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경윤의 「월하탄금」, 김홍도의 「생황 부는 소년」, 한선국의 「허유와 소부」
책은 우리 옛 그림 속에 음악이 들어와 앉은 양식을 ‘은일’(隱逸)과 ‘아집’(雅集)과 ‘풍류’(風流)의 세 가지 갈래로 구분해서 이야기한다.
첫 번째 주제 ‘은일’은 숨어 사는 옛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은일에 관한 그림에는 이경윤(李慶胤) 「월하탄금」(月下彈琴)의 주인공인 도연명처럼 홀로 음악을 즐기는 은사들이 등장한다. 산수를 거닐며 음악을 듣고 연주하기도 하고, 속세의 번다함을 떠나 자기만의 세계에 탐닉하는 장면들도 있다. 세상 사람과의 절교, 생황을 불면서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된 주나라의 왕자 진처럼 세상 시비와의 절연 등이 소재가 되기도 하며, 수양과 명상 그리고 자연과 독대하는 깊은 성찰의 순간 등이 묘사된 그림들을 소개한다.
두 번째 주제 ‘아집’은 아름다운 모임을 일컫는 말인 동시에 그 모임에 들 수 있는 고아한 선비의 풍경을 뜻한다. 마음이 맞는 친구 혹은 선후배들이 서로를 방문하거나, 초대하거나 하면서 시(詩), 서(書), 화(畵)를 즐기고 술과 음악을 곁들여 교유하는 장면들이 주로 등장한다. 사사로운 교제와는 달리 공식화된 연회도 나온다. 관리나 양반 계층의 나라 또는 집안 행사에는 춤과 노래와 연주가 반드시 동반된다.
세 번째 주제 ‘풍류’는 여러 갈래의 뜻으로 확장되었는데, 음악 자체를 지칭하는 말이 되기도 하고, 이른바 ‘농탕한 놀음놀이’를 풍류의 다른 얼굴로 이해하는 부류까지 있다. 풍류의 의미는 세월이 갈수록 변질되었지만 진정한 의미는 ‘잘 놀자’이다. ‘풍류’에서는 남녀상열지사나 유흥을 위한 곁들이로 동원된 그림과 음악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