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클래식, 다이내믹 러시아

너의, 우리의 또 다른 자아를 보여줘
2019년 7월 22일
연극이 아니라면, 그 무엇이
2019년 7월 22일
2019 고양시교향악단 콘체르토 시리즈 3

지난해 창단한 고양시교향악단은 ‘다이내믹 클래식’을 모토로 삼았다.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젊은 연주자들의 하모니로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였다. 첫해인 2018년에는 ‘마스터피스 시리즈’를 통해 대편성 명곡들과 대중성 있는 작품들을 연주했다면, 2019년에는 ‘콘체르토 시리즈’라는 새로운 카드로 협주곡에 방점을 찍었다. 트리오 제이드, 김다미, 김홍박, 양인모, 원재연 등 젊고 유망한 협연자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음악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러시아는 표트르 대제가 적극적으로 서구화 정책을 펼치면서 클래식 음악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유럽과의 관문과도 같았던 상트페테르부르크(사진)에서는 서유럽 출신 작곡가들이 직접 활동하기도 했고, 러시아 최초의 음악원이 설립되기도 했다.
몇몇 러시아 작곡가들은 서유럽 음악양식에 민족주의적 색채를 결합하기도 하였고, 몇몇은 서구적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자 했다.

‘단짠단짠’ 협주곡의 매력

예전에 한 라디오에서 설문조사를 했다. 애청자들이 가장 듣고 싶은 클래식 명곡 ‘베스트 텐’을 선정하는 앙케트였다. 전체 장르를 포괄하는 최종 순위를 봤다. 열 곡 가운데 협주곡이 다섯 곡이나 됐다. 협주곡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협주곡이 이렇게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협주곡은 솔리스트의 화려한 독주도 들을 수 있고, 웅장한 오케스트라도 들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협주곡에는 ‘짬짜면’ 같은 매력이 있는 것이다. 일거양득,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킨다. 더 들어가 보면 협주곡은 ‘경쟁’과 ‘협력’이라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성격을 띤다. 요즘 말로 ‘단짠(단맛과 짠맛이 함께)’이다. 독주자와 오케스트라가 팽팽한 긴장을 보이기도 하고 서로 껴안는 것처럼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한번 맛보면 또 찾게 된다.

카를로 팔레스키가 지휘하는 고양시교향악단의 콘체르토 시리즈는 ‘음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을 주제로 올 한 해 독일, 체코,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를 누빈다. 이미 4월 20일(토) 트리오 제이드와의 독일 여행, 7월 6일(토)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와의 체코 여행을 무사히 마쳤고, 오는 9월 7일(토)에는 러시아로 떠난다.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호른 수석 김홍박이 함께하는 러시아 여행에서는 어떤 음악여행이 펼쳐질까. 고양시교향악단이 다채로운 컬러와 풍성한 레퍼토리로 준비한 러시아의 다이내믹한 음악세계로 초대한다.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와 고양시교향악단(왼쪽), 호르니스트 김홍박(오른쪽)

가장 짜릿하고 속 시원한 시작

쇼스타코비치 「축전 서곡」

이름부터 축전이 들어가는 쇼스타코비치 「축전 서곡」(Festive Overture)은 가장 쇼스타코비치답지 않은 작품이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과 현악 4중주, 피아노 협주곡 등에서 느껴지는 살을 에는 듯한 신랄함이나 냉소는 찾아볼 수 없다. 누가 들어도 있는 그대로 축제를 축하하는 듯한 전개다. 트럼펫이 팡파르를 울리며 뭔가 벌어질 듯한 도입부의 이 곡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도 쓰였다.

이 곡이나 재즈 모음곡 2번 중 ‘왈츠’ 같은 작품으로는 쇼스타코비치의 진수를 접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축제의 시작과 음악회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서라면 가장 짜릿하고 속 시원한 곡이다.

 

쇼스타코비치 「축전 서곡」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니 관현악단 연주, 유리 테미르카노프 지휘)

웅장하고 깊은 음색의 금빛 솔로

글리에르 호른 협주곡

라인홀트 글리에르(1875-1956)는 러시아 국민악파의 후예다. 특히 구소련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등의 민족음악 발전을 위해 현지 젊은 작곡가들과 협력하여 민족적 오페라를 만들었고, 민족적 주제에 의한 표제 교향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호른 협주곡은 글리에르가 세상을 떠나기 5년 전인 1950년 당시 볼쇼이 극장의 호른 주자였던 젊은 비르투오소, 발레리 폴레크(Valery Polekh)를 위해 쓴 작품이다. 1951년 레닌그라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곡가 자신의 지휘, 폴레크의 협연으로 초연했다. 이후 많은 호른 주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호른 협주곡의 대표적인 명곡으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의 민속적 요소와 낭만주의적인 반음계적 진행 등을 특징으로 하며, 19세기 양식을 토대로 한 전형적인 협주곡 3악장의 구성과 빠르기로 되어 있다. 호른 특유의 다양한 음색을 살린 독주 기교와 오케스트라의 울림이 균형을 이룬다. 호른 독주부와 오케스트라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자.

 

글리에르 호른 협주곡 (프라하방송관현악단 연주, 라덱 바보락 호른)

위대한 작곡가의 마지막 걸작

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다. 1940년에 작곡된 「교향적 무곡」(심포닉 댄스)은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화려한 화성의 사용, 섬세한 감각과 생동감 있는 리듬이 인상적인 걸작이다.

1악장은 알토 색소폰이 사용되어 분위기를 이끈다. 하프, 피아노, 벨, 대규모 타악 파트가 총동원되는 등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웅장한 사운드를 낸다. 2악장은 경쾌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왈츠로 프랑스적 요소가 강하다. 3악장은 스페인 스타일의 열정이 묻어나는 한편 레퀴엠의 「진노의 날」 테마가 사용되고 있다. 반복해서 들을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진노의 날」 후에는 작곡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 러시아 성가곡을 사용하고 있다. 음악은 죽음을 초월해 불멸로 펄럭이는 깃발임을 이 곡은 웅변하고 있다. 이 곡을 작곡한지 3년 후 라흐마니노프는 세상을 떠났다.

 

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 (라디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연주, 에드워드 가드너 지휘)

글. 류태형(음악칼럼니스트,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이 기사는 2019 고양시교향악단 콘체르토 시리즈 프로그램 북의 원고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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