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ert coin! 우리는 즐겨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018 문화가 있는 날
2018년 8월 31일
고양형 시민참여 자치대학 ‘고지식 콘서트’
2018년 8월 31일
오늘 실패한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실패했다고 해서 내일도 모레도 계속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게임 개발이라는 것은 대부분 실패의 연속입니다. 실패가 거듭되다가 포기하기 직전 성공하는 것이죠.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붑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즈키 유, 일본의 인기 게임 ‘버추어파이터’ 시리즈 개발자

비지스의 「Stayin’ alive」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O.S.T 中)

To be continued, 반짝거리는 문구를 보며 우리는 100원짜리 동원을 밀어 넣으며 모험을 계속 이어 나갔다. 끝판왕을 깨고 말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저녁을 먹으라며 우리를 잡으러 출동하실 부모님도, 교내외 기강확립을 위해 불철주야 힘내고 계셨던 학년부장 선생님도 우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나와 우리 친구들은 끝을 봐야했기에, 어제 풀지 못한 수학 문제는 부끄럽지 않더라도, 오늘 내가 클리어하지 못한 스테이지는 천추의 한이요, 불굴의 대상이었다.

 

게임은 나와 우리 친구들에게 전부였다. 마치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러 나선 등반가처럼 어제보다 더 나아가지 못하면 화가 났고, 도무지 깰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스테이지를 깼을 때, 인생의 거의 전부를 얻은 것만 같았다. 조금 과도하게 표현하자면 나와 나의 오락실 친구들은 게임을 통해 삶을 배워 나갔던 것이다. 갈망하는 목표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 말이다.

 

이번에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 이스포츠(e-sports)가 새롭게 경기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1970년대에 아타리社의 ‘벽돌깨기’가 등장하고 오락실과 PC방이 이 땅에 도래한 이래, 게임이라는 장르가 중독자를 양산하고, 사회의 생산성을 좀먹는 소위 ‘루저’들의 애호물로 오랫동안 치부돼 왔음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이제 비로소, 게임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취미생활의 한 영역에 포함되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게임도 문화예술의 한 영역으로 서서히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누군가도 모험을 포기하지 않은 결과라 생각한다. 재미를 향한 여정은 끝이 없으니 말이다.

 

우리 어렸을 적 추석날, 나와 삼촌은 지난 중간고사 시험 결과라든가 서로 별 관심 없는 일상사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요새는 다르다. ‘겜돌이’, ‘겜순이’ 삼촌과 이모, 고모들이 어린 친구들과 게임을 이야기한다. 내가 즐기고 있는 게임을 나보다 훨씬 어린 세대도 함께 즐기고 있는 것이다. 문화적 유희를 공감하면서 우리는 하나의 목표와 결과를 공유하는 멋진 전우가 된다.

 

어린 시절 귓불 잡혀 오락실에서 끌려 나올 때, 어쩌면 이런 세상이 오기를 고대하고 또 염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시대와 관념을 초월하여 누구나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세상 말이다. 게임은 그것을 만들어주고 있다. 우리는 이미 서로 누가 되었든, 어떤 모습이든 그리고 어떤 위치에 있든 함께 해내가고 있다. 게이머로서. 우리는 포기는 모르는 ‘겜쟁이’다. 인생과 게임을 동치시키며 하나씩, 하나씩 즐겁게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는 존재들이다. 호모 루덴스, 유희적 인간으로서 사람들은 함께 모여 점점 진화해 나가고 있다.

 

글. 김승훈(TA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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