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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경기유망작가(신진) 생생화화 : 生生化化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 전문예술 창작지원사업 ‘2018 경기유망작가(신진) 생생화화 : 生生化化’는 경기문화재단과 고양문화재단이 경기도에서 각광받고 있는 유망작가들을 선정하고, 그들이 새롭고 도전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그 작업의 결과를 함께 나누는 전시이다. 김상균, 문소현, 박미례, 빈우혁, 서현욱, 양기진, 주세균, 최영빈, 최하늘, 한석경, 한성우 등 총 11명의 작가들이 올해의 유망작가로 선정되어 새로이 작업을 전개했다. 작가들이 이번 신작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Beyond thinking 생각을 넘어’라는 이번 전시의 주제처럼, 보통 사람들의 생각 너머에 있는 작가들의 메시지를 찾아 전시평을 살펴보고자 한다. 11명 작가에 대한 11편의 전시평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편집자주]

작가 김상균

김상균_ 「Are You Lonesome Tonight」, oil on canvas, 227.3×545.4cm, 2018

김상균에게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지와 이미지의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이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들의 절충이 아니다. 오히려 이미지와 이미지, 면과 면, 선과 선, 색과 색 들을 구분하는 경계 지점들 그 자체에 집중한다.

(중략)

그렇기에 그는 다양한 방식과 이미지들이 동시에 드러나는 그의 풍경에서 보여지는 모든 요소들의 틈, 사이, 경계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드러내고자 하였으며, 이는 순간적이며, 지금 현재에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것들을 고정된 회화에서 다루기에는 당연하게 불편함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결국 김상균이 말하는 불편함이란 작품의 생성의 과정 속에서 끊임없는 타협 결과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그의 작업의 원동력이자 지속적으로 가지고 가야 할 화두로 보인다.

신승오(페리지갤러리 디렉터)작가 김상균 작품평가운데

작가 문소현

문소현_ 「불꽃 축제_모닥불 주변의 춤꾼과 가수」, HD영상 43인치 TV, 2018

신체를 소재로 한 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그 출발을 자서전적 방식에서 찾았던 데 반해, 문소현은 포스트디지털 환경과 신자유주의 도시 문제에서 출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집중하는 인간 형상을 사용한 예술의 목적은 인간주의적 질서로의 회복이 아니다. 오히려 사적인 삶과 공적인 삶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와 그로 인한 무질서함이 만들어낸, 전통적 맥락에서의 인간성이 파괴된 지금의 상황이다. 스펙터클의 사회가 가져온 압력으로 인해, 인간의 경험이 모든 지점에서 뒤섞이게 된 상황을 드러낸다. 문소현의 작업에서는 신체의 구멍에서 토하듯 쏟아내는 분비물의 형상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억압된 내면, 파괴된 인간, 그 형상의 재현물일지 모른다.

양지윤(대안공간 루프 디렉터)작가 문소현 작품평가운데

작가 박미례

박미례_ 「무작위의 기술」(Random Drawings), 캔버스에 유채, 205×107cm, 2018

작은 물질이 모여 구름이 되고 바다가 되며 이것이 파괴력을 지닌 강력한 존재는 신비로우나 그만큼 섬뜩하다. 야경꾼은 침묵의 밤 위에 별자리를 그리고, 도심 속에 홀연히 나타난 산양이 화면 안에 들어와 절벽 위에 애처롭게 서 있기도 하며, 뿔 달린 초식동물이 자기 영역을 지키려 경쟁하는 순간이, 서로 지지 않는 듯 화려하게 피어오른 꽃들은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생의 처절한 몸부림과 삶의 의지를 인간의 관점에서 내려다보았던 작가의 동정 어린 시선과 태도는 자연 속의 하나의 개체 중 일부가 되어 세상을 올려다본다. 이를 바라본 관람자 또한, 각각의 그림의 사연을 다 알지 못해도 그림과 그림 사이 속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입히거나 감정을 이입하게 될 것이다.

이연주(청주시립대 청호미술관 학예사)작가 박미례 작품평가운데

작가 빈우혁

빈우혁_ 「라이브-월-리버리 15」(Live-Wall-Revery 15), 캔버스에 유채, 195×350cm, 2018

그가 벽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이유로든 꾸준히 바라보게 된 고정된 대리석 벽이 가지고 있는 불규칙한 문양에서 발견되는 추상성에 매료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금까지 그가 그려왔던 풍경에서도 충분히 사용해왔던 목탄으로 그려진 선들이나 색의 사용들, 붓의 움직임들이 반복적으로 자연스럽게 쌓여가면서 획득한 회화적 전이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중략)

그렇기에 그에게 대리석 벽이라는 소재는 단단한 형태의 물성과 동시에 다채로운 유동적인 표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그리고자 하는 대상으로 인지되었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눈으로 살피고 손으로 고정시킨 드로잉은 한국에서 제작하는 작업에서 하나의 새로운 모본으로 가능할 것이라 판단하였던 것 같다.

신승오(페리지갤러리 디렉터) 작가 빈우혁 작품평가운데

작가 서현욱

서현욱_ 「Best Service」, 천으로 씌워진 나무 프레임, 100×100×160cm (3EA), 2018

서현욱의 더 베스트 서비스(The Best Service)는 아이도저(I-Doser)와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된 3개의 음원을 소개한다. 3개의 사운드는 이는 각각 성적 오르가즘, 단전호흡, 행복을 전달하는 사운드다. 내부는 커다란 꽃무늬를 비추는 푸른 불빛이 배치된다.

(중략)

서현욱의 작업은 불확실한 현재와 다가오는 미래에 예술은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현재 세계는 또 다른 차원에서 개인들을 불확실한 사회로 몰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간의 단절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그러하기에 누군가는 한밤중 컴퓨터 모니터에 비치는 연필 긁는 소리를 담은 유튜브 동영상을 혼자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현욱은 4차 산업혁명이 내재할 수밖에 없는 인간간의 소통의 단절이라는 사회 현상에 대해 질문을 한다.

양지윤(대안공간 루프 디렉터)작가 서현욱 작품평가운데

작가 양기진

양기진_ 「In the Shadow」, 트레팔지에 잉크, 210×1000cm, 2018

추상성과 구상성의 경계에서 찰나에 숨겨져 있는 시간성의 거대함을 묵묵히 마주보며 작품 세계를 발전시키고 있는 양기진에게 있어, 객관적 시간성에 대한 외면은 물론 관객과 작가들의 주관적 시간들의 동기화조차 거세된 공간은 앞으로 그녀가 마주하게 될 또 다른 황폐한 대지 그리고 검은 심연일지 모른다. 순간이라는 추를 도구삼아 지금이라는 환영의 판에 박제된 오브제들의 거나한 향연이 지속되고 있는 지난 수년간의 미술계에 있어, 이번 전시를 통해 양기진의 풍성한 시간의 겹이 이뤄낼 새로운 동기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정필주(갤러리 JAC 큐레이터)작가 양기진 작품평가운데

작가 주세균

주세균_ 「쿵, 쾅, 펑 시리즈 2」, 나무, 벽돌, 200×130cm (가변설치), 2018

2015년부터 시도한 기존 “Jar Series”의 연장으로 이번 전시에서도 주세균 작가는 텍스트를 이용한 이미지의 표현에 집중하여 의성어와 의태어가 혼재 된 현상을 작품에 표현하였다. 순전히 가시적인 측면에서 이번 작품을 관찰해 보면 건축적인 접근을 했으며 작가가 예전에 했던 민국기, 세계지도시리즈처럼 지속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비교하는 동시에 편안한 것과 불편한 것을 개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테리어(interior)가 아닌 엑스테리어(exterior)에 집중했으며 여기에 의성어와 의태어를 담아 작품이 오독 되도록 개념적 확장을 했다고 할 수 있다. “, , 무언가가 폭발하고 터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작품은 절제되고 구조적으로 설치되어 관찰자에게 의문을 심어준다고 할 수 있다.

작가 주세균 작품평가운데

작가 최영빈

최영빈_ 「감출 수 없는」(Unconcealable You), 캔버스에 유채, 100×100cm, 2018

최영빈의 추상회화는 비진리(환상), 형상(추상)으로 관람자인 나와 비평가인 나를 자유롭게 한다. 미와 진의 대립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예술을 분석하는 자가 아닌, 예술 속에서 나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깨닫게 하는 듯하다. 그림의 선과 형을 따라 분석하고, 비평하고자 했을 때, 흩어지는 작업의 내면과 사유의 깊이는 길을 잃은 당황스러움 보다, 길을 잃어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그래서 최영빈의 추상회화는 자기 분석으로 인한 표현으로써 그리기가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제 그녀는 시작과 끝을 이어가는 예술 충동들을 받아들이고 그림을 그린다. 예술, 그것의 근원인 충분한 자유는 텅 빈 화면 속에서 말과 행위, 꿈과 현실, 환상과 추상들을 억압 없이 욕망하며, 드로잉으로부터 습작되어 완성되어가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사물과 표현의 알레고리를 매듭짓지 않고, 화가의 쾌()를 표현한다.

미술비평가 성원선의 작가 최영빈 작품평가운데

작가 최하늘

최하늘_「세쌍둥이의 첫돌 Home-video #1」철제 좌대, 나무, 모니터, 스티로폼, 우레탄 등 다양한 재료, 500 x 1000 x 200cm (가변설치), 2018

각각의 세쌍둥이 조각들은 과거의 조각 사조, 그중에서도 서구 모더니즘 이후 전개된 유럽 추상 조각의 역사에서 괄목할 만한 세 작가의 작품을 선정해 변환한 것이다. 공통적으로 이 세 작가는 모더니즘의 우산 아래 조각 매체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평생 지속했으며, 각자의 방식(의인화, 정제, 구축)으로 조각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최하늘의 글은 메니페스토인 동시에 자신의 이전 작업들을 비결정적으로 다시 양육해보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중략)

작가 스스로 몇 년 동안 해왔던 작업들의 부활을 돕기 위한 연막이기도 한 것이 바로 이번 신작이다. 최하늘은 현재 미래종을 기념비로 제작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래를 재현한다는 이상한 시간 감각에 꽂혀 있다. 그래서일까? 아직 한 살에 불과하다는, 이제 막 태어난 조각 세 쌍둥이는 이미 수 십 년 후까지의 일생이 결정되어 있다. 정해진 미래에 관하여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것처럼 낯설게 살아내야 하는 의무가 최하늘의 조각상에는 있는 것이다.

큐레이터 현시원의 작가 최하늘 작품평가운데

작가 한석경

한석경_ 「진지하다」, 나무, 페인트, 흙, 시멘트, 철, 트레팔지, 흑연, 종이, 방호벽 수집물, 브라운관 TV, 센서스피커, 빔프로젝트, 500×600 (가변설치), 2018

<진지하다>는 분단의 흐름 위에 있는 우리의 삶과 현실을 낯선 질문들 앞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그것은 한석경이 분단의 밀도와 복잡성을 계속 신중히 마주했기에 가능했다. 최근 예를 하나 들어보자. 지난 2018년 9월 18일에 북한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시민들이 ‘자주 통일’과 ‘평화 번영’을 일사불란하게 외쳤다. 한편 그 당시에 일산 도심에 걸린 여당의 현수막에는 ‘통일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여기저기 달렸다. 사실 ‘자주 통일’이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문구는 70년간 분단된 남한과 북한에게 민족적 클리셰(cliché)가 되어버린 측면이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제 한반도의 분단 문제는 경제적 합리성 외의 출구를 찾기 어려운 상태에 봉착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한석경은 자신의 가족사로부터 이번 작업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미궁에 빠진 남북문제의 밀도와 복잡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진지하다>가 우리를 남북문제에 대한 선입견이나 분단이라는 현실을 경유한 삶의 문제들을 사유할 장으로 이끌었을 때, 그 사유의 장은 결코 분단이 만든 상흔을 얼버무리며 봉합하기 위한 곳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진지하다>는 쉽게 봉합될 수 없는 남북문제를 통째로 인정한 후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미래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장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 미술비평가 홍태림의 「작가 한석경 작품평」 가운데

작가 한성우

한성우_ 「untitled」(work no. 21), 캔버스에 유채, 324.4×781.8cm, 2018

한성우는 이미지의 서사를 다루면서, 의미 없음으로 귀결될 때 남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반문한다. 그는 실패를 전제하고 작업한다.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보지 못할 상상의 장소에 대해 그리며 살과 뼈에 밑줄을 친다. 그가 남긴 메모들이 확신에 차 있었다면 나는 그와 글들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결국 남긴 그림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폭력과 폐허에 천착하는데 이는 외부로부터 가해진 폭력이나 폐허가 아니다. 철저히 자기파괴적인 행위의 목록을 매일 매일 수행하는데 이 목록은 늘 얼룩지고 지워져서 무엇이었는지, 왜 하는지도 잘 모르게 되어버린 더러운 백지라는 역설로만 있을 뿐인데 그저 귀신에 씌운 이처럼 거듭될 뿐이다.

(중략)

로드킬 당한 새로부터 출발한 작년 올해의 시간들에서 그는 그 새를 한 길에 두지 못했었나 보다. 그래서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리고 닦았다. 끼그덕 거리는 소리는 살아있는 새가 움직이는 소리이기도 하고 죽은 새를 염하는 소리일 수도 있다. 어떤 소리이든 한성우는 무목적적 최선을 다했다. 그림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식들로 성과 예를 다했다. 그러니 이제 다시 낮이고 부디 홀가분해지기를 바라며 홀가분해지더라도 마음이 죄스럽지 않기만을 바란다. 한 해가 지났고 한 살을 얻었을 뿐이니까.

큐레이터 김현주의 작가 한성우 작품평가운데

2018 경기유망작가(신진) 생생화화 : 生生化化
‘Beyond thinking 생각을 넘어

기 간  ~12.2(일), 월요일 휴관

시 간  10:00am~6:00pm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입장료  일반 5천원, 청소년(만24세 이하) 및 어린이 4천원

문 의  (031)960-0180,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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