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프로그램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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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tin Jehnichen

2016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건반 위의 젊은 거장 1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프로그램 미리보기

 

‘건반 위의 젊은 거장’ 김선욱, 마르틴 슈타트펠트, 그리고 임동혁을 차례로 만날 수 있는 ‘2016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시리즈’가 오는 7월 16일(토)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로 그 첫 문을 연다. 2009년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2012-13년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2015년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전곡 연주 등으로 베토벤을 꾸준히 연구해온 김선욱은 이번에는 ‘베토벤 예술의 소우주’라 불리는 디아벨리 변주곡으로 또 한 번의 명연을 예고한다. 여기에, 같은 환상곡풍이면서도 분위기가 대조적인 모차르트 환상곡 d단조, K.397과 슈베르트 소나타 D.894로도 한층 성숙한 면모를 보여줄 예정. 이번 공연 프로그램에 대한 이준형 음악평론가의 해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건반으로 노래하는 오페라의 한 장면 같은

모차르트 : 환상곡 d단조, K.397

 

서양음악에서 기악곡이 태어난 순간부터 19세기 초까지 뛰어난 기악 연주자, 특히 건반 연주자들은 모두 즉흥연주의 대가였다. 당대 최고의 건반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꼽혔던 모차르트 역시 예외가 아니었는데, 이런 면모는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가령 여러 군데 독주 파트가 완전히 기보되어 있지 않은 피아노 협주곡들(그는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협주곡의 도입부나 패시지워크, 카덴차에서 ‘순간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연주한다’고 했다), 그리고 장르의 성격상 바로크 시대부터 즉흥연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던 환상곡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차르트의 환상곡에 과연 얼마나 많은 즉흥연주의 요소가 담겨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학자와 연주자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으며, 치밀하고 정교하게 짜인 음악적 구조를 볼 때 자유로운 즉흥 양식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의 환상곡에는 작곡가의 그 어느 건반 장르보다 더 즉흥적인(혹은 ‘즉흥적으로 보이는’) 특성이 강하게 배어 있으며 음표들은 마치 청중을 향해 튕겨져 나오려는 듯하다.

환상곡 d단조는 c단조(K.475)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모차르트는 첫 번째와 두 번째 파트를 완성하고서 마지막 파트는 미완성으로 남겼는데, 가운데 부분에 해당하는 아다지오(Adagio)가 전곡을 지배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서두의 안단테(Andante)와 마지막의 알레그레토(Allegretto)는 각각 아다지오를 향한 도입부와 코다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차르트의 모든 음악이 그렇기는 하지만 이 환상곡은 그 어느 곡보다도 극적인 성격이 두드러져서 마치 건반으로 노래하는 오페라의 한 장면(scena) 같다는 느낌을 준다. 이 곡에서 인상적인 불협화음, 예측할 수 없는 침묵과 화려한 악절이 갑자기 등장하며 만들어내는 격렬한 감정에는 카를 필립 에마누엘 바흐나 장년기 요제프 하이든의 다감양식(empfindsamkeit)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수사적인 설득력이 있다.

작곡 시기는 1782년이라는 주장이 유력하지만 1786년이나 87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으며, 작곡가의 자필 악보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확신할 수 없다. 1804년에 처음 출판되었을 때는 마지막 부분이 미완성이었지만 1806년에 라이프치히에서 출판되었을 때는 누군가 살짝 생뚱맞은 코다를 덧붙여 마무리했는데, 아마도 아우구스트 에베르하르트 뮐러(August Eberhard Müller)의 작품인 것 같다.

 

작곡가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모호한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18번 G장조, D.894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매우 제한된 연주자와 청중만이 그 진가를 인식했던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는 이제 점점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a단조 소나타(D.784) 이후의 작품들은 완전히 새로우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슈베르트만의 세계를 담고 있는 소우주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1826년에 만들어진 G장조 소나타는 C장조(D.840)와 함께 후기 소나타로 돌입하는 관문이자 작곡가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모호한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기도 하다.

언뜻 다른 후기 소나타에 비해 다소 심심한 작품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비극적인 종말을 예감하면서도 이를 묵묵하게 받아들이는 처연한 슬픔이 있다. 이 소나타는 출판이 이루어지면서 ‘환상곡, 안단테, 미뉴에트, 알레그레토’라는 독특한 제목을 달게 되었는데, 아마도 상업적인 목적이었던 것 같지만 지금도 종종 ‘환상곡’이라 불리곤 한다.

슈베르트가 그때까지 소나타의 첫 악장에서 한 번도 쓴 적이 없었던 ‘Molto moderato’와 12/8박자로 시작되는 1악장은 음울하고 비관적인 느낌을 주지만, 소박하게 들리는 주제 선율과 힘겹고 변덕스럽게 움직이는 리듬 안에는 작곡가만의 서정적인 선율과 감정이 흐르고 있어서 제대로 연주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비록 ‘환상곡’이라는 제목(혹은 별명)이 출판업자의 상술이었다고 해도, 이 악장에는 정말로 환상곡을 연상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슈베르트 음악에서 흔히 등장하는 반복에서는 마치 앞서 등장한 주제를 하나씩 다시 떠올리며 걸어가는 ‘겨울나그네’를 바라보는 것 같은 쓸쓸함이 배어나온다. 2악장 안단테(Andante)는 부드럽고 명상적인 음악 한가운데 역동적이고 긴장감이 넘치는 악상을 배치했는데, 슈베르트가 느린 악장에서 즐겨 시도했던 구성이다.

또한 3악장 역시 신랄한 스케르초 대신 온화한 미뉴에트 악장을 배치해서 전곡의 일관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론도 형식으로 이루어진 마지막 4악장에서는 역시 그답게 곳곳에서 음악의 흐름을 이탈해 자유로운 악상을 펼치는데, 춤곡 풍의 경쾌한 에피소드와 맞물려 등장하는 알베르티(Alberti) 반주의 단순한 선율(단조와 장조로 제시된다)에는 깊은 영감이 담겨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Lr2UsWe6rM

 

‘골드베르크’와 더불어 건반 변주곡의 정점으로 손꼽히는

베토벤 : 디아벨리 변주곡, Op.120

 

빈의 출판업자였던 안톤 디아벨리(Anton Diabelli)는 1819년, 자신의 사업에 활력을 더하기 위해서 독특한 기획을 했다. 그것은 오스트리아 제국의 작곡가들 50여 명에게 자신이 만든 왈츠 형식의 주제 선율을 보내서 변주곡을 받아 모음집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빈에서 거의 쉰 살에 도달한 베토벤은 단연 가장 존경받는 작곡가였기에, 디아벨리의 의뢰인 명단에 베토벤도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밖에 디아벨리가 변주곡을 의뢰했던 작곡가로는 슈베르트, 훔멜, 체르니, 젊은 리스트 등이 있었는데, 이 모음집은 결국 1824년에 <조국 예술가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그러나 베토벤은 디아벨리의 제안에 그대로 응하지 않았다. 그는 짧은 변주곡 하나 대신 한 편의 대규모 변주곡집을 작곡했는데, 이것이 바로 ‘디아벨리’ 변주곡이다. 자필악보를 살펴보면 1819년부터 작곡을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장엄 미사>나 세 곡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같은 후기 걸작을 쓰면서 잠시 중단되었다가 1822~23년에 작곡을 재개해서 모두 33개의 변주곡을 완성했다.

‘디아벨리’ 변주곡은 출판(1823) 이후 지금까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더불어 건반 변주곡의 정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심지어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 같은 피아니스트는 “모든 피아노 작품 중 최고의 걸작”이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이 작품을 이루는 33개의 변주곡은 바흐의 작품이 그렇듯이, 실로 다채로운 양식과 감정을 담고 있다.

왈츠 풍의 주제가 나온 이후 1변주곡은 우렁찬 행진곡으로 시작되며, 14번이나 20번 변주곡은 후기 사중주와도 이어지는 내밀하고 숭고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22번 변주곡은 모차르트 오페라 <돈조반니> 중 레포렐로의 아리아를 인용하는가 하면(디아벨리에 대한 야유일까?) 바흐와 헨델에 대한 경의를 담아낸 장대한 푸가를 거쳐 마지막 33번 변주곡에서는 스승 하이든을 연상하게 되는 미뉴에트를 펼쳐내고 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그리고 가장 지배적인 정서는 역시 유머와 익살일 것이다. 이것은 심각하고 우울하며 치열한 투쟁을 벌이는 일반적인 베토벤상(像)과는 또 다른 면모로, 어쩌면 <장엄 미사>의 숭고함과 ‘디아벨리’ 변주곡의 익살은 인간 베토벤이 지닌 서로 다른 측면이었는지도 모른다.

글. 이준형(음악평론가)

                                                                                                                    

김선욱포스터

 

 

 

 

 

 

 

 

 

 

일시 : 2016.7.16(토) 7:00pm

장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 홀)

대상 : 초등학생 이상

입장료 : R 7만원, S 5만원, A 3만원

문의·예매 : 1577-7766 / 예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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