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창동61, 창동의 일상에 색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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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과 도시재생 – 플랫폼창동61

플랫폼창동61, 창동의 일상에 색을 더하다

 

중공업의 쇠퇴와 함께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산업도시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며 도시의 영광을 다시 쓸 수 있었다. 영국 산업혁명을 상징하던 뱅크사이드(Bankside)의 발전소는 영국 현대 미술의 상징(테이트 모던, Tate modern)이 되었고, 마드리드 외곽의 마타데로(Matadero)는 긴 시간에 걸쳐 피비린내 나는 도축장에서 거대한 예술센터로 탈바꿈했다. 비단 유럽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전반에 걸쳐 문화적 도시재생의 현상이 확대되고 있으며, 전국 주요 도시에 도시재생을 위한 도시재정비 촉진지구와 도시재생 시범지구를 지정한 바 있다. 고양시 역시 K-컬처밸리가 조성되고 고양시의회 도시재생연구회가 출범하는 등 문화예술 선진화와 도시재생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고양만의 도시재생 모델을 찾길 바라며 관심 가져볼 만한 기존의 도시재생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글. 박지은(고양문화재단 홍보마케팅실) 사진제공. 플랫폼창동61

 

화물용 컨테이너, 문화 콘텐츠를 담다

 

61개의 해상 운송용 컨테이너로 이루어진 플랫폼창동61의 외관

61개의 해상 운송용 컨테이너로 이루어진 플랫폼창동61의 외관

 

문화는 발길이 끊긴 구도심, 버려진 화력발전소, 음습한 도축장으로 구태여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도시재생’은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 길을 내는 등 무자비하게 도시를 재건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고 창출함으로써 도시를 새롭게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으로 부흥시키는 도시사업을 칭하는 말이다. 특히, 문화예술이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이식을 통해 도시는 문화와 정체성을 만들고 종내 도시의 재생을 일구어내곤 한다.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맞닿는 도봉구 창동역 인근은 비둘기와 포장마차가 즐비하다. 무채색 아파트가 줄지어 있고 시장과 대형 마트를 찾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도시다. 계속해서 진행되는 공사에 주변은 어지럽고 매캐하며 극장도 하나 없는 창동의 젊은 층은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해 주로 대학로로, 홍대로 나가야만 했다. 이런 서울의 외곽 창동에 몇 달 전부터 의문의 컨테이너가 불쑥 불쑥 올라오기 시작했다. 창동-상계 지역 주민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이 알록달록한 컨테이너가 드디어 지난 4월 29일 베일을 벗었다.

테트리스 게임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 공간의 정체는 ‘장르음악의 오아시스’를 표방한 플랫폼창동61. 인구 약 320만 명의 서울 동북권 지역은 사실상 문화예술 불모지에 가까웠다. 이런 서울 동북권 창동-상계 지역을 문화 중심지로 개척하고자 서울시가 나섰다. 서울시는 도시재생 정책의 일환으로 창동-상계 지역에 서울의 유일한 전문 공연시설이자 복합문화 거점이 될 ‘서울아레나’ 건축을 계획했다. 그리고 서울아레나의 붐업(Boom-up) 사업으로 음악과 라이프스타일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 플랫폼창동61을 조성하고자 컨테이너를 도시로 들여온 것이다.

컨테이너(container)는 ‘담고 있다’라는 뜻의 동사 contain에서 나온 단어로, 화물 수송에 주로 쓰는 큰 상자를 일컫는다. 플랫폼창동61은 실제 해상 운송용으로 사용되던 컨테이너 61개로 구성되어 있다.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화물을 담아 나르던 수단으로써의 컨테이너가 장르음악, 사진, 패션 등의 문화 콘텐츠라는 내용물을 담아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나아가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창조하는 기능을 하게 된 것이다.

창동 사운드·창동 스타일, 생산에서 소비까지

 

플랫폼창동61 공연장 레드박스

플랫폼창동61 공연장 레드박스

플랫폼창동61의 핵심 키워드인 ‘장르음악’을 선보이는 공간인 ‘레드박스’는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문 공연장이다. 스탠딩 기준으로 약 5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으며 공연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모두 만족할 만한 준수한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있다.

플랫폼창동61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단순히 공연을 소비하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뮤지션이 활발히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드박스와 더불어 마련된 창동사운드 스튜디오(아티스트 레지던스)에는 플랫폼창동61의 뮤직디렉터 신대철을 비롯한, 이한철, MC메타, 잠비나이, 숨[su:m], 아시안체어샷 등 장르음악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상주하며 창작 활동 등 다양한 음악 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또한, 레코딩 스튜디오, 리허설 스튜디오를 조성하여 아티스트가 음악을 생산하고 대중에 공개하는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외에도, 플랫폼창동61은 시민들이 문화 생활을 더욱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도록 쿠킹·스타일·포토 클래스가 열리는 분야별 스튜디오와 사진 전시가 진행되는 갤러리 등을 구축하였다. 또한,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를 마련해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지역 주민의 참여와 소통을 유도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음악을 비롯한 라이프스타일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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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창동61의 문화예술 사업은 창동과 인근 지역에 경제적,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우선, 플랫폼창동61이 제공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문화적으로 소외 받았던 기존의 지역 주민들은 풍성한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분야별 디렉터를 선정하여 운영하는 만큼 질 높고 차별화된 공연과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타지의 문화예술 팬들까지 창동으로 불러 모을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곧이어 서울 동북권 지역의 경제 활성화로 연결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활성화의 이점에만 도취되어서는 안 된다. 그 이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구도심이 번성해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홍대, 삼청동에서는 이미 원주민과 예술가들을 타지로 떠나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일이 있었다. 창동에서만큼은 정작 도시재생의 혜택을 누려야 하는 오랜 지역 주민들과 지역 발전에 이바지한 예술가들이 도시재생 사업으로 인해 본인들의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는 일만큼은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플랫폼창동61이 이제 도약을 시작한 만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플랫폼창동61이라는 씨앗이 창동과 인근 지역에 어떤 문화와 정체성을 꽃 피울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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