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게 다가와 예술을 이야기하는 미술관

2018 문화가 있는 날
2018년 11월 12일
유익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가득
2018년 11월 12일
52018년 11월 12일
예술책 읽기 프로젝트 5기
채효영 <악의 이미지> 함께 읽기

아람미술관은 지난 5월부터 ‘2018 책의 해 특별기획전 – 예술가의 책장’(2018.12.19~2019.03.24) 연계 프로그램으로 ‘예술책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예술과 관련된 주요 도서를 선정해 함께 읽고, 해당 도서의 저자나 전문가를 초대해 강의를 들으며 인류의 지적인 통찰을 담아내고자 하는 ‘예술’이 ‘책’과 갖는 긴밀함을 알아본 것이다. 10월 20일부터 11월 10일까지 ‘채효영 <악의 이미지> 함께 읽기’라는 주제로 진행된 ‘예술책 읽기 프로젝트’ 5기를 끝으로 프로젝트의 긴 여정은 마무리되었다. 5기 수업의 참여자 홍유경 씨로부터 이 프로젝트에 대한 소회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인간의 본성과 모순, 그로 인한 비극

사실 가을과 강의실은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닙니다. 가을은 강의실 벽과 담장너머 깊고 화려한 색의 향연으로부터 눈을 돌리기 힘든 계절이기 때문이죠. 네모난 공간에 머물러 있기엔 가을은 너무나 유혹적인 시간입니다. 그렇게 주말마다 가을의 속살을 만나러 산과 바다로 다니던 중이었습니다. 지인으로부터 미술사 관련한 좋은 강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고양문화재단에서 시민을 위해 준비한 ‘예술책읽기 프로젝트’라며 함께 수강하자는 지인의 권유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나들이로 가을의 외연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숙성과 결실’이라는 가을 내면의 속성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토요일 아침 10시 꽤 이른 시간임에도 고양아람누리 아람마슬의 음악감상실에는 50여 명의 참가자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악의 이미지> 함께 읽기’라는 주제로 채효영 선생님이 풀어주시는 미술사 강좌였는데, 작품에 얽힌 서양문화의 광기와 욕망, 악의 이미지를 살펴보는 강의였습니다. 인간의 삶을 제한하는 관습과 규제, 그것을 반영하거나 혹은 그에 저항하여 자유정신을 보여주는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를 살펴봄으로써 왜 자연과 여성이 악의 원천으로 간주되었는지를 고찰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다른 공부 모임에서 그리스로마 신화, <일리아스> <오딧세이아> <변신이야기>를 거쳐 현재 단테의 <신곡> 수업을 듣고 있는 중이었기에, 내용이 연계되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서양문화가 보여주는 세계관은 이분법적 세계관입니다. 인간과 자연, 정신과 육체,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는 이분법의 세계에서 인간은 자연(여성)을 정복 또는 배척의 대상으로 여깁니다.

예측 불가한 자연은 통제가 불가능하므로 타자이고 공포의 대상인 것처럼 남성 중심 문화 속 여성도 그러한 존재인 것이었죠. 여성을 통해 가능했던 섹스와 생식은 인간이 자연에 속해 있다는 결정적 증거였기 때문입니다.

10월 20일부터 11월 10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펼쳐진 총 4회의 강좌를 들으면서 저는 인간 심연에 잠재된 본성과 모순, 그것에서 기인된 비극의 원형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인류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외국인·여성 혐오, 전쟁과 학살의 근원적 공포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서양예술에서 자연과 여성은 왜 악의 이미지로 여겨졌을까? ‘예술책읽기 프로젝트 5기’ 의 수업 모습(좌)과 에두아르 마네의 「올림피아」 (우)

예술이란 우리 정신의 밥과 같은 것

이 유익한 강좌는 5월부터 시작된 ‘예술책 읽기 프로젝트’의 마지막 회기였습니다. 앞서 4회기에 걸쳐 하이데거 <예술작품의 근원>, <흥-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강의> 등 4권의 예술책을 교재로 전문 강사들을 모셔 알곡지게 진행했다니, 이미 놓친 강좌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반가운 것은 이 강의가 단순히 강의실에서의 일방적인 수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2월에 오픈하는 2018년 책의 해 특별기획전 ‘예술가의 책장’과 연계된 프로그램의 하나라는 점입니다. 미술관의 전시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사전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상호소통을 통해 시민과 눈높이를 맞추고자 하는 고양문화재단의 성의 있고 진화된 기획의도가 돋보였습니다. 더구나 다섯 회기로 구성된 강의의 마지막 수업마다 퍼포먼스, 음악 연주, 춤, 연극 등 다양한 형태의 예술 공연이 어우러지는 형식을 도입하여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시민의 예술적 갈증을 해소시켜 주고자 하는 시도가 좋은 것 같습니다.

예술이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이기에 정신의 밥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예술 활동을 통해 팍팍한 현실을 이겨낼 정신적 자양분을 공급받습니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간식 같은 존재가 아니라, 꼭 섭취해야 하는 필수영양소 말입니다. 문화예술이란 그런 중요한 것이기에 시민을 위한 공공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고양문화재단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12월과 내년 3월까지 이어질 기획전 ‘예술가의 책장’과 특별전 ‘책의 초상’도 설레는 맘으로 기다려봅니다.

 

글. 홍유경(고양시민)

‘예술가의 책장’ 展

우리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책’과 ‘예술’을 주제로 두 장르의 관계성을 살피는 전시. 특히 예술가의 개념과 주관성이 강조된 현대미술에서 책이 갖는 의미를 고찰한다. 관객들이 책을 읽듯 그림을 감상하고, 또 그림을 보듯 책을 읽도록 구성하여 공동체의 새로운 미술개념을 제시한다. 참여작가 : 노순택, 박지나, 서용선, 원성원, 유창창, 이혜승, 정희승.

‘책의 초상’ 展

‘책의 초상’은 본 전시인 ‘예술가의 책장’ 내에 구성되는 특별전시로, 책을 초상화처럼 촬영한 36점의 사진작품과 관련 책들이 전시된다. 이 공간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출판부에서 북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창재 선생의 기획으로 함께 구성하게 되었다. 그는 36점의 주요 서적을 선정해 글을 썼으며, 두 명의 사진작가 노순택과 안옥현이 해당 책의 사진을 찍었다. 이 결과물은 2019년 단행본으로 발간할 예정이며, 이번 특별전에서 미리 만나볼 수 있다.

2018 책의 해 특별기획전
예술가의 책장’ & ‘책의 초상

기 간  2018.12.19.(수)~2019.3.24.(일)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문 의  (031)960-0180, 1577-7766 / www.artgy.or.kr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