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욱의 ‘감정’, 양기진의 ‘무의식’
주세균의 ‘언어’, 최영빈의 ‘경험’
작가 서현욱의 작업은, 우리의 감정은 경험과 연관이 없을 수도 있다는 가설에서 시작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디지털의 힘을 빌려 관람자의 뇌파를 유도하고 특정한 감정 상태에 진입시킨다. 작가는 이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경험과 감정의 연결고리를 끊고, 이를 경험한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의 인과관계에 대해 의문을 만들고자 하였다. 감정이란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느끼는 것이지만, 작가는 디지털이 모든 것을 축약하고 언제든 꺼낼 수 있게 만든다고 여긴다. 온라인상의 사진과 동영상 텍스트로도 쉽게 감정이 공유되는 지금의 상황을 압축적인 작품으로 제시하고자 하였다.
작가 양기진은 무의식 속의 이미지를 10m 크기의 대형 드로잉으로 제시한다. 작가는 “그리기 행위를 통해 나의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사고 너머를 경험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특정 선을 반복하여 긋거나 점을 찍으면서 흰색의 평면은 점차 채워져 나가고, 이는 유기적인 형태로 마치 자연의 어떤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우연성, 개방성, 가변성을 전제로 작업을 진행하며 이는 끊임없이 확장된다. 이미지의 흐름을 따라 선들의 관계 속에서 또 다른 새로운 이미지가 탄생되며, 이는 또 다른 작품으로 이어지게 된다.
작가 주세균은 ‘언어’, ‘의미’, ‘정의’의 불안정성에 대해 탐구한다. 기표와 기의의 관계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사항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나의 단어를 말할 때 누구나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 있다. 작가는 기존에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준’에 대한 ‘지성’과 ‘현실’의 ‘현상’이 접점으로 교차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작가는 기표와 기의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작업으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번 신작에서는 의성어와 의태어인 ‘쿵’, ‘쾅’, ‘펑’ 이 세 가지를 이용하여 건물의 일부인 벽과 기둥 그리고 장식대를 만들었다. 작가는 건축적 견고함에 말이 가지고 있는 다의성 혹은 불완전함을 병치시키는 방법으로 이를 표현하고자 하였고, 소리의 불안정함과 건축의 견고함 사이를 배회하며 걸으면서 관람객이 이를 몸소 느끼도록 하고자 하였다.
작가 최영빈은 어느 시점에서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것을 회화로 기록한다. 그는 설명할 수 없는 것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람을 앞에 두고 있거나 관계를 맺어야 할 때, 몸이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것의 느낌 자체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몸의 감각에 집중하기도 하고, 어떤 것을 봤을 때 느끼는 자극에 대해 반응하고 그 시점에서 경험하는 것, 자극 받은 것에 대한 반응을 토대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 작가는 “이동하며 직접 걸으며 지도를 그리듯, 경험하는 동안의 시간을 기록하는 그림을 그리며, 내가 살아온 구체적인 시간이 보편적인 언어를 획득하지 않고도 여전히 이해 받을 수 있을지를 질문하며 계속 그리고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