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낭만파의 정신을 재창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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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 마스터시리즈 Ⅹ 마시모 자네티 & 엘사 드레이지

2018-2019 시즌부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마시모 자네티와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가 7월 19일(금)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경기필 마스터시리즈 Ⅹ 공연을 펼친다. 구스타프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동시대를 살았던 두 천재 작곡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연주하는 것. 마시모 자네티 취임 이후 1부와 2부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있는 경기필이 이번에는 어떤 변화의 흐름을 추구한 것일까.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2015년 한국 오케스트라 최초로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데카(DECCA)에서
말러 교향곡 5번 음반을 발매해 주목받은 바 있다.

독일 후기 낭만주의 대표주자 – 슈트라우스 vs.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는 뮌헨 왕립 오페라의 수석 호른 연주자, 프란츠 슈트라우스의 아들로 태어나 체계적이고 보수적인 음악교육을 받았다. 말러와 함께 나치 시대를 살았던 슈트라우스 또한 사회적으로 나치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었는데, 나치 독일에서 국가대중계몽선전장관이였던 요제프 괴벨스에 의해 제국음악원장으로 임명되었다. 슈트라우스는 결국 이 자리를 수락하는데, 유태인이었던 며느리 앨리스를 나치로부터 보호하고자 결정한 것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1부 순서에 슈트라우스의 「아폴로 여사제의 노래 노래」 「네 개의 마지막 노래」가 연주된다. 이 중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1948년에 완성된 슈트라우스의 마지막 작품이자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 가운데 하나로, 음악적 형식미보다는 인간 본연의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보헤미아 지방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으로 재능을 보였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유럽 여러 오페라극장에서 지휘자로 널리 활동하였다. 1897년에는 빈 오페라극장의 감독으로 선임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말러는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생전의 말러는 지휘자로서의 명성이 확고한 반면 작곡가로서의 명성은 그에 미치지 못했지만,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말러의 교향곡은 세계 유수의 지휘자들에 의해 많이 연주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말러의 작품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2부 때 말러의 4번 교향곡을 연주할 예정. 1899년에서 1901년 사이에 작곡된 이 작품에는 네 번째 악장에 소프라노 독창이 등장한다. 말러 당대에는 2번, 3번, 8번 교향곡과 같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현대에 자주 연주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독일 후기 낭만주의의 대표주자로 손꼽을 수 있는데,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은 절정기 이후 점차 쇠퇴해가는 낭만주의의 사조 속에서 다양한 실험을 펼친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의 악기 편성이나 조성, 곡의 길이에 변화를 주거나 엄연한 기악곡에 성악을 삽입하는 등 관현악의 진화를 추구하는가 하면, 교향시나 악극 같은 표제음악, 오페라 음악 작곡에 몰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듣는 이번 공연은, 후기 낭만파 거장들의 정신을 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7월 19일(금) 경기필 마스터시리즈 Ⅹ의 협연자 엘사 드레이지(왼쪽)와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오른쪽)

혜성처럼 나타난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

마시모 자네티가 ‘유럽의 슈팅스타’로 칭송한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Elsa Dreisig)는 섬세하고 깊이 있는 표현력으로 현재 유럽에서 최고의 프리마 돈나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그녀가 베를린, 잘츠부르크, 루체른 그리고 파리(하이든의 천지창조) 등에서 가졌던 무대는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노르웨이 소냐 여왕 콩쿠르에서 2등상을, 베텔스만 재단 주최 신예성악가콩쿠르에서 1등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바 있는 드레이지는, 세계적인 성악 콩쿠르인 플라시도 도밍고의 ‘오페랄리아’(Operalia)에서 2016년 최고의 여성가수 1등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같은 해에는 ‘프랑스 클래식 음악의 승리상’에서 ‘Vocal Discovery’로 지명되었고, 세계적인 오페라 잡지 『오펀벨트』(Opernwelt)로부터 ‘올해의 젊은 예술가’로도 선정되었다. 2017년에는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올해의 젊은 오페라 가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베를린 국립 오페라의 오페라-스튜디오 구성원이었던 그녀는 파미나(마술피리), 에우리디케(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 등 주요 역할을 맡았고, 같은 기간 파리국립오페라(파미나 역), 취리히오페라(무제타 역), 엑상프로방스페스티벌(미카엘라 역) 등에서도 데뷔하였다. 2017-2018 시즌부터는 베를린 국립 오페라 앙상블의 지속적인 구성원으로서 그레첸(베를린 국립 오페라 재개관 공연이었던 슈만의 ‘파우스트 장면’), 그레텔(헨젤과 그레텔), 비올레타(라 트라비아타) 등의 배역을 소화해왔다. 2018년 파리국립오페라에서는 로레타(쟌니 스키키) 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 엘사 드레이지는 워너뮤직(에라토)과 독점계약을 맺고 있으며, 2018년 가을 첫 번째 솔로 앨범 『MIROIR(S)』를 출시해 유수의 클래식 전문지로부터 상을 받았다.

 

벨리니 오페라 <청교도> 가운데 「여기서 그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엘사 드레이지 노래)

마시모 자네티와 경기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지난해 9월 경기필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마시모 자네티(Massimo Zanetti)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경기필과의 몇 차례 공연에서 훌륭한 호흡을 선보이며, 자신이 지닌 세계적인 명성을 증명해냈다. 그는 지난 1월, 경기필에 대한 생각을 묻는 언론 질문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오케스트라의 잠재력에 충격을 받았다. 수준이 기대 이상이다. 현재는 그 기대 이상의 수준이 점점 늘고 있다. 어느 한 세션만 잘하는 게 아니라 모든 파트가 다 잘 연주한다. 가장 좋아하는 건 표현하는 방식이다. 연주 실황을 영상으로 봤는데 단원들의 움직임이 바람이 불어서 같이 움직이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한 호흡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경기필과의) 관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 관계가 지속되길 바란다.”

– 2019.1.9. 경인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발췌 –

벨기에 플레미쉬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역임한 자네티는 라 스칼라 극장, 드레스덴 젬퍼 오퍼,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 바스티유 파리 국립 오페라, 로마 국립 오페라 극장,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스페인 빌바오 오페라 등 세계 유명 오페라극장에서 객원 지휘를 했다. 그는 특히 관현악 지휘자로서 명성이 높은데 체코 필하모닉, 바이마르 슈타츠카팔레,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정기공연을 했으며,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 프랑스 방송 교향악단, 핀란드 스웨덴 방송 교향악단, 뉴질랜드 교향악단 등을 지휘했다.

중국 필하모닉, 광저우 교향악단, NHK 심포니 등 아시아 오케스트라와도 자주 호흡을 맞추었는데, 최근에는 로스트로포비치 페스티벌에서 모스크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데뷔 무대를 가진 데 이어, 북경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와 <돈 파스콸레>를 공연했다.

1997년 10월 창단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2008년 중국, 미국 LA 투어를 시작으로 2009년 스페인 발렌시아와 톨레도 페스티벌 참가, 이탈리아 페스티벌 초청 공연(치비타베키아, 치비달레, 류블리아나, 피스토이) 등으로 호평 받았다. 특히 2014년에는 일본의 아시아 오케스트라 위크 페스티벌에 한국 오케스트라 대표로 초청 받았으며, 2015년에는 한국 오케스트라 최초로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 공연하였다. 자를란트 뮤직 페스티벌에 한국 오케스트라 최초로 정식 초청을 받아 현지 언론으로부터 호평 받기도 했다.

2017년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에 초청받는 등 아시아 주요 오케스트라로 급성장하는 동안 얍 판 츠베덴, 니콜라이 즈나이더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호흡을 맞추었는데, 2016년에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리카르도 무티로부터 “지휘자의 요구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오케스트라”로, 2018년에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인 얍 판 츠베덴으로부터 “잠재력이 엄청난 오케스트라”로 찬사를 받았다.

 

레스피기 「로마의 축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연주, 마시모 자네티 지휘)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나날이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경기필. 그 엄청난 잠재력을 꿰뚫은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 그리고 혜성처럼 나타난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 과연 이들의 합(合)은 독일 후기 낭만파의 정신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재창조할까. 7월 19일(금) 고양아람누리에서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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