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의 멋과 민화(3) – 민화의 개념과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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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의 개념과 특징부터 다시 한 번 살펴보면서,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님의 글을 다음달까지

2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생활 속에 살아있던 그림, 민화  

윤 열 수 (가회민화박물관장)

 

 

집집마다 안방에도, 사랑방에도, 아들방에도 민화  

민화는 20세기 초까지도 생활공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가장 친밀한 그림이었습니다. 집집마다 안방에는 초충도며 화조도가 벽장문을 장식했고 사랑방에는 금강산도, 아들 방에는 약리도며 효제문자도를 걸어 주었습니다. 이처럼 생활 속에 함께 했던 민화의 모습은 여러 문헌을 통해서도 전해집니다.

〈성조가(成造歌)〉또는 〈황제푸리〉로 불리는 무당의 굿가락에는 “도배를 한 연후에 그림 치장이 없을 소냐, 벽장문은 복복자 필통그림, 다락문은 병화(甁花)그림, 대청을 바라보니 부모는 천년수요, 자손은 만세영이라 뚜렷이 붙였구나…….” 라고 하여 집안 곳곳에 공간에 맞게 그림을 붙였던 모습을 전해줍니다. 또한 한양가의 한 대목에 “광통교 아래 각색그림 걸렸구나…..”라고 하여 거리에서 그림을 팔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처럼 쉽게 구해서 생활공간을 장식했던, 쓰임과 뜻이 담겨있는 그림이 바로 민화입니다.

산수-2-024(Kumgangsando,Ink and Light Colour on Silk,110X31X8)

일년내내, 집집마다, 일상의례, 집안 대소사에 늘 함께 한 민화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민화는 한 해를 시작하면서부터 한 해를 마무리 할 때까지 늘 함께 했던 그림이었습니다. 새해 첫 새벽에는 집집마다 크고 작은 문에 각종 신장 그림을 붙여 한 해의 안녕을 빌었으며, 벽장문을 비롯한 크고 작은 문에 붙여 장식하거나 병풍으로 그려져 한옥의 가옥 구조를 보완하며 방안을 장식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특히 병풍으로 그려진 경우는 혼례, 회갑 등과 같이 한국인의 일생의례나 집안의 대소사를 치를 때에도 각각 의미에 맞는 병풍그림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도자기나 가구, 문방구, 돗자리에도 민화의 소재들이 그림으로 장식되었습니다. 이처럼 생활공간에서부터 일생의례에 이르기까지 늘 함께 했던 그림이 바로 민화이고, 우리네 일상생활 곳곳에 놓여 한국인이 살아가는 곳에는 민화가 없는 곳이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조선후기에 성행, 수요 급증, 불특정다수에 대량공급 추정

민화는 대중문화에 아름다운 꽃으로 현재 우리들 주변에 남아있는 민화 작품들이나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등 민속 관련 문헌 등의 기록, 그리고 역사상의 사회,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민화가 성행하게 되었던 시기는 명확한 연대를 알 수 없지만 대개 조선시대 후기부터라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전하고 있는 민화의 대다수가 조선시대에 제작된 것이며, 조선후기의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엄격한 신분 사회였던 조선사회는 후기로 접어들면서 신분사회가 붕괴되기 시작했고, 양민이나 천민, 상인들은 지금까지 상층 계급에서만 향유하던 문화생활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수요층은 불특정 다수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림은 대량으로 공급되어야 했으므로 값은 떨어지고 본(本)을 만들어 반복적으로 그려 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민화란~? 민화의 개념

 민화라는 용어는 일본의 민예연구가이자 미술 평론가인 야나기 무네요시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그는 1929년 3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민예품전람회에서 ‘민속적 회화’라는 의미로 ‘민화’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1937년 2월, 일본의 월간 <공예>지에 기고한 ‘공예적 회화’라는 글에서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에 의해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 유통되는 그림을 민화라고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의 민화>에서 회화에는 정통회화와 비정통 회화가 있다고 전제하고 “전자는 예술가로서의 화가의 작품을 말하고 후자는 대부분 그림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지 못한 무명화가나 떠돌이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지칭하는 것이다. 전자는 감상을 위해 그린 것이며 후자는 실용성이 수반되는 그림이다. 전자는 같은 그림을 한 장 이상 그리지 않으나 후자는 똑같은 것을 몇 장이나 반복해서 그렸다. 따라서 전자는 창조를 본질로 하고 후자는 서민들의 일상적인 생활양식이나 관습 등과 연관이 있는 것이 많다”고 적고 있습니다.

 

토속신앙과 세계관 반영, 집단적 감수성 표현

민화는 俗, 別畵, 雜畵, 民間畵, 民俗畵, Folk Painting, Folk Art 등의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렇게 여러 가지 이름으로 칭하여 지는 것은 학자들마다 민화를 보는 견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민화는 우리나라의 민화연구가들에 의해 ‘한화(漢畵)’ 또는 ‘겨레그림’등의 호칭을 사용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아직까지 ‘민화’라는 용어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용어정립에 대한 분분한 의견들은 민화의 성격을 규정하는데 큰 의미가 있겠으나 요약해 보면, 민화는 장식적 필요에 의해 그려진 그림으로서 토속신앙과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고, 집단적 감수성의 표현이면서 일정한 본에 의해 반복적으로 그려진 그림인 것입니다.

 

민화, 어떻게 그렸나~? 민화의 특징

조선시대에는 ‘도화서’라는 관청이 있어 그림 그리는 일을 관장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화원이라 불렀는데 이들은 주로 국가나 왕실 사대부에게 필요한 그림을 그렸으며, 한국의 화풍을 형성하고 그 업적을 이어가는 일을 했습니다. 17세기의 정선, 18세기 김홍도 등도 모두 여기에 소속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원초적 심성에 현실적 염원과 절실한 마음을 담은 진실된 그림

일반적으로 민화는 이런 도화서에서 전문적인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 소위 ‘환쟁이’라는 사람들이 그린 그림입니다. 때문에 민화에 나타나는 그림들은 어떻게 보면 엉망진창이고 여백 없이 공간을 꽉 채우듯이 화폭을 가득 메워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렇지만 그 느낌이 정답고 웃음이 절로 나기도 하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달리 말하면 민화에는 인간의 원초적 심성을 자극하여 미소 짓게 하는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민화는 우스개 만화처럼 일부러 사람을 즐겁게 할 목적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고, 생활공간을 아름답게 치장하기 위해서 혹은 현실적 염원을 담아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절실한 마음에서 그려진 진실된 그림입니다.

 

원근법, 입체감, 공간감 무시하는 경우도 ~ 자유로운 시점

민화는 표현 형식에 있어서도 시점이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특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책거리에서 보이는 민화의 특징은 원근법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그림 속 각 사물간의 상호 비례가 무시될 뿐만 아니라 입체감이나 공간감이 무시되고 있습니다. 구도 면에서 보면 민화는 일반적으로 대칭형 구도를 취하고 있는데 어떤 경우는 기하학에서 말하는 합동에 가까울 정도로 좌우대칭형 구도를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민화는 깊이나 입체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평면형 그림으로 보여 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음양오행, 시대적 윤리관에 따라 오방색 등 강렬한 원색 사용

또 민화는 정통 회화와는 달리 강렬한 원색을 주로 사용합니다. 전통회화에서 수묵 위주로 색체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반하여 민화에서는 강렬한 원색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 점을 볼 수 있습니다. 민화는 기본적으로 청, 백, 적, 흑, 황의 오방색을 대상물의 상징성과 관련지어 사용합니다. 즉 민화를 그리는 화가는 대상물의 실제 색깔이나 화면상 색체간의 조화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고, 화가 자신의 기호와도 전혀 상관없이 동양의 전통적 우주 철학인 음양오행의 질서나 시대적 윤리관에 따라 색을 자연스럽게 사용하였습니다.

  (이 글은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150529우리문화의멋과민화전(8)150529우리문화의멋과민화전(25)150529우리문화의멋과민화전(19)

 

서민들의 생활 속에 살아있던 그림, 자유로운 상상의 회화인 ‘민화’를 주제로 한

‘우리 문화의 멋과 민화’展

조선시대의 궁중 회화와 사대부의 그림을 토대로 일반 대중들이 자신들만의 예술 세계로 창조해 낸 민화는 한국적 미의식과 정체성을 대표하는 동시에 독창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현대 미술의 정신과 맞닿아 있는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워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그린 그림인 민화는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러운 면이 존재하지만 표현 형식이나 색채 간의 조화 등에 있어 시대를 앞선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지금의 현대미술에서나 보일 법한 자유로운 시점과 변형된 원근법, 비례감과 입체감의 무시 등이 상당히 전위적이기도 합니 다.

150529우리문화의멋과민화전(42)

이번 전시는 민화에서 주로 그려졌던 소재인 꽃과 새, 동물, 산수, 인물, 문자와 책가 등 모두 여섯 섹션으로 나눠 구성돼 관객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전시를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졌습니다.

150529우리문화의멋과민화전(36)

전시에서는 민화에 내재한 이미지와 색채의 주술성, 힘에 주목한 박생광, 민화가 가진 소재의 해학성과 표현의 자유로움을 추구한 김기창, 유양옥 등을 비롯해 문자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이응노, 남관, 류준화 등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또 십장생의 세계를 몽환적으로 그려낸 오승우, 민화 풍의 풍경 그림을 현대적으로 담아낸 이희중, 김선두, 서은애, 꽃과 새의 풍성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색채에 주목한 김근중의 작품도 선보입니다. 이와함께 플라스틱과 고철 등 새로운 소재로 민화의 해학을 유쾌한 조각으로 표현한 서희화, 민화의 상징성과 이야기 그림의 특징을 따라 지금 우리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홍지연, 책거리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이지숙, 임수식, 김지평 등의 작품이 등장합니다.

부대행사로는 전시 작품을 응용한 만들기, 그리기, 색칠하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나도 작가’ 프로그램과 ‘미니병풍 만들기’, ‘한지 컵받침 만들기’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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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의 멋과 민화전

장 소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전시기간 2015년 5월 29일(금) ~ 9월 20일(일)
시 간 화~일요일 10:00am ~ 6:00pm
입장료 일반 5천원, 청소년 및 어린이 4천원, (20인 이상 단체 1천원 할인)
* 만 2세 이하 65세 이상, 국가보훈대상자 및 장애인 무료
문의·예매 031-960-0180 / 1577-7766 www.artgy.or.kr

 

1 Comment

  1. 이덕성 댓글: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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