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산, 자유를 노래하는 재즈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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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남다르다. 클 웅(雄)에 뫼 산(山), 큰 산이다. 17세에 2년간 출가해 비구니로 수행하던 시절의 법명으로 노래하는 그녀. 넓고 높게 중심을 잡고 서 있어 모두를 아우르고 품어주는 산이라는 그 이름이 자신과 닮았다. 바로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의 이야기다. 큰 산처럼 재즈를 넓게 펴 한국 재즈 대중화에 누구보다 앞장서며 빛을 발하고 있는 웅산이 고양문화재단 아침음악나들이 두 번째 주인공으로 찾아온다.

재즈는 자유, 지금 느끼는 그것이 바로 ‘재즈’

재즈를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감성 충만한’ 발라드, ‘강렬한 비트로 자신을 표현하는’ 록, ‘우아하고 풍부한 선율의’ 클래식처럼 재즈의 특성을 간결한 어휘로 표현하기 어려워서일까.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그간 재즈를 멀리해 온 이들이 있다면 재즈를 이렇게 표현해보자. ‘재즈는 자유’라고.

재즈의 시작을 찾아보면 자유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다. 1900년대 초반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 노예로 끌려온 흑인 조상들의 뒤를 이어 뿌리를 내리고 살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유럽 악기에 아프리카 리듬과 화성, 그들 특유의 정서를 더해 새로운 음악 장르인 재즈를 탄생시켰다. 음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의 독창적인 해석으로 탄생하는 고유의 리듬과 화성이 중심이 되는 음악이 재즈인 것이다.

따라서 재즈는 역사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주되며 사랑 받아온 게 당연했다. 기본 코드를 중심으로 현란한 즉흥 연주를 앞세워 재즈 전성기를 이끌었던 찰리 파커를 비롯해 깔끔하고 절제된 표현의 쿨 재즈, 격렬하고 즉흥성이 더한 하드 밥, 아방가르드 영향을 받아 실험성이 강한 전위 재즈 등이 재즈의 흐름을 이어나갔다.

어떤 리듬과 멜로디도 자유롭게 그러안는 장르, 재즈. 그런 의미에서 재즈는 곧 ‘자유’다.

타 장르와의 결합도 재즈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피겨 퀸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당시 프리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피아노 협주곡 F장조의 작곡가이자 「랩소디 인 블루」, 오페라 <포기와 베스> 등을 쓴 조지 거슈윈은 클래식과 재즈를 더하는 시도로 미국 현대 음악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멤버 중 하나인 빈지노의 군 제대가 화제가 된 국내 힙합 그룹 ‘재지팩트’는 힙합과 재즈를 결합한 뛰어난 완성도의 음악과 명반을 선보이며 젊은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기도 하다. 영화 <라라랜드>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세바스찬은 정통 재즈를 고집하는 반면, 그의 대학 동기이자 성공한 팝스타가 된 키이스(존 레전드)는 새로운 장르, 흐름과 결합하여 시대와 소통하는 재즈를 주장해 둘이 충돌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재즈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곳에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으며, 또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이 없다. 전업 소설가로 활동하기 직전까지 재즈 바를 운영했던 무라카미 하루키도 “모두 좋아해주면 된다, 듣는 사람이 듣고 싶은 걸 마음대로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듯 자신의 생각, 자신의 감성에 따라 탄생하고 향유될 수 있는 ‘자유’의 음악이 재즈인 것이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통, 그녀가 매력적인 이유

웅산 역시 이런 재즈에 사로잡혀 한결 같은 무대를 이어온 뮤지션이다. 그런데 재즈가 그녀의 음악 첫사랑은 아니었다. 신심이 강했던 불교 가족들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기 출가를 2년 만에 스스로 접게 만든 것이 바로 음악이었지만, 검정고시 후 대학에 들어가 그녀가 잡은 음악은 바로 헤비메탈. 대학 록밴드 동아리의 리드보컬로 서며 록이 세상을 지배할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가 우연히 권해준 빌리 홀리데이의 대표곡 「I’m a fool to want you」를 듣고 재즈 속으로 단숨에 빨려 들어갔다.

웅산을 재즈에 빠져들게 한 그 노래, 빌리 홀리데이의 「I’m a fool to want you」

포크 록 그룹 여행스케치 앨범으로 먼저 세상에 목소리를 낸 그녀는 2003년 솔로 1집 『Love Letter』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발매하며 본격 재즈 보컬리스트로의 행보를 시작한다. 2008년 한국대중음악상 2관왕에 오르는 등 국내 재즈싱어로는 드물게 대중들의 호응이 끊이지 않았으며, 한국보다 탄탄하고 두터운 재즈 애호가 층을 가진 일본에서도 일찌감치 그녀를 알아봤다. 일본 최고 재즈 전문지 ‘스윙저널’ 선정 2010년 골든디스크에 이어, 이듬해 일본 ‘재즈비평’ 베스트앨범상, 보컬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한국인 최초로 일본 재즈 명예의 전당이라 꼽히는 블루노트, 빌보드 라이브 등에서의 투어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매력적인 깊은 중저음 보이스를 바탕으로 스탠다드 재즈, 블루스, 펑키, 팝, 클래식 등 폭넓은 장르를 높은 완성도로 선보이는 모습은 웅산이 얼마나 유연하면서도 스케일이 넓은 아티스트인지를 보여준다. 뮤지컬 <하드록 카페>에서 주인공을 맡기도 했고 수많은 드라마, 영화 O.S.T.에 참여해오고 있는 그녀는 2016년 MBC 복면가왕에 ‘보헤미안 랩소디’의 이름으로 출연해 바이브의 「술이야」, GD의 「삐딱하게」를 색다른 버전으로 열창해 많은 이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근엔 라디오 DJ와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의 MC로도 대중과 만나고 있다.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 웅산이 지금껏 살아온 방법이며, 소통이 그녀의 음악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경계를 허무는 의지와 시도는 웅산이 우리와 더욱 친근한 뮤지션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진 타협 없는 자기 관리와 재즈를 향한 끊임없는 탐색이야말로 20년이 넘는 시간 그녀가 동안 탄탄한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재즈계 내에서 보기 드문 싱어 송 라이터로 직접 곡을 쓰고 노래함으로써 자신의 색을 온전히 만들기를 고집하는 그녀는 지금도 한 달 중 사나흘을 빼고는 노래하는 무대에 서거나 그 무대를 준비한다. 해외 공연에서는 어떤 나라든 그 나라의 노래를 제대로 부르기 위해 언어를 배운다는 ‘사서 고생’ 스타일이 웅산을 지금도 빛나게 하는 이유 아닐까..

 

웅산의 대표 자작곡 「yesterday」

재즈 안에서 충만해지는 아침, “열린 마음만 갖고 오세요”

이번 아침음악나들이에서 웅산은 아낌없이 재즈의 맛과 멋을 풀어낼 예정이다. 「Sent for you yesterday」 「I put a spell on you」 「I can’t stand the rain」 등과 같은 스탠다드 재즈의 대표곡들 뿐 아니라 「Nothing compares to you」 「Hey bartender」 등 팝과 블루스의 명곡들이 그녀의 무대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음의 강약 위치를 바꾸는 싱커페이션이나 가사 없는 음절들로 음을 채우는 스캣 등 재즈의 매력 요소들을 자유롭게 펼쳐내는 그녀의 테크닉은 언제나 청중들을 흥분시킨다. 눈을 감고 음미하다 고개를 흔들며 함께 리듬에 몸을 실어 보자.

밴드를 이루고 있는 최정상의 연주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콘트라베이스의 황호규, 기타의 찰리 정, 색소폰의 이인관 등은 이미 너무나 유명한 솔로이스트로서 그 연주 실력을 자랑하며, 트럼펫의 데이먼 브라운(Damon Brown)은 영국 출신으로 유럽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실력파 연주자이자 재즈 뮤지션이다. 쿨 재즈의 대표곡인 「Take five」처럼 실험성이 강한 곡에선 연주자들의 현란한 테크닉이 솔로로, 때론 합주로 펼쳐지는 광경을 놓칠 수 없다. 「Too far」 「Yesterday」와 같은 웅산의 대표 자작곡들과 「봄비」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등 감성을 깊게 건드리는 가요들은 봄날의 따뜻함과 아련함을 함께 실어다 줄 것이다.

글. 황선아(공연칼럼니스트)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하는
2019 아침음악나들이 2 – 웅산 & 프렌즈

일 시  5.30.(목) 11:00am

장 소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

대 상  초등학생 이상 (미취학아동 입장불가)

관람료  전석 2만원

문 의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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