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강의시간을 맞이하여 토요일 아침을 서둘러 아람누리 강의실을 찾았다. 깜짝 놀랐다. 큰 강의실이 빈 자라기가 없을 정도로 꽉 찼다. 하이데거 철학이 쉽지 않기에 소수의 인원이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수강생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도 예사롭지 않았다. 강의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하이데거의 예술철학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소정의 성과는 거둘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봉호 교수님(경기대학교)은 첫 번째 강의 시간을 하이데거가 바라본 서양철학사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하이데거의 철학과 그의 용어를 알기 위한 정지작업이었다. 하이데거는 자기 이전의 철학을 한마디로 ‘존재망각의 역사’라고 규정했다. 형이상학이 시작되기 이전, 존재 역사적 차원에서 존재의 진리는 존재 자체로 드러났는데, 플라톤 이후 형이상학의 역사가 시작되고 나서는 존재의 진리는 존재자성으로 드러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존재 자체로 드러나는 것을 ‘알레테이아’(Aletheia)라고 하고, 존재자성으로 드러난 것은 플라톤의 ‘이데아’(Idea)로부터 비롯된 서양철학사의 모든 철학이라고 구분한 것이다.
두 번째 시간은 하이데거가 파악한 존재진리의 양식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서양의 철학사가 플라톤 철학의 각주에 불과하다는 화이트헤드(A.N. Whitehead)의 주장처럼,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증이나 데카르트의 명석판명한 관념, 그리고 칸트의 초월론적 통각이 모두 존재자성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서양 형이상학의 역사를 ‘위에서 잡음’(플라톤의 이데아, 데카르트의 생득관념), ‘앞에서 잡음’(로크 등의 영국경험론자들의 경험과 인상), ‘덮쳐잡음’(언어구조) 등으로 표현하면서 서양철학사를 정리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존재자성을 중심으로 전개된 형이상학은 개념역학을 마음대로 휘두른 것이라고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