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행위를 둘러싼 고민, 그리고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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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세계 거리예술축제의 동향

올해 초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연예술계는 한동안 마비되었다. 폭이 넓은 관객층을 상대해야 하는 거리예술축제들은 더 움츠러들었다. 전 세계가 가장 작은 단위의 공간 속으로 폐쇄되었고 예술 행위들은 고민에 휩싸였다. 

국내 거리예술축제들의 다양한 코로나19 대처 방안

온라인 진행, 분산 개최, 거리두기 관람 등

코로나19 이전, 우리에게 축제는 잠시나마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가깝게 지내던 옆 사람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일상에서 이 소중한 시간을 앗아가고 있다. 이런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봄에 예정되었던 국내 행사들은 각각의 성격에 맞게 대안을 모색했다. 입국 검역 등으로 인해 해외 단체들의 참여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해서 국내 예술 단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소보다는 연기를 선택한 축제가 많았고, 일부는 고민 끝에 운영 방식을 변경해 대처했다.

5월 초 예정했던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공식적으로 취소를 공지했지만, 6월 말에 ‘문화예술 긴급 치유 프로그램 – S.O.S(Save Our Souls)’라는 이름 아래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하여 진행했다. 역시 5월에 개최 예정이었던 제19회 의정부음악극축제는 8월로 연기하여 국내 팀으로만 운영하였다.

춘천마임축제는 보다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했다. 춘천시 100개의 장소에서 분산 개최하는 ‘춘천마임백씬(100scenes)’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운영 중이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서울서커스페스티벌 ‘서커스 캬바레’는 9월 초로 연기해 국내 팀 위주로 진행하며, 거리두기 관람 방식의 하나로 공중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이는 ‘드라이브인 서커스’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코로나19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가을에 개최 예정인 축제들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대규모 군중이 운집하는 작품들을 지양하고, 소규모 분산 개최하는 방식을 채용하여 준비 중이다. 과천축제, 고양호수예술축제, 서울거리예술축제는 공간을 분산하고 기간을 연장하여 행사를 준비 중이다.

2018 고양호수예술축제.
거리예술을 관람하기 위해 빼곡히 모여든 관객들의 모습은 이제 다시 보기 어렵다

갑작스러운 팬데믹에 전격 취소된 해외의 봄 축제들

‘스프링 페스티벌’ & ‘페스티벌 UP!’

해외 축제들도 본질적으로 국내 축제들의 고민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국내보다 높아 대응 방식을 찾기 어려운 양상이다. 약 한 달 동안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60여 문화 공간들을 순회하며 진행되는 ‘스프링 페스티벌’(Festival Spring)은 광역 단위에서 벌어지는 최초의 서커스 페스티벌이다.

프랑스는 전국 약 15곳의 국립서커스예술거점(Pô̂les Nationaux des Arts du Cirque)을 통해 서커스를 지원하고 있는데 노르망디에 위치한 두 곳의 국립서커스예술거점, 브레슈(La Brèche, 쉘부르시 소재)와 엘뵈프 서커스 극장(Cirque-Théâtre d’Elbeuf, 루앙시 소재)이 축제를 기획, 운영한다. 올해 호주 특집을 기획했으며, 2021년에는 남미와 아시아 특집을 기획 중이었다. 서커스 거점의 대표이자 스프링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인 이블린 라포(Yveline Rapeau)가 지난 2018년 가을, 한국을 방문해 국내 서커스 작품들을 관람하고 단체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올해 3월 5일부터 4월 5일까지 개최 예정이던 스프링 페스티벌은 코로나19로 인해 개막 후 약 1주일이 지나 중단을 결정했다. 당시 급격하게 확산되던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페스티벌 중단 이후로는 아직까지 내년 축제 운영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페스티벌을 주관하는 두 곳의 국립서커스예술거점은 예술가들에게 레지던스, 창작지원 사업들을 점차 재개하고 있는 정도다.

스프링 페스티벌과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벨기에의 ‘페스티벌 UP!’(UP! The Circus Festival in Brussels)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벨기에 연방 정부의 지침에 의해 행사 일주일 전 페스티벌을 전격 취소했다. 벨기에의 대표적인 서커스 축제, 페스티벌 UP!은 격년제 행사로 올해가 16회째였다. 3월 19일부터 29일까지 약 10일간 30편의 컨템퍼러리 서커스 작품이 브뤼셀 전역에서 55회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올해는 아시아권의 전문가들을 초청하는 전문가 포럼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페스티벌을 주관하는 서커스 창작센터 ‘재난 공간’(Espace Catastrophe)의 대표 카트린 마지(Catherine Magis)는 2019년 봄 서울서커스페스티벌 ‘서커스 캬바레’를 방문하여 아시아 및 국내 예술가들과 교류하는 등 향후 국제 교류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올해 3월 5일부터 한 달 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스프링 페스티벌’은 개막 1주일 만에 취소되었다

일정 연기 후 대안을 모색한 해외의 여름 축제들

‘퓨리 페스티벌’ & ‘몬트리올 서커스 페스티벌’

갑작스런 혼란을 겪은 봄철 축제들에 비해, 6월 이후 여름철 중심으로 계획된 행사들은 그나마 시간을 갖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6월초 예정이던 ‘퓨리 페스티벌’(Festival Furies)은 9월 연기를 결정, 9월 15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퓨리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샬롱-엉-샹파뉴(Châ̂lons-en-Champagne)시는 프랑스의 국립서커스예술센터가 소재한 작은 도시이다. 퓨리 페스티벌은 거리극과 서커스를 주된 경향으로 하는 축제로 올해 31회째를 맞는다.

매해 7월 캐나다 퀘벡주에서 벌어지는 ‘몬트리올 서커스 페스티벌’(Festival Montréal Complètement Cirque)은 북미권을 대표하는 서커스 페스티벌이다. 페스티벌 기간 중에 전문가 네트워크 사업인 ‘국제 컨템퍼러리 서커스 마켓’(Marché International de Cirque Contemporain)을 동시 개최한다. 올해 축제는 7월 2일~12일, 마켓은 7월 8일~11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프로그램은 취소되었고, 전문가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실시간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비대면이었지만 새로운 창작 프로젝트 소개, 서커스 분야 주요 이슈 공유 및 토론 등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몬트리올시는 빈민 지역인 생-미셀(Saint-Michel)에 서커스 지구(Cité des arts du cirque)를 설정하고 서커스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이 서커스 지구에 태양의 서커스 본사, 몬트리올 국립 서커스학교, 서커스 전용극장 ‘토후’(Tohu)가 위치해 있다. 몬트리올 서커스 페스티벌은 바로 토후가 주관한다. 토후는 2017년부터 서울문화재단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와 서커스 분야 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실시간 온라인 방식으로 한국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서커스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0 퓨리 페스티벌’의 포스터에 9월로 연기된 일정이 표시되어 있다

‘도시 문화예술 자원’에 따라 축제를 더 확대하기도

‘샬롱 거리예술 페스티벌’과 vs. ‘오리악 국제 거리극 페스티벌’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의 ‘샬롱 거리예술 페스티벌’(Festival Chalon dans la rue)는 현재 새롭고 흥미로운 형식으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7월 말에 5일간 성대하게 벌어지던 축제 대신 8월, 9월, 10월의 마지막 주말 3차례로 나눠 점진적으로 도시를 깨우고 사회적 관계를 복원시킨다는 계획이다. 확대된 방식으로 진행하는 만큼 ‘가을의 만남’(Rendez-vous d’Automne)이란 제목을 붙였다.

8월 말에 진행되는 첫 번째 행사 ‘새벽’(Aube)은 거리 두기가 가능한 공간에서 작은 작품들을 공연해 샬롱시의 시민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9월 말의 두 번째 행사 ‘기상’(Lever)은 정원, 광장, 중정 등에서 관객들과 함께하는 공연이다. 10월 말에 펼쳐지는 ‘수평선’(Horizon)에서는 비로소 축제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거리, 대로, 광장 등 축제의 대표적인 공간에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샬롱 거리예술 페스티벌의 새로운 기획에는 코로나 19의 상황이 점진적으로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담겨 있다. 샬롱시는 거리예술 축제를 비롯해 공연장, 전시장들이 많아 도시 규모에 비해 문화예술 자원이 풍성한데, 그것이 이처럼 흥미로운 기획을 이끌어낸 배경을 차지한다. 즉, 여름철 짧게 집중된 축제 개최 방식을 가을 시즌으로 길게 분산하더라도 충분히 거리예술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오히려 새로운 계절에 시도하는 또 다른 방식의 행사 운영이 이채로운 풍경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에 반해 8월에 개최 예정이었던 중요 행사 ‘오리악 국제 거리극 페스티벌’(Festival International de Théâtre de Rue d’Aurillac)은 최종적으로 취소를 결정했다. 샬롱 페스티벌보다 1년 앞서 개최되기 시작한 오리악 페스티벌은, 샬롱 페스티벌과 함께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거리예술을 대표하는 페스티벌이다. 하지만 축제를 개최하는 도시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오리악시는 접근이 쉽지 않은 산간 오지인데다 문화 프로그램이 비교적 빈약한 도시이다. 오리악시의 입장에서 오리악 페스티벌은 도시를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행사다.

하지만 오리악 축제는 ‘파열’(Eclat)이라는 축제 구호가 말해주듯, 예술가와 관객들의 극단적이고 새로운 만남과 대면을 중시한다.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축제를 강행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컸을 것이다. 비록, 올해는 5일간의 축제 여정을 함께할 수 없지만 20년째 축제 3주 전부터 진행하던 지역주민 대상 프로그램 ‘자유로운 들판!’(Champ Libre!)은 지속한다.

석 달간 마지막 주말마다 분산하여 개최하기로 한 ‘샬롱 거리예술 페스티벌’(왼쪽)과 취소를 선택한 ‘오리악 국제 거리극 페스티벌’(오른쪽)

새롭고 낯선 방식의 도입이 불가피한 국제 교류 사업들

비대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

지난해 아시아권의 서커스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서커스 아시아 네트워크’(CAN, Circus Asia Network) 회원국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회원사 중 하나인 대만 가오슝국립예술센터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1월에 예정된 서커스 플랫폼 사업도 차질 없이 준비 중이다. 반면 5월 말 서커스 아시아 네트워크의 총회를 열기로 했던 캄보디아 ‘티니티누 페스티벌’(Tini Tinou Festival)은 11월 초로 연기되었으나 아직 개최 여부가 불확실하다.

작년에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진행된 아시아 서커스 교류 레지던스 사업은 올해 국가별로 진행하고 내년에 통합 레지던스를 추진하기로 협의했다.

축제를 중심으로 기획되던 국제 교류 사업들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위에 열거한 대다수 축제들의 예술감독이 2018~19년 한국을 방문해 작품 초청, 예술가 교류, 공동 창작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안해 진행 중이었다. 아쉽게도 이들 교류 사업들의 대부분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일부 프로젝트들은 원격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새롭고 낯선 방식이지만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는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길로 접어들었다.

글. 조동희(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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