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노래가 다르지 않은 영혼의 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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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아람누리 송년콘서트 ‘장사익 소리판 – 희망 한 단’

자신을 만나러 온 이를 고무신 신은 발로 골목 어귀까지 마중 나온 한 할아버지가 있었다. “굽이굽이 찾아오느라 힘들었겠다”고 했다. 함께 걷는 길목에 핀 꽃들을 보면서는 “이 꽃들이 피고 지는 걸 보면 하루가 어찌 가는지 모르겠다”며 주름 가득한 얼굴에 함박웃음을 실었다. 덕분에 포근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나누었던 서너 해 전 기억엔 지금도 온기가 가득하다. 그 누구의 세월이라도 가만히 끌어안고 함께 웃어주는, 때로는 함께 울부짖는 영혼의 소리꾼 장사익이 오는 12월 29일(토)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을 찾는다. 2018 아람누리 송년콘서트 ‘장사익 소리판 – 희망 한 단’에서 그는 힘겹게 살아낸 우리네 고단함을 풀어내고, 새해 희망의 소리도 전할 예정이다.

“다른 이들이 노래하며 인생을 살았다면, 난 인생을 살고 노래를 했다”

올해 장사익은 아홉 번 째 정규 앨범 『자화상』을 발매했다. 시인들의 시구에 음을 실어 온 그는 이번엔 윤동주의 「자화상」을 노래했다. 7분이 넘는 이 곡에서 장사익은 스물 셋 청년 윤동주가 마주했던 외딴 우물을 가만히 들여다본 듯하다. 우물에 비친 70년 자신의 인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미웠을까, 가여웠을까. 평소에도 스스로를 낙천적인 성격이라 칭하며 노래하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크다 했으니, 소리꾼으로 산 25년은 기쁨으로 비춰지지 않았을까.

칠순을 맞은 그가 데뷔 25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놀랄 수도 있겠다. 45세, 많은 이들이 ‘꿈’이나 ‘도전’ 같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길 그 때에 장사익은 “딱 3년만 음악을 해보자”고 덤벼들었다. 그 이전의 시간은 참으로 고된 인생이었다. 충남 홍성에서 7남매 중 맏이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상고에 진학해 졸업한 후, 소리꾼 인생을 걷기 전까지 무려 열 다섯 가지 직업을 전전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딸기장수, 보험회사 직원, 외판원, 카센터 직원 등을 거쳤는데, “다른 이들이 노래하며 인생을 살았다면, 난 인생을 살고 노래를 했다”는 그의 회고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장사익은 태평소, 대금, 피리 등을 배우며 노래에 대한 끈은 놓지 않았다. 당시 다니던 직장과 가까운 곳이었던 종로의 한 가요학원에서 발성 등 가수가 되기 위한 기술적 부분을 3년간 교육 받기도 했다. 군 문선대에서의 활동, 어린 시절 동네 뒷산에 올라 오랜 시간 웅변 연습을 하며 목청을 틔운 것 등 고생인 줄만 알았던 돌고 도는 길은 결국 소리꾼으로 크기 위한 자양분이 되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하여가」 라이브 공연에서 태평소를 연주하는 장사익

장사익 「찔레꽃」 (EBS ‘SPACE 공감’ 가운데

끝내주게 태평소 부는 사람의 「하여가」 연주

“사람에겐 이상과 현실이 있는데 어느 순간 현실을 버리고 이상을 택했다”는 그가 40대 중반에 손에 든 것은 태평소였다. 이것만 파도 먹고 살진 않겠는가, 했는데 고향에서 ‘양장구’라 불리며 장구로 유명했던 아버지의 피가 그에게도 흐른 까닭일까, 유년 시절 동네 아저씨의 태평소 소리가 깊게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장사익이 속한 농악패는 2년 연속 전주대사습놀이 장원에 오른 후 KBS국악대상 대통령상과 금상을 또 2년 연속 수상했다. 이후 그는 사물놀이패 ‘이광수와 노름마치’에 들어가 ‘끝내주게 태평소 부는 사람’으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마지막 축제 Live’  공연에서 「하여가」의 태평소를 연주한 이가 바로 장사익이다.

이때 지인들은 연주뿐만 아니라 그의 노래도 알아보았다. 사물놀이 공연 후 뒤풀이 자리에서 그는 태평소 대신 목청소리를 시원하게 뽑아냈다. 1994년 그날도 공연 후 지인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피아니스트 임동창의 반주에 맞춰 「대전블루스」 「봄비」 등을 불렀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주변의 권유와 권유에 1994년 11월 신촌의 1백 석 규모 소극장에서 이틀만 공연을 해보자 했는데, 8백 여 명이 몰려들었다. 그 이후 녹음한 첫 앨범 『하늘 가는 길』이 1995년 발매되면서 소리꾼은 장사익의 마지막 ‘업(業)’이 되었고, ‘장사익 소리판’은 전국을 누비고 세계로 나아가는 그의 공연 브랜드가 되었다.

힘겨운 날들 훌훌 털고 애써 웃어 보이는 얼굴, 바로 그 소리

장사익을 잘 모른다면 그가 부르는 시의 영역을 판소리 정도로 한정하여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의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들어봤다면 국악 뿐 아니라 재즈, 클래식, 대중가요까지 음악의 장르와 요소를 경계 없이 오고 가며 자신의 목소리로 엮어내는 장사익에 놀랄 것이다. 장르가 무엇이든 간에 음과 가사에 영혼을 자유로이 실은 까닭이다. 장벽 없이 대중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동시에 곡의 정서를 배가시키는 놀라운 편곡은 장사익이 부르는 대중가요의 품격을 더욱 높인다. 「대전블루스」에서 ‘잘 있거라, 나는 간다’는 그의 절절한 목소리와 함께 이별의 쓰라림을 풀어내는 건, 쓸쓸한 발걸음 같은 기타와 더블베이스의 뚱땅거림이다. 아련한 피아노 선율은 적적히 돌아서는 이별자의 그림자를 토닥인다.

대중가요 뿐 아니라 그는 평소 시집을 가까이 두며 시에 운율을 붙여 자신만의 노래로 만드는데 이번 새 앨범에서도 윤동주의 「자화상」 뿐만 아니라 허영자의 「감」, 기형도의 「엄마 걱정」, 곽재구의 「꽃길」이 노래로 탄생했다. 앨범 수록곡 대부분을 장사익이 작곡하는데, 1집에 실린 「찔레꽃」 등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노랫말과 음에 실어 내며 작사와 작곡에도 탁월한 창작자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장사익의 소리를 ‘한(恨)’이라 칭하는 이들이 많다. 장사익 스스로도 젊은 날의 말할 수 없는 고생이 지금의 노래를 만들었다 말한다. 하지만, 장사익의 소리는 원망 가득한 ‘한’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지만 그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힘겨웠던 날들의 자신과 이웃을 토닥이며 훌훌 털고 애써 웃어 보이는 얼굴이 바로 장사익의 소리다. 한국의 정서와 통할 수밖에 없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이며 감정의 정화(淨化)다. 그의 노래 가운데 위로에 관한 노래가 특히 많은 것도 그 까닭이겠다. 실제로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나 유명인사들의 장례식장에서 노래로서 떠나는 고인을 안으며 슬픔을 달랬다. 얼마 전에는 친동생이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동생만을 위한 작은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삶과 노래가 다르지 않은 장사익의 모습이겠다.

이번 고양아람누리 공연은 새 앨범의 수록곡은 물론 「찔레꽃」 「대전 블루스」 「봄날은 간다」 「님은 먼곳에」 등 장사익의 대표곡으로 가득 채워져 더욱 기대가 된다. 올해 새 앨범 『자화상』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우리 모두의 인생을 돌아보는 ‘자화상 七’ 전국 투어 공연 중인 장사익이 고양에서 나눠줄 ‘희망 한 단’에는 어떤 힘이 실려 있을까.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음악감독 정재열을 비롯해 트럼펫, 베이스, 피아노, 드럼 등으로 구성된 밴드는 젊은 관객들의 마음도 사로잡아 왔으니 한 해를 떠나보내는 12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위로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이번 소리판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글. 황선아(공연칼럼니스트)

2018 아람누리 송년콘서트
장사익 소리판 희망 한 단

일 시  12.29(토) 6:00pm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대 상  초등학생 이상 (미취학아동 입장불가)

관람료  R석 9만9천원, S석 8만8천원, A석 5만5천원, B석 4만4천원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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