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6 아람누리 심포닉시리즈 ‘쇼스타코비치 vs. 프로코피에프’ CONCE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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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016 아람누리 심포닉시리즈

쇼스타코비치 vs. 프로코피에프’

CONCERT 1

더위마저 잊게 한 호연,

쇼스타코비치에게로 이끌다

 

지난 7월 9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2016 아람누리 심포닉시리즈 : 쇼스타코비치 vs. 프로코피에프’의 첫 무대가 열렸다. 2011년 하이든 vs.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2012년 베토벤 vs. 브람스, 2013년 슈베르트 vs. 멘델스존, 2014년 차이콥스키 vs. 라흐마니노프, 2015년 드보르자크 vs. 시벨리우스 등 시대별 두 작곡가를 통해 교향악의 발전사를 탐구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어 온 시리즈의 일환이다. 1, 2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이라는 격동의 시절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내며, 뚜렷이 대비되는 음악세계를 구축한 쇼스타코비치와 프로코피에프. 둘 중 먼저 조명한 것은 7월 9일의 쇼스타코비치로, 박영민이 지휘하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부천 필)가 이날 쇼스타코비치의 「축전서곡」으로 시작해 바이올린 협주곡 1번(협연 김영욱), 교향곡 6번을 연주했다.

 글. 김소민(음악 칼럼니스트)

3컷모음


재확인한 부천 필의 저력

“근·현대 레퍼토리에 강한 악단다워”

박영민과 부천 필은 쇼스타코비치 「축전 서곡」의 팡파르로 장쾌하게 포문을 연 뒤 송곳 같은 어택과 빠른 속도감으로 시원한 음향을 선사했다. 러시아 혁명 30주년을 기념해 작곡된 「축전 서곡」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세계에 진입하는 첫 곡으로 적절했다. 10분이 채 안 되는 이 짧은 작품은, 쇼스타코비치의 삶과 음악을 지배한 혁명의 시대를 묘사하는 동시에, 20세기 관현악사에서 독보적인 위업을 달성한 그의 음악 유산을 압축적으로 소개했다. 이 강렬한 도입 덕에 청중은 협주곡과 교향곡에도 한층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부천 필 현악부의 탁월함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이날 연주는 거기에 더해 금관과 목관, 타악부에서도 괄목할 만한 연주력을 과시했다. 국내 최초로 말러 교향곡 전곡을 완주한 악단이자 브루크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근·현대 레퍼토리를 비중 있게 다뤄 온 악단다웠다. 임헌정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박영민은 최근 호평 받은 말러 교향곡 6번 음반과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콘체르탄테에 이어, 이번 무대에서도 명확하고 자신감 넘치는 해석을 선보였다. 특히 마지막의 총주는 가슴이 뻥 뚫릴 듯 시원했다.

크기변환_부천필full (5)명확하고 자신감 넘치는 해석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유산을 소개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박영민 지휘자


김영욱의 바이올린 협연

“질주하는 에너지, 번뜩이는 해학”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에는 현악 사중주단 노부스콰르텟의 멤버로 잘 알려진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협연자로 나섰다. 그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작품에 스며들어 작곡가의 의도를 구현하는 데에 집중했다. 그가 자아를 극도로 억제한 채 중립적인 어조로 부정형의 무한선율을 뱉어 놓은 1악장은 언뜻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연주를 연상케 했다. 인위적인 표현을 배제한, 날 것의 음들은 지향점 없이 부유하다가 서로 부딪히고 밀어내며 야릇한 긴장감을 유발했다.

2악장 스케르초에서는 현란한 속주, 깔끔한 더블 스토핑(중음) 등 비르투오소적인 면모가 돋보였다.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흠잡을 데 없었다. 뭐니 뭐니 해도 독주자로서의 역량에 탄성을 내지르게 한 지점은 3악장의 카덴차였다. 바흐 무반주곡들을 연상시키는 바이올린의 영웅적 독주를 팀파니가 받아 다시 오케스트라로 바통 터치할 때는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짜릿했다. 쉼 없이 4악장으로 질주해 피날레까지 치달린 독주 바이올린의 에너지와 번뜩이는 해학은 실로 대단했다. 김영욱의 재발견이라 할 만했다. 앙코르로 바흐 무반주 파르티타를 선곡해, 카덴차의 바이올린 독주부와 대비되도록 한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크기변환_김영욱 (1)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은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짜릿한 협연을 선사했다


20세기 최고의 교향곡 작곡가, 쇼스타코비치

“우리 정서에 어딘가 맞닿은 음악”

대단원을 장식한 것은 교향곡 6번이었다. 이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5곡 중에서 특별히 인지도가 높은 곡도, 규모가 큰 곡도 아니지만,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형식으로 쓰여 감상의 가치가 높았다. 곡의 구조는 전통적인 4악장이 아닌 3악장으로, 빠른 악장 대신 느린 악장이 먼저 등장했다. 부천 필은 1악장에서 파도처럼 넘실대는 현악 앙상블과 때로는 아우성 같기도 하고 신음 같기도 한 목관 앙상블의 천변만화를 노련하게 그려냈다. 2, 3악장에서는 부천 필 특유의 통쾌한 사운드와 치밀한 리듬감이 돋보였다. 특히 3악장의 무궁동적 피날레는 파괴력과 추진력, 익살과 신랄함의 극치에 달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정신없이 날뛰는 관현악은, 이 곡이 혁명과 전쟁, 전복과 파괴의 시대에 태어났음을 상기시켰다.

일부 청중에게는 올해 아람누리 심포닉시리즈에서 다루는 쇼스타코비치와 프로코피에프가 이제까지 다룬 작곡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러나 음악 자체에 순수하게 몰입할 수만 있었다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전쟁과 혁명의 질풍노도를 겪은 우리 정서에 어딘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쇼스타코비치가 왜 20세기 최고의 교향곡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가에 대해서는 수긍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번 연주는 임헌정 음악감독 퇴임 후 세대교체를 이룬 부천 필에 대해서도, 우려를 지우고 기대를 높였다. 그간 난곡들로 다진 부천 필의 저력이 얼마나 탄탄한가를 재확인시키며 더위마저 잊게 하는 호연이었다.


11월 12일 심포닉 시리즈 두 번째 무대

“경기 필의 프로코피에프는 어떨까”

오는 11월 12일에는 쇼스타코비치와 대구를 이루는 프로코피에프 콘서트가 같은 무대에서 열린다. 성시연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프로코피에프 교향곡 1번과 7번, 피아노 협주곡 3번(협연 박종화)을 연주할 예정이다. 교향곡 1번은 하이든의 기법을 응용해 고전적으로 쓴 작품이며, 교향곡 7번은 소련 당국으로부터 형식주의적 경향을 지적 받은 프로코피에프가 작풍을 바꿔 평범하고 서정적으로 쓰려 한 작품이다. 청년의 미래에 대한 기쁨을 담아 작곡했다고 하여 ‘청춘 교향곡’이라고도 불린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20세기의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사랑 받는 곡 중 하나로, 토속적인 성격과 신고전주의적 경향을 동시에 지닌 참신한 작품이다.

혁명의 소용돌이를 피해 서방세계로 망명했다가 돌아온 프로코피에프는, 일생 동안 소련을 떠나지 않고 혁명과 스탈린 시대를 몸소 겪어낸 사회주의자 쇼스타코비치와 삶도 음악도 사뭇 달랐다. 서유럽과 소련의 정서를 동시에 지녔던 그는, 소련 공산주의 체제에 완전히 순응하지 못한 채 오랜 세월을 광인처럼 살아갔다고 알려진다.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은 그의 내면이 반영된 듯 위악적이고 이따금 미치광이 같으며, 기묘한 유머를 풀어놓는다. 11월 12일 아람음악당 객석에 자리한다면 아마도 이를 귀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컷모음왼쪽)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성시연

오른쪽) 피아니스트 박종화

 

                                                                                                                                      

2016 아람누리 심포닉시리즈
‘쇼스타코비치 vs. 프로코피에프’
CONCERT 2

 

20160524_12

일시 : 2016.11.12(토) 7:00pm

장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 홀)

연주 : 성시연 &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협연 : 박종화 피아니스트)

대상 : 만7세 이상

입장료 : R 5만원, S 4만원, A 3만원, B 2만원

문의·예매 : 1577-7766 / 예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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