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가을에, 이 순간의 낭만에 나를 보내며

가을의 노루목야외극장, 재즈로 물들다
2018년 9월 28일
2018 문화가 있는 날
2018년 9월 28일
42018년 9월 28일
가을에는 조화가 있고, 가을 하늘에는 광채가 있다. 이는 여름 내내 듣거나 볼 수 없던 것이다.
마치 그럴 수 없는 것처럼, 마치 그렇지 않았던 것처럼.


퍼시 셀리, 영국의 시인

가을방학 속아도 꿈결」 

언제 그렇게 더웠는지 실감도 나지않도록, 어느 순간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팔꿈치 위까지 접어 올렸던 소매를 주섬주섬 내리고 있으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예고도 없이 가을은 또 다시 찾아왔음을 느낀다. 특히 요즘의 봄과 가을은 꽤나 장면 전환이 빠르고 극적인 영화를 보고 있는 듯 계절 안에서 감상을 정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일교차 15도 이상의 극변하는 기온에 좀 적응이 된다 싶으면 갑자기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 둘 중 하나로 귀결되어 버린다. 1년의 계절이란 이 두 개 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한국의 날씨는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라는 이야기는 마치 전래동화 속 구절처럼 느껴진다.

비록, 가면 갈수록 그 존재감이 옅어지고 기간이 짧아져 가는 봄과 가을이지만 이 계절의 음악만큼은 그와 관계없이 사람의 감성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어쩌면 음악이 주는 계절감을 통해서 계절을 느끼고 있달까.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왠지 어쿠스틱 기타 위주로 전자음 없이 연주되는 언플러그드(unplugged) 스타일의 음악을 찾게 된다. 강렬하지만 과하지 않은 기타음이 마치 청량한 가을 바람과도 같이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10여 년 전, <어거스트 러쉬>라는 영화의 O.S.T를 들으며 가을 느낌 충만한 멜로디와 리듬에 취해 약간은 쌀쌀한 바람이 불었던 노을 지는 한강 둔치를 걸은 적이 있다. 어쿠스틱 기타 소리, 쌀쌀한 날씨, 강렬한 주황빛의 노을! 그것은 완벽한 가을의 감성이었다.

음악이 가을의 감성에 한껏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면, 가을에 마시는 따스하고 깊은 향의 차 한잔은 모 다이아몬드 광고의 카피가 생각나도록 하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을 만들어 준다. 이 순간을 영원히. 해는 점점 짧아지고 날은 점점 쌀쌀해지는 늦가을에 찻물 우리는 향기가 가득히 퍼진 찻집에 들어가 평소 좋아하던 허브차나 홍차를 양손으로 감싸고 호로록- 소리 내며 향과 함께 들이마시면, 평온하고 나른하게 녹아내리는 기분에 나도 모르게 눈을 지그시 감으며 감탄하고 만다. 그야말로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기에, 지금 이 이순간에 영원토록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생각 마저 들게 한다. 이대로 짧게 흘러가 지나 버릴 것 같은 한정감 때문일 것이다. 가을은 신경 쓰지 않으면 느낄 새도 없이 가버리고 마는 것이니까.

 

글. 김승훈(TA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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