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체코에 대한 애정과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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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고양시교향악단 콘체르토 시리즈 2

지난해 창단되어 클래식 음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고양시교향악단이 올해는 ‘음악을 통한 5개국 유럽 여행’라는 콘셉트로 다섯 편의 ‘콘체르토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0일(토) 독일 주제의 첫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7월 6일(토)에는 체코를 주제로 하는 두 번째 공연을 펼칠 예정.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중 ‘블타바’(몰다우),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 등 조국에 대한 애정과 향수가 가득 담긴 체코 작곡가들의 작품이 연주된다. 특히 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은 지난해 11월에 전곡 드보르작의 작품만 수록한 데뷔 앨범 『Dvořak』을 발매한 김다미가 협연하기로 해 더욱 기대가 크다. 송주호 음악평론가의 ‘2019 콘체르토 시리즈 2’ 프로그램 노트를 통해 체코 음악여행을 미리 준비해보자. [편집자주]

체코의 수도 프라하.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이 바로 ‘블타바’로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두 번째 곡의 소재가 되었다.
약 500년간 강대국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체코는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한 정신이 체코 작곡가들의 음악에도 많이 담겨 있다.

17세기 초 체코는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가 다스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독립된 왕이 존재하는 독립국이었다. 그런데 1620년 백산전투에서 체코의 저항 세력이 패배하면서, 체코는 오스트리아의 한 개의 주로 합병되고 말았다. 그리고 독일어가 공식 언어가 되는 등 문화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러다 19세기에 들어서 체코어와 체코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1862년 11월 프라하에 국립극장이 발족되었다. 이 극장은 민족주의적인 염원을 담아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탄생하였는데, 임시극장으로 지었다가 1881년 마침내 전용 건물을 완공하기에 이른다.

작은 샘에서 거대한 강이 되기까지

스메타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블타바’

이 시기에 활약한 음악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Bedřich Smetana, 1824~1984)는 체코 음악의 진정한 개척자였다. 그는 1866년에 국립극장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취임했으며, <팔려간 신부>(Prodaná nevěsta, 1863~1866) 같은 자신의 체코어 오페라를 상연하는 등 체코 음악의 부흥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이러한 민족에 대한 깊은 애정은 보헤미아의 자연과 신화, 역사를 아로새긴 여섯 곡의 교향시 모음곡 「나의 조국」(Má Vlast, 1874~1879)에서 절정에 이른다.

이 중 두 번째 곡 ‘블타바’(Vltava)는 스메타나의 가장 유명한 곡으로, 우리에게는 독일어인 ‘몰다우’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몰다우는 보헤미아를 세로로 가로지르며 흐르는 큰 강으로, ‘블타바’는 발원지부터 프라하까지 이 강의 여정을 그린다. 플루트가 발원지인 두 개의 작은 샘을 묘사한 후, 클라리넷과 오보에가 합세하며 폭이 커지고 물살도 거세진다. 그리고 비로소 바이올린의 유명한 주제가 나타난다. 초원과 숲에서는 네 대의 호른이 연주하는 사냥꾼들의 나팔 소리가 들리고, 시골 마을에서는 결혼식 축제로 폴카가 한창이다. 강에 달이 비치자, 약음기를 낀 현악기가 보일 듯 말 듯 님프들의 신비스러운 춤을 그린다. ‘성 요한의 급류’에 이르러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혀 큰 소리를 내며 부서지고, 드디어 프라하에 이르면 거대한 강이 된다. 그리고 「나의 조국」 중 첫 번째 곡에서 제시되었던 비셰흐라트 성이 장엄하게 나타난다.

 

스메타나 「나의 조국」 중 ‘블타바’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 연주)

작품 곳곳에 서린 보헤미아의 향기

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 작품번호 53

스메타나의 후계자 중에서는 안토닌 드보르작(Antonín Dvořak, 1841~1904)이 가장 돋보이는 존재이다. 그는 스메타나가 지휘하는 관현악단의 비올라 수석으로 활동했으며, 백산전투를 소재로 한 애국적 칸타타 「백산의 후계자들」(1872)의 성공으로 작곡가로서 인정을 받았다. 스메타나의 오페라에 감명을 받은 그는 체코어 오페라 작곡을 자신의 천직으로 여겼다. 그렇다고 그가 타 문화에 대해 배타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독일 스타일의 고전적인 작품을 작곡했고, 1875년에는 오스트리아 정부 장학금을 받고 작곡가로서의 자립을 할 수 있었다. 이후 브람스의 후원 아래 「슬라브 춤곡 1권」(1878)을 출판하여 큰 명성을 얻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고전적인 바이올린 협주곡(1879~1882)을 작곡하는 등,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했다.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슬라브 춤곡 1권」을 출판해주었던 출판업자 프리츠 짐로크의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바이올린 협주곡을 써주시겠습니까? 진정으로 독창적인 멜로디로 가득한, 좋은 바이올리니스트를 위한 작품이어야 합니다.”

ⓒ Jino Park
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의 해석에 대해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찬사를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7월 6일(토)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펼쳐지는 고양시교향악단과의 협연에 더욱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드보르작은 1879년 늦여름에 작품을 완성하고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제프 요아힘에게 헌정했다. 하지만 줄곧 호의적이었던 요아힘은 정작 악보를 받자 상당한 분량의 수정을 요구했다. 드보르작은 이듬해 5월에 모든 요구를 수용하여 마무리했음을 짐로크에게 알렸다.

“그의 바람에 따라, 한 마디도 남기지 않고 협주곡 전체를 수정했습니다.”

요아힘의 다음 전략은 침묵이었다. 무려 2년이 넘어서야 추가 수정을 요구했고, 드보르작은 또다시 모두 수용했다. 이에 요아힘은 9월에 베를린에서 드보르작을 만나 비공개 무대에서 두 번 연주하고 큰 찬사를 받았는데,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슈만, 브루흐, 브람스 등 거장으로부터 헌정 받던 그가 이제 막 알려진 신진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모험을 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짐로크는 1883년에 악보를 출판했고, 10월 14일 프라하에서 요아힘이 아닌 프란티셰크 온드르지체크에 의해 공개 초연되었다.

이 곡의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드보르작의 개성을 누그러뜨린 요아힘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품 구석구석에서 피어나는 보헤미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이 곡의 독창적인 묘미를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 빠른 1악장은 소나타 형식과 론도 형식이 결합되어 있다. 오케스트라가 힘차게 시작한 후, 독주 바이올린이 목관을 배경으로 차분한 제1주제를 제시한다. 이 주제는 곧 화려하게 변주되면서 음악을 이끌어간다.

제2주제는 멜랑콜릭한 분위기를 띠며,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대위법적으로 화려하게 전개된다. 마지막에 짧은 카덴차와 주제의 재현이 이어지고, 쉼 없이 느린 2악장으로 연결된다. 자유로운 가요 형식을 가진 이 악장은 고요하고 슬픔이 서려 있는 노래 선율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빠른 3악장은 론도 형식으로, 강렬하고 빠른 부분은 뒤쪽에 강세가 있는 체코의 민속무곡 ‘푸리안트’(furiant)를, 서정적인 부분은 슬라브 지역의 ‘둠카’(dumka)를 연상시킨다. 마지막에 이르러 독주 바이올린의 현란하고 화려한 연주로 절정에 이른다.


고양시교향악단 (사진 하경준)

미국 음악에 매료된 체코 작곡가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e단조 ‘신세계로부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드보르작은 1892년 가을 미국 뉴욕의 국립 음악원 원장으로 초빙되었다. 음악원의 설립자인 지네트 서버가 제안한 연봉은 15,000달러로, 당시 재직 중이었던 프라하 음악원의 연봉보다 무려 25배나 되는 거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했던 그는 곧바로 제안을 수락하여 뉴욕행 배를 탔지만, 단 2년 반 만에 돌아와야 했다. 뉴욕 증시의 붕괴로 서버의 집안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봉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먼 타지에서 그는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 1893)와 현악사중주 제12번 ‘아메리카’(America, 1893), 첼로 협주곡 2번(1894~95) 등 대표작들을 줄줄이 탄생시켰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체코 음악과 흑인영가, 인디언 음악이 혼합되어 있는 특징을 보인다. 드보르작은 미국에 입국하면서 ‘흑인영가가 미국 음악의 미래이며 미국적인 음악을 쓰는 데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음악원의 유일한 흑인 학생인 해리 벌레이를 자주 집으로 초청하여 흑인들의 노래를 듣고 채보하기도 했다.

1893년 여름휴가를 보내며 우연히 들은 인디언 음악도 그를 매료시킨 미국의 음악이었다. 하지만 그는 인용하기보다는 그 스타일로 새로운 선율을 만드는 것을 선호했다. 교향곡 ‘신세계로부터’에 대해서 드보르작은 이렇게 언급한 적이 있다.

“내가 인디언이나 미국의 주제를 인용했다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 나는 미국의 국민음악이 가진 정신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고양시교향악단의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 (사진 하경준)

이 곡은 뉴욕 필하모닉의 위촉으로 작곡되었으며, 그 해 12월에 안톤 셰이들의 지휘로 카네기홀에서 초연되었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으로, 첼로와 목관에 의해 어스름한 분위기의 서주로 시작한 후, 호른이 펼친화음을 오르내리는 첫 주제를 연주한다. 제2주제는 플루트에 의해 잔뜩 긴장을 머금고 조심스럽게 제시된다. 그런데 제1주제를 뒤집고 조성을 G장조로 바꾼 플루트의 제3의 주제가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2악장에서는 관악기의 따뜻한 서주 후에 유명한 주제가 등장한다. 이 선율은 오보에보다 길이가 조금 더 길고 목가적인 음색을 가진 잉글리시호른으로 연주된다. 불안한 기운이 감도는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이중주 후 목관의 새로운 주제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미국 대초원의 새벽의 신비로움을 표현한다. 이어 정적을 깨는 오보에의 기상 신호와 함께 동물들이 잠에서 깨어나고, 다시 잉글리시호른의 주제가 등장하며 전체를 마무리 한다.

3악장은 스케르초로, 트라이앵글의 트레몰로가 강한 인상을 주는 강렬한 서주 후, 목관이 잔뜩 긴장감을 품고 기계적으로 대화하는 주제가 제시된다. 그러다 호흡이 길고 목가적인 주제가 목관에 의해 연주되면서 분위기가 전환되고, 포크 댄스가 연상되는 목관의 부점 리듬과 트라이앵글의 청명한 소리가 인상적인 주제가 등장한다.

4악장은 서주 부분이 영화 <죠스>의 주제음악으로 사용되어 유명하다. 또한 바로 등장하는 금관의 당당한 팡파르 주제 또한 통쾌하고 매력적이다. 이후 전곡에서 단 한 번 등장하는 심벌즈 소리와 함께 적막한 숲속에 들어선 듯 고요한 클라리넷 주제가 들려온다. 이 두 선율을 바탕으로 소나타 형식으로 전개되면서, 앞의 다른 세 악장의 선율도 등장하여 거대한 대단원으로 마무리한다.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e단조 ‘신세계로부터’ Op.95 (뮌헨 필하모니 관현악단 연주)

글. 송주호(음악평론가)

이 기사는 2019 고양시교향악단 콘체르토 시리즈 프로그램 북의 원고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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