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의 융복합, 그 핵심은 원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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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고양예술인 레퍼토리 개발 공동제작 프로젝트
광개토 사물놀이 예술단 <무브먼트 코리아>

국악과 힙합의 결합, 그 조화로운 무대를 확인할 수 있는 광개토 사물놀이 예술단의 <무브먼트 코리아>가 지난 12월 13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비공개로 공연되었다. 작금의 대중문화와 우리 전통문화가 통하는 현장에서 전통과 현대의 융·복합, 그 성공적인 핵심은 각자가 갖춘 남다른 내공임을 알 수 있었다.

‘융복합’ ‘퓨전’은 더 이상 공연계에서 새롭지 않다. 전통과 지금 유행하는 대중문화가 만났다고 해서 새로운 걸 환기시키는 것도 이젠 힘들다. ‘광개토 사물놀이 예술단’이 사물놀이와 힙합을 결합한 <무브먼트 코리아>를 선보여온 것도 2010년대 초반부터다.

그럼에도 고양문화재단이 고양예술인 레퍼토리 개발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통해 ‘광개토 사물놀이 예술단’과 준비한 국악 & 힙합 융복합 퓨전콘서트 <무브먼트 코리아>를 그냥 넘기기에는 아쉽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2월 13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일반에게 비공개로 시연된 이 공연은 융합과 복합의 핵심은 원 재료라는 걸 증명했다.

퓨전일수록 각자의 내공이 더 중요하다

퓨전 공연에서는 예술가들의 능력이 당연하게도 더 중요하다. 엉성한 내공이 섞일 경우, 양측 다 바닥을 더 쉽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형문화재 제7-3호 호남우도농악 전수교육 조교와 이수자들로 결성된 전문 연희단체인 광개토 사물놀이 예술단은 그런 면에서 안정적이었다.

한민족의 기상과 기개를 주작이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을 표현한 대북독주 ‘주작의 승천’을 시작으로 광개토 사물놀이 예술단이 전통타악합주 ‘혼의 소리’를 선보일 때 증명된다.

천둥 꽹과리, 비 장구, 구름 북, 바람 징 등 각자 자연의 상징성을 머금은 사물놀이 악기가 동시에 울리며 빚는 폭발적인 소리 위에, 구음과 살풀이가 여유롭게 조화될 때 통쾌하고 짜릿하다.

작금의 대중문화로 전통을 써내려 가다

그룹 ‘EXID’의 「위아래」를 비롯한 K팝과 클럽음악 등 서로 다른 두 음악을 섞는 디제잉 기술, ‘비트 저글링’을 포함해 화려한 DJ 퍼포먼스는 부채춤과 만나, 리듬감으로 전통을 굴려 나간다.

마루바닥 비보이 크루의 고난이도 힙합 & 비보이 댄스는 역동적 에너지의 포효였다. 이런 팀들이 한국에 있으니, 브레이크댄스가 정식 정목으로 채택된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은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무브먼트 코리아>에서 전통과 작금의 대중문화가 만나 발산하는 에너지의 소용돌이는 ‘어흥 요(yo)’에서부터 본격화된다. 비보잉, 전통 사자탈춤이 만나 서사를 써내려 간다.

판소리 & 비트박스 퍼포먼스 ‘판(Beat) 소리 – 신춘향전’은 고수의 북 장단 역할을 하는 비트박스의 그루브가 춘향전을 새롭게 만든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는 여전히 변주하고 있다

피날레는 창작연희 놀음판 ‘무브먼트 코리아’(MOVEMENT KOREA)다. 사물놀이가 판을 깔고 비보이, 비트박스, 디제잉, 진도북춤, 부포놀음, 열두발놀이, 버나놀이가 한데 어우러진다.

빤하지 않지 않냐고? 맞다. 새롭진 않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통과 현대의 만남은 변주를 통해 계속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국악 기반의 팝밴드 이날치는 판소리 <수궁가>를 재해석해 가장 힙합 음악으로 만들어냈다. 여기에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독특한 춤사위까지 더해진 ‘융복합’으로 세계를 강타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는 조선시대 임금의 행차나 군대가 행진할 때 연주한 ‘대취타’에서 모티브를 얻은 동명 곡으로, 솔로 가수 최초로 빌보드 양대 메인 차트에 동시 진입했다.

결국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퓨전 콘서트는 빤한 결과물이 아니라 얼마든지 새로울 수 있다. 60분 남짓의 <무브먼트 코리아>는 조화와 화합을 통한 갈라쇼 형태로, 전통·현대 조합의 푸짐한 잔칫상을 차려냈다.

문화에는 돌연변이가 없다

지금까지 해온 조합이라고 예상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다. 이 당연 가능한 걸 해온 이들의 노력을 생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양예술인 레퍼토리 개발 공동제작 프로젝트’처럼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유지해나가는 걸 꾸준히 지원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국악인을 포함 전통문화 예술인들이 TV 같은 대중문화 매체와 마냥 척을 져온 것도 아니다. 1960~70년대만 해도 국악인들은 TV스타였다. 국악 방송도 많았다. 현재 국악인 출신 트로트가수 송가인, 4중창 그룹 ‘라비던스’의 고영열이 인기를 얻는 것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이처럼 문화에는 돌연변이가 없다. 조합되고 화합되고 퓨전되면서 변종이 생기고, 거기서 생명력도 널을 뛴다. <무브먼트 코리아>가 그는 길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개의 입구 중 하나가 될 수는 있다.

글. 이재훈(뉴시스 기자)
사진. 노승환, 안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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