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를 꼬집는 두 편의 공식초청작

진실을 향해 가는 멀고도 험한 길
2019년 8월 19일
이웃 예술가와 함께하는 미술감상 교육 3기 모집
2019년 9월 2일
132019년 8월 19일
2019 고양호수예술축제

올해로 제11회를 맞는 대한민국 대표 거리예술축제, 고양호수예술축제는 예술성과 대중성이 공존하면서도 거리예술 특유의 현장감이 넘치는 작품들로 축제 관람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올해도 우수한 국내외 거리예술 작품들이 다수 초청된 가운데, 그 중에서도 특히 자본주의 현대사회의 실상을 각기 다른 감각으로 풀어낸 두 편의 작품이 있어 함께 만나본다. 우주와도 같은 넓은 시각으로 다소 꺼려지는 이야기를 ‘Would you mind~?’(우주마인드) 하고 묻는 ‘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아담스 미스>, 그리고 폐지 줍는 할머니 인형이 거리를 걷게 함으로써 독특한 풍경과 묘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서커스광대마린보이’의 <고물수레>. 바쁜 도심 속에서 마법처럼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고양호수예술축제와 아주 잘 어울리는 두 편의 공식초청작이다.

대한민국 대표 거리예술축제 ‘2019 고양호수예술축제’가 올해는 10월 3일(목)부터 6일(일)까지 4일간 호수공원, 일산문화공원, 라페스타, 웨스턴돔 등 고양시의 대표적인 명소 곳곳에서 펼쳐진다. 사진은 2018 고양호수예술축제 해외초청작이었던 파스파뚜(PasParTout)의 <아기코끼리>(Baby-Elephant) 한 장면.

무한경쟁사회에 일침을 놓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 <아담스 미스>

‘탈극장 연극’을 지향하는 우주마인드프로젝트(Would You Mind Project)는 2명의 배우가 언어와 소리, 움직임만으로 공간의 이미지를 확장하는 독특한 공연단체다. 조명이나 무대장치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현실 세계와 가까운 이야기를 직접적이면서 유쾌한 연극으로 풀어낸다. 언뜻 단출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큰 덩치로 육중한 이야기를 하는 여타의 작품과는 다른, 작지만 섬세한 이야기들을 민첩하게 만날 수 있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김승언, 신문영)는 스스로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작은 우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우주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 즉, 우리의 삶과 우리를 둘러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영어 ‘Would you mind ~?’를 조금 딱딱하지만 직역해본다면 ‘~이 꺼려지세요?’, ‘~이 싫은가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Would You Mind Project)는 개인과 사회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문제들에 대해 의구심을 던지는, 약간 불편하거나 꺼려지는 이야기와 질문들을 통해 동시대인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담스 미스>를 공연 중인 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김승언과 신문영 (사진제공 우주마인드프로젝트)

‘사회 구조’와 ‘개인’ 사이의 실질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자기서사(self-narrate)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연극을 창작하고 있는 우주마인드프로젝트. 그 중에서도 <잡온론>(Job On Loan) <스피드. 잡스>(Speed. Jobs) <아담스 미스>(Adam’s Miss)로 구성된 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서민 경제 3부작’으로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서울거리예술축제, 대구수성못페스티벌, ACC광주프린지인터내셔널 등 여러 문화예술축제의 주목을 받았다. 2019 고양호수예술축제에서 선보일 작품 또한 ‘서민 경제 3부작’ 중 하나인 <아담스 미스>다.

‘장소 맞춤형 토커티브 비주얼 씨어터’(In Situ Talkative Visual Theatre)를 표방하는 <아담 스미스>는 경제력이 권력이 되고 폭력이 되는 가부장적 무한경쟁사회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페미니즘 연극으로, 촌철살인 같은 은유로 현실사회의 무거운 이야기를 경쾌한 리듬 속에 담아낸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는 이 작품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현대사회의 구조와 인간 삶의 가치에 대해 유쾌하고도 합리적인 비판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담 스미스는 국가의 부를 위해 국민들이 자유롭게 경쟁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18세기 유럽은 빵과 자유를 부르짖던 배고픈 시민들에 의해 혁명을 맞이합니다.”

“동화 속에서 여자는 공주, 남자는 백마 탄 왕자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 속에서 남자와 여자는 수많은 폭력을 견디며 살고 있습니다.”

“원시시대의 남자들은 농업혁명 과정에서 효율성을 내세워 획득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가부장적 사회를 건설하고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기에 이릅니다. 인류 문명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개인은 무차별 경쟁에 희생되어도 괜찮은 걸까요? 인간의 존재 자체가 전체의 논리에 지배되어도 되는 걸까요?”

“경제력이 권력이 되는 사회. 남자와 여자는 경쟁이 없는 사회를 꿈꿉니다. 혹시 공정한 경쟁은 태초부터 없었던 것 아닐까요? 18세기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치스럽고 문란한 여자로 억울하게 낙인찍혔던 이유는 뭘까요? 공익을 위해? 여자이기 때문에?”

– 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아담스 미스> 中

우주마인드프로젝트는 <아담스 미스>를 통해 “도시의 팍팍한 생활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와 우리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며 고양호수예술축제에 참여하는 소감을 전했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작품 철학이 다시 한 번 뚜렷이 드러나는 소감이었다.

“고양호수공원은 서울이나 타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휴식을 즐기는 곳입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도시의 빠른 속도에서 빠져나와, 잔잔한 호수와 맑은 공기 속에서 편안하게 숨 쉬며 잠시나마 드넓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느린 시간을 선사합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을 떠올리고,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고양호수예술축제가 단순히 볼거리와 먹거리 위주의 소비 성향이 강한 축제가 아닌, 시민들과 함께 생각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조화를 이루는 축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아담스 미스> 하이라이트 영상

어디론가 사라지는 누군가의 삶

서커스광대마린보이 <고물수레>

‘서커스광대마린보이’(Marine Boy Circus)는 2003년부터 코미디, 마임, 저글링을 기반으로 한 서커스 공연을 시작으로 수많은 국내외 축제에 초청되어 공연을 펼쳐왔다. <나홀로서커스> <고물수레> 같은 작품으로 서울거리아티스트, 안산국제거리극축제 등에서 다양한 수상 경력이 있으며, 최근에는 직접 제작한 장치들을 공연에 적극 활용하여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서커스광대마린보이’(이하, ‘마린보이’) 이성형 씨는 남도의 아주 작은 섬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마린보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바다소년’이라는 뜻이다.

“항상 넓은 바다를 보며 세상을 바꾸는 과학자가 되고자 했는데, 지금은 세상을 무대로 살고 있는 광대가 되었네요. (웃음) 제가 살던 그 작은 섬은 지금 아주 유명한 섬이 되었어요. 바로 ‘나로호’가 발사된 우주센터가 있는 ‘나로도’라는 섬입니다.”

“세상의 기쁨과 세상의 슬픔을 함께 담을 수 있는 광대가 되고자 한다”는 ‘마린보이’는 이번 고양호수예술축제에서 <고물수레>(Grandma’s Cart)라는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고물’은 헐거나 낡은 물건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쓸모없이 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마린보이’는 느리게 폐지를 줍는 노인을 통해 점점 사라져 가는 폐지처럼, 누군가의 갈 곳 또한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분주한 발걸음들이 이어지는 도심 속에 조금 다른 속도의 폐지 줍는 할머니가 나타나 수레를 끌며 나아간다. 높은 빌딩 숲, 바쁜 사람들의 모습과 달리 할머니와 수레는 그저 허름하기만 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만이 할머니가 살아온 세월을 짐작케 한다. 폐지 줍는 할머니는 배우 대신 인형으로 표현하는데 이것이 거리의 일상에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인형임에도 어쩌면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소박하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이 새로운 풍경에 보는 이들은 어떤 감정을 갖게 될까? 폐지 줍는 할머니를 통해 ‘마린보이’가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마린보이’는 <고물수레>를 관객과 함께 만들어내는 이동형 오브제 공연으로 소개한다.

“할머니와 같이 걸어주셔도 좋고, 그저 바라만 보아도 됩니다. 도시에서 쉽게 마주칠 수도, 어쩌면 마주치지 못할 수도 있는 순간의 모습이죠. 오늘도 어딘가에서 나타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누군가의 삶의 단면을 잠시나마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기를 바랍니다.”

서커스광대마린보이의 <고물수레> 

‘마린보이’가 고양호수예술축제에 참가하는 것은 올해가 두 번째다. 2015년 고양호수예술축제에서 1인 서커스 공연 <나홀로서커스>, 그리고 시민들을 위한 서커스 체험 프로그램 <서커스타운>을 선보였으며, 두 작품 모두 관객 만족도 평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올해 다시 고양호수예술축제와 함께하게 되어 행복하면서도 기대가 크다는 ‘마린보이’는 다음과 같이 고양호수예술축제에 대한 바람을 밝혔다.

“그동안 여러 축제들이 사라지거나 퇴색하거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고양호수예술축제는 지금껏 시민들과 함께 성장해왔다고 생각되는데요,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술축제로 오랫동안 남아 성장하길 바랍니다.”

 

<고물수레> 하이라이트 영상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