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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예술인문학 페스티벌 – 말거는 극장

다양한 장르가 공존했던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 1990년대. 그룹 015B(공일오비)는 세련된 사운드, 신세대의 감성과 생각을 섬세하게 담아낸 생활밀착형 가사로 당시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오랜 공백 끝에 컴백한 후 지금까지 우리 일상의 공감을 이끄는 음악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015B, 그들을 2018 예술인문학 페스티벌 – 말거는 극장 ‘ANTHOLOGY’ 2에서 가깝게 그리고 좀 더 자연스럽게 만난다.

015B, 그들의 음악에 말을 걸다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고 콘텐츠의 폭넓은 이해를 도모하고자 고양문화재단이 2013년부터 예술인문학 페스티벌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선보이고 있는 ‘말거는 극장’(Talking Theatre)이 올해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그룹 015B와 함께한다. ‘말거는 극장’은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는,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예술을 지향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짧고 우수한 시선집(詩選集)’을 뜻하는 ‘ANTHOLOGY’라는 주제로 관객들을 만난다. 소설가 김영하에 이은 ‘ANTHOLOGY’의 두 번째 주인공이 바로 015B다.

015B는 40대 독자들에게 19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반가운 이름일 것이고, 젊은 층에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O.S.T를 통해 귀에 익숙해진 이름일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해시태그를 건다면 #신해철 #객원가수 #윤종신 정도가 될까?

1990년, 신해철이 속해 있던 그룹 ‘무한궤도’의 몇몇 멤버에 새로운 멤버가 투입되면서 만들어진 그룹 015B는 새로운 시도들로 인기를 얻으면서 1990년대를 대표하는 그룹이 되었다. 마치 암호 같은 그룹명, 정해진 보컬이 없는 ‘객원가수’ 시스템, 감각적이고 세련된 사운드는 그들만의 신선한 매력이었는데, 무엇보다도 솔직하고 섬세한 노랫말은 대중의 지지를 끌어낸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소소하고 보편적이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생각과 감정을 담은 가사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11월 22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진행되는 ‘말거는 극장 – ANTHOLOGY’ 2에서는 오랜만에 만나는 015B와 가깝게 앉아 귀에 익은 노래들을 듣고, 그들과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콘서트가 펼쳐진다.

시대를 앞선, 젊고 영민했던 그룹

015B는 1990년대의 한국 대중음악에 큰 영향을 끼친 그룹이다. 이들은 팝, 발라드는 물론 1990년대 초반으로서는 파격적인 힙합, 하우스 뮤직, 일렉트로닉, 슬로우 랩, 복고, 리메이크 등 당시 유행하는 팝 음악 장르와 스타일을 재빠르게 도입했고, 여기에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와 사회 비판을 넘나드는 날카롭고도 섬세한 가사를 담아 젊은 층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가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처음 015B의 정규멤버였던 4명(정석원, 장호일, 조형곤, 조현찬)은 각자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에 취미로 음악을 하기로 하고 앨범을 냈으나, 윤종신이 부른 「텅 빈 거리에서」가 예상치 않게 인기를 끌어 2집이 나오게 되었다. 2집 앨범의 타이틀 곡인 「4210301」은 환경문제를 다룬 곡(1991년에 환경에 대한 대중가요를 만들었다니 그것만으로 앞서갔던 뮤지션임은 분명하다)으로 노래 제목이 당시 환경청 전화번호였는데, 환경청에 전화가 폭주하는 바람에 결국 번호를 바꾸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 앨범에 수록된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모든 가사가 슬로우 랩으로 이루어진 당시로써는 매우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였고, 「이젠 안녕」은 온 국민의 노래방 엔딩 송으로 사랑받기도 했다.

015B 대표곡 중 하나로 꼽히는 3집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한국 하우스 뮤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평가받았으며, 4집의 「신인류의 사랑」은 TV 출연 없이도 ‘가요 TOP10’에서 5주 연속 1위를 하여, 골든컵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1994년에 발표한 5집에서는 조용필의 「단발머리」와 나미의 「슬픈 인연」을 새롭게 해석한 리메이크 곡으로 한국 가요계에 리메이크 바람을 몰고 왔다. 이렇듯 015B는 시대를 앞선 행보를 이어갔다.

더 좋은 남잘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망설이니.
그러면 그는 이 세상에서 너보다 더 좋은 여자가 없을 것 같아 너를 사랑하겠니.”

– 2집의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운데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약속을 하고. 서로를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을 하지.
가끔씩은 서로의 눈 피해 다른 사람 만나기도 하고. 자연스레 이별할 핑계를 찾으려할 때도 있지.”

– 3집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가운데

 

주위를 보면 나보다 못난 남자들이 다 예쁜 여자와 잘도 다니는데 나는 왜 이럴까.”

– 4집의 신인류의 사랑가운데

 

알고 있니. 우리가 나눴던 추억 속에 가끔은 웃음 짓지만, 따사로운 매년 이맘때쯤 서러움에 눈물도 흘린다는 걸.
지금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도 가슴 한편에 묻어둬야 해.”

– 3집의 512가운데

 

얼리어댑터 전화기는 사과표, SNS는 짹짹이 인맥 쌓긴 얼굴책, 스마트한 세상 잘 살아보세.
가족사랑은 어찌나 극진한지 약속한 당일만 되면 어머니가 아프고. 중요한 가족모임 생겼다 하네.
대문을 장식하는 음악은 간지 나는 팝. 브런치 먹으면 꼭 올려줘야 해. 커피 한잔 사들고 시크한 시티 라이프. 그래 진짜 니 정체는 뭐니?”

20th Century Boy고귀한 씨의 달콤한 인생가운데

 

세상이 나를 따르지 않아도 괜찮아. 바다표범이 날 잡아먹을 수 있어. 발명가 만든 작품을 상인이 평가해. 이러네 저러네 값을 매기고 지적하네.
기억해, 바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어. 몰라주면 어때. 이상한 놈이 되겠어.”

New Edition 04첫 펭귄가운데

대한민국 최초의 보컬 없는 그룹

밴드나 그룹에 있어서 꽃이자 중심은 노래를 부르는 보컬이었던 당시, 015B는 그룹 내에 ‘리드 보컬’이 따로 없다는 사실로도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객원가수’라는 단어를 앨범에 처음 쓴 것이 바로 그들로, 보컬을 음악을 완성하는 악기라 생각하고 노래의 특성에 맞는 여러 가수를 기용했다. 이는 이후 TOY(유희열) 같은 프로듀서 중심 뮤지션이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015B의 객원 보컬을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된 대표적인 가수가 바로 윤종신인데, 윤종신이 곡마다 다른 보컬이 부른 노래를 발표하는 ‘월간 윤종신’도 이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객원가수 윤종신이 큰 인기를 얻은 후 김태우, 김돈규, 이장우 등이 015B를 통해 데뷔해 주목을 받았고, 신인 뿐만 아니라 신해철, 이승환, 조규찬, 김형중 등 이미 자신의 입지를 가지고 있던 가수들도 015B의 객원 보컬로 많이 참여했다.

2006년, 10여 년 만에 발매한 7번째 정규앨범 『Lucky 7』에는 박정현, 클래지콰이의 호란, 요조, 다이나믹 듀오가 참여했으며, 2011년에는 포미닛, 용준형 등 아이돌 가수들이 객원가수로 기용된 EP 앨범 『20th Century Boy』로 화제를 모았다.

015B는 2018년에도 신곡 시리즈 『New Edition』을 꾸준히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음악에 맞는 목소리가 있다면 기성 가수, 신인, 연습생,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함께할 것이라는 그들은 시리즈의 첫 곡 「상수역 2번 출구」에 참여한 장재인 이외에는 열두달의 멤버 나율을 시작으로 유라, 김재우, 헨지까지 경력이 없거나 적은 신인들을 발굴해 작업하고 있다.

015B의 음악은 여전히 젊다. 사운드가 그렇고, 가사가 그렇고, 또 목소리가 그렇다. 1990년대의 향수가 아닌 신선함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고집스럽거나 낯설지도 않다. 이것이 그들의 새 노래가 나올 때마다 기대되는 이유다.

 

글. 김도란(객원기자)

2018 예술인문학페스티벌
<말거는 극장> ANTHOLOGY-2, 015B

일 시  11.22(목) 7:30pm

장 소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출 연  015B(장호일), HEX 외

관람료  전석 5천원

대 상  초등학생 이상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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