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 디자인, 그리고 칼 라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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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디자인·문화전 ‘헤이, 스웨덴’

단순하면서도 아름답고 실용적인 스웨덴 디자인 철학과 그 안에 담긴 스웨덴 문화를 펼쳐내 미술·디자인 애호가들은 물론 ‘삶의 균형과 행복’을 추구하는 일반 시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스웨덴 디자인·문화전 ‘헤이, 스웨덴’(이하 ‘헤이, 스웨덴’展). 오는 6월 30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계속되는 이 전시에는 올해로 사망 100주기인 ‘스웨덴의 국민화가’ 칼 라르손(Carl Larsson)의 수채화 작품이 입체공간으로 구현되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칼 라르손은 아내와 함께 자신의 집을 직접 예술적으로 꾸몄는데, 이 집을 그린 작품 가운데 3점이 입체화되었다. 스웨덴 가정의 따뜻한 일상 속에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기초와 스웨덴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 Movement)의 태동까지 엿볼 수 있는 방법을 이번 전시의 프로젝트 매니저로부터 들어본다. [편집자주]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칼 라르손의 수채화 작품들과 입체공간 (사진 : 하경준)

담백하고 견고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스칸디나비아 제국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핀란드를 포함하지만, 스칸디나비아 반도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말한다. 지리적인 특성상 지반이 편마암과 화강암, 편암 등으로 되어 있으며, 빙하기에 심한 빙식을 받은 산지에는 빙하호와 너도밤나무숲, 침엽수림이 많다. 북위 55∼71° 사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겨울이 길어, 오후 3시만 되면 어두워진다. 이러한 환경적인 특성 때문에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실내 디자인과 가구 디자인이 발달하게 되었다.

17세기에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준 아르누보(Art Nouveau)는 제1차 세계대전 시기까지 스칸디나비아에 영향을 미쳤으나, 새로 도입된 바우하우스(Bauhaus)의 기능주의 영향으로 스칸디나비아의 디자인은 미니멀하고 담백한 스타일을 유지하게 되었다. 또한 원자재인 나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함께 논리적이고 창조적인 디자인 양식을 만들어냈다.

수공예의 재생운동이 발전하면서부터는 “매일 사용하는 것에서의 더욱 큰 아름다움!”(More beautiful for everyday use!)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일상을 위한 편안하면서도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 제품들이 탄생되었다. 대표적인 스칸디나비아 브랜드로 가구 브랜드 이케아, 음향기기 브랜드 뱅앤올룹슨, 리빙 브랜드 마리메코, 자동차 브랜드 볼보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제품들을 잘 살펴보면 소박하고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는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의 성향을 닮은 듯 심플하면서도 견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추운 날씨와 거친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고의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논할 때 스웨덴의 화가 칼 라르손을 빼놓을 수 없다.

칼 라르손_ 「부엌」(The Kitchen), 43×32㎝, 수채화, 1898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창시한 칼 라르손

올해로 사후 100년을 맞는 ‘스웨덴의 국민화가’ 칼 라르손은 1853년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13살 때 학교 선생님의 설득으로 스톡홀름 미술 아카데미(Stockholm Academy of Fine Arts)에 입학해 재능을 드러냈고, 1869년에는 엔티크 스쿨(Antique School)에서 공부하였다. 이후 파리로 건너가 프랑스 스타일의 부드러운 빛깔로 두텁게 칠한 수채화 작품을 많이 그렸으며, 1900년대 전후 평화롭고 아늑한 가정과 전원생활의 고귀한 가치를 꿈꾸던 스웨덴 사람들의 희망을 담아 수백 점의 그림을 그려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스웨덴 군인들이 성서 다음으로 그의 그림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고 할 정도로, 칼 라르손은 스웨덴 사람들의 꿈을 잘 표현한 화가이다. 그는 1882년 역시 화가이자 공간 장식가였던 카린 베르거(Karin Bergöö)를 만나 결혼하였고, 이후 그의 삶의 모습이기도 한 스웨덴의 아름다운 가정을 주로 표현하게 된다.

1888년 순트보른(Sundborn)으로 이주한 뒤에는 자신의 집을 예술가적인 취향으로 꾸미고, 가족들과 평화롭고 소박한 생활을 하였다. 작품도 전원생활을 주제로 한 아름답고 장식성이 강한 그림들을 그려 화제를 모았는데, 삽화를 비롯한 많은 작품들 가운데 「10월」(October, 1882) 「부엌」(The Kitchen, 1989) 「커다란 자작나무 아래서의 아침식사」(Breakfast under the Big Birch, 1894~99) 「한겨울의 희생」(Midwinter Sacrifice, 1914~15)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칼 라르손_ 「시골집」(The Cottage), 43×32㎝, 수채화, 1895
1888년 순트보른으로 이주한 칼 라르손이 아내 카린 베르거와 함께 손수 꾸미고 살았던 집이다.

칼 라르손은 자신의 가족, 그리고 자신의 집을 중심으로 한 시리즈를 그렸고, 1895년 초 자신의 설명을 담은 책 <나의 가족>(My Family)을 출판했다. 칼 라르손의 작품 속에는 그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행복한 일상과 더불어 아내와 함께 아름답게 꾸며 놓은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가구와 벽, 생활용품들도 묘사되어 있다.

칼 라르손은 자신의 작품 「시골집」(The Cottage, 1895)에 묘사된 이층집에 30년 동안 살면서 7번이나 대대적인 공사를 했다. 매년 여름마다 방을 하나씩 늘렸으며 수도 없이 집안을 고쳤다고 하는데, 칼 라르손의 집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강렬했는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스웨덴에는 칼 라르손의 생가가 보존되어 있고 그의 원화가 소장된 미술관도 있어, 칼 라르손을 좋아하는 관광객들이 끊임없는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순트보른의 칼 라르손 가옥과 라르손 부부의 작품 활동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칼 라르손 가든’의 홈페이지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칼 라르손의 세 가지 공간

칼 라르손은 수채화가 및 삽화가로 유명하지만 벽화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가구회사 이케아에게 영감을 준 ‘원조 DIY 가구 디자이너’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는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가구와 실내 장식, 주방용품 디자인을 유행시켰다. ‘헤이, 스웨덴’展에서는 칼 라르손의 수채화 3점에 그려진 그의 집 내부를 세계 최초로 공간화하여 관람객들이 그의 삶을 실제 경험해보고 느껴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첫 번째 작품 「아늑한 모퉁이」(Cosy Corner, 1894)는 라르손이 살던 집의 거실을 묘사한 작품인데, 아마도 거실이란 여유롭고 나른한 휴식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에 이런 이름이 지어진 듯하다. 바닥에는 라르손 가족의 일원인 강아지 카포가 배를 뻗고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고, 주인이 잠깐 자리를 비운 듯 소파에는 담요가 자연스럽게 걸쳐져 있다. 고풍스러운 빈티지 가구에 모던한 액자 그림의 배치, 단순하면서도 공간에 생기를 주는 줄무늬 패턴의 패브릭이 인상적이다.

입체로 표현된 두 번째 수채화 작품 「부엌」(The kitchen, 1898)은 라르손의 집 주방을 묘사한 것으로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주방 스타일을 잘 담고 있다. 원목을 겹치는 기법으로 자연 톤의 순수한 목재를 사용하였으나 색상은 화려하고 생기 있다. 주방의 조리대는 엔티크 문양으로 장식되었으며, 조리기구는 자기부터 스테인리스까지 다양하다. 흩날리는 창문의 커튼과 식물 장식이 아름다운 가운데 두 자매가 공간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세 번째 작품 「작은 소녀들의 방」(Mamma’s and the small girls’ room, 1897)은 자녀들의 침실을 보여준다. 라르손 부부는 자녀를 8명이나 낳을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으며, 아이들 공간을 위한 장식품과 인테리어, 패브릭 제품들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지붕널로 만들어 초록색으로 칠한 아이들의 침대 또한 카린이 직접 디자인한 것이며, 소중한 아이들의 공간을 커튼을 활용해 타 공간으로부터 분리시켰다. 담백하고 모던한 가구 스타일과 아르누보식 덩굴손 문양의 벽면 패턴은 따뜻하면서도 안락한 공간을 연출한다.

칼 라르손의 작품에 그려진 그의 집 내부를 공간화하여 표현한 ‘헤이, 스웨덴’展 (사진 : 하경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여전히 사랑 받는 이유

이렇게 라르손 부부가 몸소 실천하며 전달하고자 했던 전원적이며 자유로운 생활방식, 가족을 향한 따뜻한 철학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칼 라르손이 진정으로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가 그의 그림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가 가족과 함께 직접 보여준 동화 같은 일상이 스웨덴 사람들에게 삶의 모델이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생동감은 수많은 화가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으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기초가 되는 동시에 미술공예운동을 통해 현실화되었다. 직접 제작한 의자에 흰색을 칠하고, 원목의 바닥, 자수한 텍스타일, 붉은 제라늄 화분의 단순한 민속 스타일로 집을 꾸민 아내 카린의 수공예 작품들 또한 스웨덴의 미술공예운동을 대표한다.

절제되면서도 온화한, 실용적이면서도 삶에 휴식을 안겨주는 스칸디나비아의 디자인. 오늘날에도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철학과 스타일이 여전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매서운 추위마저 무색케 한 라르손 가족의 따뜻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 아닐까.

칼 라르손_ 「작은 소녀들의 방」(Mamma’s and the small girls’ room), 43×32㎝, 수채화, 1897 (왼쪽)
칼 라르손_ 「아늑한 모퉁이」(Cosy Corner), 43×32㎝, 수채화, 1894 (오른쪽)

글. 김유빈(디자인학 박사, ‘헤이, 스웨덴’展 프로젝트 매니저)
이미지 출처. WikiArt

2 Comments

  1. 정하숙 댓글:

    너무 많은것을 배우고 가네요~~ 감동적입니다

    • admin 댓글:

      웹진누리입니다. 고맙습니다. *^^* 앞으로도 좋은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자주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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