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가장 젊고, 가장 진보한 바흐, 베토벤, 쇼팽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INTERVIEW
2016년 6월 13일
우리와 똑같이 젊었고, 뜨거운 가슴을 지녔던⋅⋅⋅
2016년 6월 20일
02016년 6월 14일

2016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 건반 위의 젊은 거장

지금 이 순간

가장 젊고, 가장 진보한

바흐, 베토벤, 쇼팽

바흐, 베토벤, 쇼팽. 음악사의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이 세 작곡가는 오랫동안 많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연주자 본인이 선호하는 레퍼토리에 따라 애호가들에게 범주화되는 작업은 상당히 빈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특정 작곡가나 레퍼토리로 연주자를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한 문제는 잠시 내려두기로 하자) 사실 ‘스페셜리스트’라는 호칭이 연주자에게 부담스럽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밤하늘의 별처럼 빛을 내는 수많은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 바흐, 베토벤, 쇼팽의 대표작을 자신의 전공처럼 대중 앞에 선보일 수 있다는 점 자체가 한편으로는 축복일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언급할 세 명의 피아니스트는 바흐, 베토벤, 쇼팽의 스페셜리스트로서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이 시대의 젊은 거장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글. 노태헌(음악칼럼니스트)

젊은 진지함으로

김선욱의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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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h Lee

피아니스트 김선욱 ⓒDoh Lee

‘젊다는 것’과 ‘진지하다는 것’은 사실 썩 어울리는 표현은 아니다. 그런데 김선욱에게는 제법 잘 어울린다. 그가 18세의 나이로 리즈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을 거두며 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 더군다나 18세의 소년이 엄청난 스케일과 난이도를 자랑하는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올렸던 그 당시에는 사실 그 크기와 너비를 저 가벼운 나이로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할레 오케스트라와 마크 엘더를 만난 김선욱은 묵직하고 어두웠다. 나는 그의 배면에 고전주의적인 취향이 드리워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의 행보는 더욱 그러한 풍모가 돋보인다. 특히 활발한 활동으로 세계 유수의 지휘자 및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거나, 독주자로서 세계무대를 종횡무진하는 가운데서도 김선욱은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의 진지한 기질이 돋보였던 활동은 아무래도 12/13 시즌에 가졌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치클루스(전곡 연주회)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여러 환경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김선욱만의 진솔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적의 무대가 아니었을까 미루어 짐작해본다.

필자는 모든 연주에 참석하지는 못하고 초반과 후반의 일부 시리즈를 볼 수 있었다. 그 일련의 과정들은 미완의 대기로 보였던 초반의 연주들에 비해 서서히 자신만의 짜임새와 페이스를 찾아가며 종국에는 작품의 구조와 더불어 음악으로 수렴하는 듯한 착각을 안겨준, 그의 진화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던 놀라운 순간들이었다.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3악장(영상 출처 :  Youtube ‘TheHouseConcert’)

또한 음반작업에 있어서도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함께 출반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 등으로 김선욱은 동년의 다른 어떤 누구와 비교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는 독보적인 경력을 갖게 된다. 더군다나 1년 전부터 독일의 악첸투스 레이블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29번 ‘함머 클라비어’ 같은 음악성 높은 작품들과 프랑크의 ‘전주곡, 코랄과 푸가’,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 같이 난해하면서도 깊이 있는 작품들을 담아내었을 때 현재 그가 추구하고 있는 음악적 종착지가 어디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서른도 안 된 젊은 나이지만 그가 지금까지 이룩한 것들을 반추해본다면 그의 진중한 행로가 서서히 떠오를 것이다. 그런 그가 7월 16일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의 묵직한 잿빛 색채로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시리즈의 첫 문을 열어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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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토) 오후 7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낭만적인 해석

마르틴 슈타트펠트의 ‘바흐’

어느 콩쿠르에서 우승했는지는 그 연주자의 음악적 방향성을 정하는 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독일의 피아니스트 마르틴 슈타트펠트는 2002년 라이프치히 바흐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연주자로, 그의 별명은 공교롭게도 ‘제2의 글렌 굴드’이다. 1955년 23살의 나이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하며 등장한 글렌 굴드처럼 슈타트펠트 역시 2004년 23살의 나이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출반한 것이 일종의 평행이론처럼 보이는 데다, 수려한 외모에 바흐를 집중적으로 연주하는 기행적인 행보 등 많은 부분에서 굴드가 오버랩 되는 것이 사실이다.

피아니스트 마르틴 슈타트펠트 ⓒYvonne Zemke

피아니스트 마르틴 슈타트펠트 ⓒYvonne Zemke

그러나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 연주를 직접 들어본 사람이라면 슈타트펠트에게 섣불리 굴드의 그림자를 덧씌울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굴드의 주법이 페달의 사용을 거의 자제한 상태에서 손목의 힘만으로 바로크적 아티큘레이션을 자신만의 개성적인 어법으로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면, 슈타트펠트가 바라보는 바흐는 작품이 가져야 하는 원전성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

그의 시선에 바흐는 기본적으로 ‘노래하는 작곡가’라는 사실이 내재되어 있다. 특히 나지막한 레가토와 약동하는 리듬선의 연결을 강조하며 푸가의 처리도 비교적 부드럽게 하기 때문에 해석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보다 낭만적인 스타일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연주자다.

슈타트펠트가 연주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영상 출처 : Youtube ‘VinceroKorea’)

어찌되었든 슈타트펠트의 본령이 바흐라는 사실은 지금까지 녹음한 음반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비올라 다감바 소나타’, ‘건반악기 협주곡집’, ‘영국모음곡 1-3권’과 그 외의 작은 소품들까지 포함하여 출시된 음반만 거의 9종에 달한다. 모차르트나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같은 독일-오스트리계 작곡가들을 중심으로 그 외연을 확장하기도 했지만, 지속적으로 슈타트펠트의 음악세계는 바흐의 자장 안에 머물렀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시리즈에서 기존의 한국 무대나 음반을 통해서는 공개한 적이 없는 ‘음악의 헌정’을 연주한다. 이 작품은 세부 소품들의 연주 순서부터 악기의 지정 등이 연주자의 의도에 따라 상당히 다양하게 결정되는 작품인 만큼, 이번 공연은 슈타트펠트의 바흐관을 살펴볼 수 있는 상당히 흥미로운 자리가 될 것이다. 다른 바흐 연주자들의 해석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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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토) 오후 7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날카로운 총기는 통찰이 되어

임동혁의 ‘쇼팽’

ⓒSophie Zhai

피아니스트 임동혁 ⓒSophie Zhai

96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에서 2위를 했던 12살의 임동혁, 2001년 롱-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17살의 임동혁은 아직까지 우리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다. 올해 32살이 된 그이지만 여전히 얼굴에는 앳된 미소가 가득하다.

2015년 국내를 떠들썩하게 달구었던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으로 전국이 쇼팽과 피아니스트의 열풍으로 뒤덮였던 것이 불과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사실 임동혁은 십 수 년 전부터 이러한 팬덤의 중심에 자리하던 스타 피아니스트였다.

롱-티보 콩쿠르에 이어 참가했던 2003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005년의 쇼팽 콩쿠르, 2007년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뿜어내던 날카로운 총기는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숙성되어 통찰력으로 변하고 소리는 더욱 깊어졌다.

임동혁이 연주하는 쇼팽 뱃노래(영상 : KBS 더콘서트, 출처 : Youtube ‘ylevar125’)

임동혁의 제법 긴 활동을 종합해보면, 그의 키워드는 단연 쇼팽이다. 2005년 쇼팽 콩쿠르를 본 사람이 있다면 임동혁의 쇼팽이 우승자 라파우 블레하치보다 더욱 세련되며 광채가 났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는 쇼팽을 연주하기에 좋은 최적의 기교, 본능적으로 섬세한 감성을 타고 났다.

그가 2001년과 2003년에 각각 남긴 데뷔 음반과 쇼팽 리사이틀 음반들은 여전히 놀라움으로 가득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기록은 단연 지난해 11월 출시한 쇼팽 전주곡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으로 신경의 씨날줄을 오르내리며 깊은 울림과 구축력, 극도의 예민한 터치들이 대조를 이루어낸 신기어린 연주로 임동혁은 완연히 거장의 영역에 진입했음을 알렸다. 이러한 성과들은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아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와 BBC 뮤직매거진 ‘이달의 음반’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바로 그 화제의 음반 수록곡을 이번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시리즈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

2016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3 –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예매 바로가기]

11.22(화) 오후 8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젊은 세 명의 피아니스트들. 아람음악당에서 이들의 3인 3색 연주를 차례로 만나는 것은 ‘바흐-베토벤-쇼팽’을 이 시대에 가장 젊으면서도 정통한 연주자들로부터 듣게 되는 것이다. 벌써부터 이들이 이끌어낼 ‘악흥의 순간’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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