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창단이니 올해로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이하, 앰비규어스)의 역사가 13년이 된다. 젊은 현대 무용 단체로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예이다.
‘앰비규어스’라는 이름으로는 2007년부터 시작했다. 그 전에는 공연 때마다 모였다가 다시 흩어져서 각자 작업을 하는 식이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상주단체가 되면서 좀 더 전문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는데, 13년이나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웃음)
이름을 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2007년 서울예술대학교 교수님께서 갑자기 대학무용제 안무를 맡기신 적이 있다. 가수들 백업댄서로 방송활동을 하던 때라 ‘왜 내게 이 일을 맡기실까’ 의아했지만, ‘현대무용’이라는 걸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학생들과 ‘우리가 하고 싶은 걸 뭐든 열심히 해보자’ 하고 만들었다. 이후 그 학생들의 졸업 작품 안무를 한 번 더 해주었는데, 그 작품이 바로 <볼레로>(2007)다. 당시 ‘CJ 영페스티벌’에 작품 영상을 보냈다가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아, 내가 한 작업이 현대무용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로 계속 안무 의뢰가 들어오면서 은근슬쩍 현대무용 안무가가 된 셈이다. 지금도 내가 하는 게 정확하게 현대무용이라는 생각을 안 한다. 그래서 단체 이름도 ‘앰비규어스’(ambiguous, 애매모호한)라고 지은 것이다.
그간의 무대를 보면 안무, 음악, 의상, 소품 등 여러 요소들이 현대무용 공연들에서 보아온 모습과 다른 경우가 많아서 ‘앰비규어스’라는 단체명이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다. 모호하다는 건 그만큼 열린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 아닌가.
우연히 영어사전에서 찾은 단어가 ‘앰비규어스’다. a니까 사전 앞쪽에 나와 있기도 했고, 멋지기도 했고. (웃음)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게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이다.
음악을 좋아하니까 누구보다 음악을 잘 맞추고 싶고, 옷을 좋아하니까 무대 위에서 더 멋지게 입고 싶은 거다. 그런데 그 ‘잘, 멋지게’라는 개념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멋진 옷, 좋은 음악의 개념은 아니다. 그 기준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특별하다는 게 아니다.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 관심 있어 하는 것을 더 잘 하려고 노력하면 한 명 한 명이 남다른 거다.
전라남도 완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보람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서울로 이주해 2000년부터 백업댄서로 활동하였다. 스트리트댄스, 발레, 현대무용, 힙합 등 다양한 춤의 장르를 배경으로 동시대 현대무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그는 ‘음악 이전의 소리’, ‘춤 이전의 몸’으로 돌아감으로써 관객들과 보다 진실하게 소통하고자 한다.
창작 과정이 궁금하다.
가장 먼저 단어(주제)를 찾고, 그 다음에 음악을 찾는다. 음악은 운명처럼 다가온다. 그건 하루에 4시간 이상씩 음악을 듣기 때문에 오는 운명이지,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오는 운명이 아니다. ‘아, 이 음악에 춤추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들 때 그 음악을 선택해서 분석하는데, 작품을 짜다 보면 이 음악이 왜 내게 왔는지 알게 된다.
의상이나 소품도 다 직접 준비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만든다. 거만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웃음) 춤을 오래 추다 보니 내 머릿속에 있는 것보다 내 몸이 가지고 있는 게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언가를 만들려고 한다기보다는 연습실에서 매 순간 나오는 것들을 치열하게 해석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용수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이겠다.
그게 굉장히 어렵다. 한국 교육 시스템은 대부분 주입식이고, 내 생각엔 현대무용도 주입식 교육을 통해 배워온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무용수들은 ‘여기서 이렇게, 저기서 이렇게’라고 주문해주는 걸 훨씬 편하게 여긴다. 하지만 우리는 무용수들 자신의 느낌까지 다 넣으라고 하니까 무용수들이 조금 힘들어한다.
지금 컴퍼니에 7명 정도의 무용수들이 고정으로 있는데 반 이상이 3~4년간 합을 맞춰왔고, 장경민 (앰비규어스) 대표와는 10년 가까이 됐다. 기본적으로 작업은 공부, ‘배우는 것’이라는 점을 공유하고 있다. 나를 포함해 매 순간 배울 생각이 없어 보이면 함께 작업하지 못한다. 자기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총 몇 편의 레퍼토리가 있는지 헤아려 보았나?
창단 후 6년 정도까지는 세어 봤는데 그때 16편 정도 됐던 것 같다. 이후부터는 안 센다. 우리가 극장에서만 공연하는 게 아니라 거리에서도 하고, 장소가 다양하다. 작품이 매번 그 환경에 맞게 변해서 공연할 때마다 신작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