지모도의 비극을 예견하며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마이클 리가 작품 내내 보여줬던 연민과 안타까움이 절정을 이루는 장면이다.

역대 가장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그랭구아르

정열의 시인 – 최.재.림

배우마다 더 돋보이는 무대가 있다. 무대 크기에 따라 또는 창작 뮤지컬인지 라이선스 뮤지컬인지에 따라 같은 배우라도 그 존재감의 차이는 다르다. 그런가 하면 어디에서든 자신의 몫을 챙기는 배우가 있는데, 배우 최재림이 그렇다. 그는 깔끔하고 안정된 노래 실력을 바탕으로 어떤 무대에서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런 그에게도 <노트르담 드 파리>는 도전의 무대다. 영어권 뮤지컬과 결이 다른 프랑스 뮤지컬인 데다가, 등장인물은 물론 관객과도 교감해야 하는 그랭구아르는 최재림이 그간 맡아왔던 역할들과도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큰 키로 겅중겅중 무대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는 최재림은 그랭구아르를 더욱 자유롭고 호기심 많은 인물로 표현한다. 그렇다 보니 역대 그랭구아르 중 가장 열정과 에너지가 넘친다. 덕분에 최재림의 그랭구아르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가장 역동적인 합창과 군무로 인상적인 「미치광이들의 축제」나 「기적의 궁전」에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동명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음악, 시적인 노랫말, 여기에 현대무용부터 아크로바틱, 브레이크댄스까지 결합된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완벽한 짜임새를 선보인다. 특히 노트르담 대성당을 상징하는 초대형 무대세트와 100Kg이 넘는 대형 종들은 원작의 묵직한 주제를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풀어낸다.

 

글. 최영현(스테이지톡 기자) 사진제공. 마스트미디어

2018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기 간 10.19(금)~10.21(일)

시 간 금 8:00pm, 토 3:00pm 7:00pm, 일 2:00pm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관람료  VIP석 14만원, R석 12만원, S석 9만원, A석 6만원

대    상  만 7세 이상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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