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우리의 또 다른 자아를 보여줘

한여름에 선사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2019년 7월 4일
다이내믹 클래식, 다이내믹 러시아
2019년 7월 22일
영상미디어아트展
‘SHOW ME YOUR SELFIE’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매체인 ‘영상미디어’를 통해 현대미술의 특징과 변화를 짚어보는 동시에 일상과 예술의 관계, 영상미디어를 통한 개인과 공동체 간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 영상미디어아트展 ‘SHOW ME YOUR SELFIE’가 지난 7월 17일(수)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시작되었다. 이 시대 현대미술의 주요한 형식 중 하나인 영상미디어아트를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국제적 흐름을 파악해볼 수 있는 이 전시의 참여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한다.

분해되고 있는 듯한 무엇

작가 이형구

1969년 포항에서 출생한 이형구 작가는 홍익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조소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신체에 대한 관심이 많아 생물학, 해부학, 고고학 등 과학적 요소를 바탕으로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한 기발한 작품세계를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 「X」는 3차원적 구조물 안에서 마치 분해되는 듯한 무엇인가를 연상케 한다. 점은 기본적인 점의 성질에서 벗어나 구(sphere)와 선으로 전환되어 있고, 화석의 한 부분처럼 보이는 하얀 오브제는 서로 다른 색상과 크기의 구(sphere), 선과 공생하고 있다. 한 점에서 시작한 서로 다른 물질은 X, Y, Z 축에서, 그들만의 관계 안에서 또 다른 공간을 형성한다. 점에서 시작된 X는 파편화되고 해체된 상태로서 현 존재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형구 「X」

키 작은 소녀들의 이야기

작가 정연두

역시 1969년 진주에서 출생한 정연두 작가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칼리지에서 수학한 후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작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 「높은 굽을 신은 소녀」(A Girl in Tall Shoes, 2018)는 1958년 23살의 나이로 홍콩에 밀입국해 방직공장에서 평생 일을 한 문씨 할머니의 이야기를 토대로 이민자의 삶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2개의 채널(스크린)을 통해 1958년의 키 작은 소녀와 2017년을 살아가는 키 작은 소녀들이 대화하는 형식이다. 문씨 할머니는 말 대신 천 위에 미싱 자수로 한자를 새겨 이야기를 나누는데, 미싱 소리가 소녀들의 발랄한 목소리와 대조되면서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정연두 「높은 굽을 신은 소녀」(2018)

무수한 파편으로서의 셀피

작가 탁영준

1988년 서울에서 출생한 탁영준 작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화학을 전공하였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미술전문월간지 <아트인컬처>의 기자로 활동하였다. 비평활동을 거쳐 2016년도부터 작품활동을 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이민자로서, 유색인종으로서, 성소수자로서 작품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에는 자동차를 매개로 해체를 통해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신작 「무제 – 흩어진 과거」를 출품하였는데, 작가의 유년 시절에 부친이 자동차 부품 관련 공장에서 일한 것이 그 배경이라고 한다. 현대자동차 1대의 기본 골격 구조를 무작위로 절단해 유광 실버 메탈 혹은 크롬으로 도장하였는데, 분절된 차체는 거의 유리 표면처럼 변형되어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완전체가 아닌, 해체된 무수한 파편으로서의 또 다른 셀피를 생성한다.

탁영준 「무제 – 흩어진 과거」(2019)

특정한 캐릭터의 발현

작가 캔디스 브라이츠

캔디스 브라이츠(Candice Breitz)는 197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생했으며,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비디오 설치작품 「Mother+Father」를 통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은 런던 테이트모던,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현재 독일 브라운슈바이히예술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 「프로필」(PROFILE, 2017)은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관에 전시되었던 것으로 인종, 나이, 성별 등이 모두 다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가들이 출연해 저마다 본인이 ‘캔디스 브라이츠’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 간의 역학관계, 그로 인한 특정한 개인의 캐릭터를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둔 작품이다.

캔디스 브라이츠 「프로필」(PROFILE, 2017)

억압, 착취, 불의의 문제

작가 데이비드 크리펜도르프

미국과 독일 이중국적의 유대인인 데이비드 크리펜도르프(David Krippendorff)는 1967년 베를린에서 출생하였으며 이탈리아 로마에서 자랐다. 훗날 독일로 돌아와 베를린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영화 제작자이기도 한 그는 2016 베를린 단편 영화제와 베로나 비디오 페스티벌에 초대된 바 있으며, 2017년 브라운슈바이히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두 작품 중 하나인 「칼리」는 이스라엘-아랍의 유명 여배우 히암 아바스(Hiam Abbass)의 독백을 통해 억압, 착취, 불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제목의 ‘칼리’는 힌두교 전통에서 우주의 영원한 에너지와 관계가 있으며 시간, 변화, 죽음의 신으로 일컬어지는 칼리 여신을 나타낸다. 작품은 2채널 설치를 통해 구현되며 메인 영상은 큰 프로젝션으로, 보다 떨어진 곳에서 찍은 감시 카메라 영상은 작은 모니터로 메인 영상과 동기화되어 있다.

데이비드 크리펜도르프 「칼리」(Kali, 2017)

나도 모르는 디지털 정체성

작가 워렌 네이디치

워렌 네이디치(Warren Neidich)는 1958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했다. 베를린 바이센제 예술대학교의 교수이며, 2019년 가을부터는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강의를 할 예정이다. Saas-Fee Summer Institute of Art(SFSIA) 창립 디렉터이며, 작가 진중권이 <이미지 인문학 1 :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라는 저서에도 소개했을 정도로 인문학과 예술에 정통하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The Search Drive」(2015)는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일상의 대화를 기록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인터넷 세계에서 이미지는 부호화되며 일상 대화는 무작위로 기록된다. 이런 특성들이 디지털 프로세싱을 거치면서 개체는 인지 불가능한 디지털 정체성을 갖게 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낸 조작된 셀피도 있지만, 그 뒤편에 수집된 정보에 의해 생성된 빅데이터적 자아는 더욱 실체적이고 구체적인 현상으로 그 대상 즉, 개개인을 조작하고 있다.

워렌 네이디치 「The Search Drive」(2015)

지구 환경의 변화를 담다

작가 니나 E. 숀네펠드

1972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난 니나 E. 숀네펠트(Nina E. Schönefeld)는 베를린 예술대학교와 런던 왕립예술대학을 졸업했다. 공상과학영화 형식을 취한 영상 미디어를 통해 사회의 구조적 변화, 공동체의 삶을 격변시키는 지구의 환경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 미래의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스노우 폭스」(Snow Fox, 2018), 「다크 워터스」(Dark Waters, 2018), 「L.E.O.P.A.R.T」(2019) 세 편을 이번 전시에 출품했다.

「스노우 폭스」는 날씨를 조작하는 회사에 대항하기 위해 ‘스노우 폭스’라 불리는 여전사들이 지구의 마지막 자연적 장소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다크 워터스」는 지구의 모든 해양이 오염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독이 있는 해파리에 관한 이야기이며, 「L.E.O.P.A.R.T」는 방사능 때문에 땅 위에서 자라는 모든 것을 먹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세계 유일의 종자 공급업체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평범한 삶을 포기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니나 E. 숀네펠드 「L.E.O.P.A.R.T」(2019)

또 다른 자아와의 연결

작가 리전화

1975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난 리전화(Li Zhenhua)는 작가이자 프로듀서, 큐레이터로 2018 선전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했다. 2014년 영국 바비칸 센터에서 ‘디지털 혁명’(Digital Revolution)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2014년부터는 아트 바젤 홍콩의 영상 부문 큐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출품한 영상 설치 작품 「Unknown Body」는 신작으로 수많은 계란이 가지런히 놓인 구조물 뒤로 동명의 비디오가 설치된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두 인물을 우주 공간으로 데려오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나는 인간의 그림자이고 다른 하나는 알려지지 않은 것인데, 두 개는 언젠가는 겹칩니다. 창문을 들여다보니 어두울 때부터 밝은 곳까지 해질녘 바다입니다. 빛. 이것은 공간을 위한, 거주자를 위한 선물입니다.”

리전화 「Unknown body」(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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