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해도 새겨질 예술의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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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고양원로작가초대전 ‘은빛나래’ 리뷰

고양시에 거주하는 원로 작가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은빛나래’展이 지난 2월 2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열렸다. 고양문화재단 창립 15주년을 기념한 전시로, 현대미술이 제시하는 다채로운 경향을 접할 수 있었다. 동시에 걸출한 예술가 30인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이었다.

2019 고양원로작가초대전 ‘은빛나래’의 전시장 전경

켜켜이 쌓인 인생만큼이나 넓고 깊은 예술 세계

시대를 막론하고 일상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비범함을 지닌 이들은 저마다의 시간과 경험을 자연스레 대상에 이입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되돌려준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아온 인생만큼이나 그들의 세계는 넓고 깊다. 어떤 이들은 개인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표현하고, 어떤 이들은 자연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또 다른 이들은 사회의 부조리에 날카롭게 대응한다. 이처럼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삶인 이들을 우리는 예술가라 부른다.

2019 고양원로작가초대전 ‘은빛나래’에서도 예술가들 특유의 언어로 점철된 작품들을 대거 마주할 수 있었다. 평생을 두고 창작에 매진해온 만큼, 연륜과 관록이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크게 추상과 풍경, 인물 세 가지 주제로 나눌 수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단색화 1세대로 알려진 하종현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작가는 한국 미술계의 독보적 존재로서 여러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Conjunction」 시리즈는 캔버스의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 넣는 독창적인 기법이 특징인데, 이는 여타의 회화 작품과 차별성을 갖는 부분이다. 채도를 낮춰 무게감을 드러낸 안현일의 「잔상」 시리즈, 이와는 반대로 화려한 색감으로 마치 생명체의 움직임과 같은 오창성의 「Fantasia」도 인상적이었다.

단색화 1세대로 알려진 하종현 작가의 「Conjunction」 시리즈

자연, 사회, 전통을 표현하는 색다른 시도

이번 전시에는 특히 아름다운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들이 두드러졌다. 김경옥은 우리나라 특유의 계절감이 잘 나타난 작품을 통해 따뜻한 색감을 선보였고, 유진과 황정자는 곳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장소를 포착해 각자의 개성에 따라 생동적으로 표현했다. 이승환은 파랑이 낼 수 있는 다양한 색감을 활용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이종환은 해외에서 마주해온 이국적인 풍경을 담았다. 그런가 하면, 이영희는 인물과 풍경을 결합한 사실적인 그림을, 김용희는 인물과 꽃을 연결해 마치 동화를 감상하는 듯한 화면을 구성했다.

동시대의 다양한 문제들을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들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최경희는 매우 현대적인 구도와 색감 위에 신윤복의 작품 속 이미지를 결합했다. 작품의 주된 주제는 현대 사회에서 공간이 갖는 의미와 이를 관찰하는 CCTV의 시선으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흥미를 느낄 만하다. 이에 비해 전통적인 정서에 집중한 작품들도 여럿 볼 수 있었는데, 이숙자는 보리밭과 여성, 꽃 등의 주제를 하나로 묶어 한국적 감성과 미를 표현한 작품을, 김귀주는 수묵으로 형상화한 자연을, 김행규는 고구려 벽화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전통 문양, 색감을 차용한 작품을 출품했다.

현대적인 경향의 작품들(왼쪽)과 전통적인 정서에 집중한 작품들(오른쪽)을 두루 만날 수 있었던 전시 현장

예술을 가까이 두고 경험해야 하는 이유

지역 미술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기획된 ‘은빛나래’展은, 고양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에 대한 관심을 통해 문화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그 위상을 다시 한 번 인식할 수 있는 자리였다. 더불어 국내의 뛰어난 예술가들의 작품을 접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물론 한 번의 전시, 몇 점의 작품을 통해 누군가의 예술 세계를 파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게는 당연시 될 풍경이나 현상이 예술가들에 의해 색다르게 받아들여지고, 그런 행위와 결과에 특별한 가치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예술은, 늘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풍요롭게 변화시킨다. 이른바 우리가 예술을 가까이 두고 경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12월 12일 개최된 ‘은빛나래’展의 오프닝 행사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는 고양문화재단 정재왈 대표이사(왼쪽)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65세 이상 원로 미술가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낸 모습(오른쪽)

글. 이혜린(미술 칼럼니스트)

2 Comments

  1. 박 영 신 댓글:

    아주 좋습니다. 이런 웹진 를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 늘 건승하시기 빕니다.

    고양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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