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2016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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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음을 아는 클래식 –


  Program Preview  

 

영화인들이 영화음악을 사랑하는 방식은 어딘가 남다른 구석이 있다. 우리는 영화음악을 ‘음악’으로서 좋아하지만 그들은 음악의 마음을 영화가 알고, 영화의 마음을 음악이 아는 상태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영화에 쓰였던 클래식 음악의 유명세 또한위대한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절실함이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오는 10월 27일(목)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리는‘시네마 심포닉’ 공연에서 연주될 작품 또한 모두 영화의 마음을 아는 곡들이다. 테너 김세일의 해설,지휘자 서진이 지휘하는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감상할 공연의 레퍼토리는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중 인트로, 폴 뒤카(Paul Dukas)의 <마법사의 제자>,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ín Dvořák)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중 2악장이며 마지막에는피아니스트 유영욱이 협연자로 참여,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의 1악장을 들려준다.자 이제 클래식 속의 영화, 영화 속의 클래식을 감상해보자.

 

어느 지독한 영화감독의 음악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Space Odyssey, 1968)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 인트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등, 굵직굵직한 영화의 음악을 맡았던 헐리우드의베테랑 작곡가 알렉스 노스(Alex North). 오늘 그는 자신이 음악을 맡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시사회가 열리는뉴욕의 극장으로 향한다. 심혈을 기울여서 작곡했던 그의 음악이 세상에 나오는 첫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영화음악가로서의 의무이자 기쁨. 자 이제 영화가 시작되었다.우주의 어둠을 뚫고 태양이 떠오르고 천지가 진동하는듯한 음악이 극장 전체를 울리기 시작하자 극장 안에 있는모든 사람들은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허나 단 한 사람만은 침묵을 머금고 경악했다. 자신의 곡이 아닌 다른 이의 작품이 극장을 울리는 곳에서

 

[Strauss: Also sprach Zarathustra / Dudamel · Berliner Philharmoni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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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인트로로부터 시작된다.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위해 모든 욕심을 부려볼 참이었고,영화음악 사용에 있어서도 지독한 태도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먼저 희생양이 된 것은 버젓이 살아있던 죄르지 리게티(György Ligeti)였다. 큐브릭은 그의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했고, 소식을 뒤늦게 접한 작곡가는 황당함을 뒤로하고 거칠게 항의했다. 하지만 리게티의 분노도 원래 영화의 음악을 맡았던헐리우드의 거장 알렉스 노스의 상실에는 비할 수 없었다. 큐브릭은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노스의 음악을 일체의 통보도 없이 빼버렸고대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인트로를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시작과 중간, 그리고 마지막에 배치했다. 영화는 전설이 되었고, 명성은 영화 제작 당시 이미 세상에 없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그를 무덤에서 춤추게 한 큐브릭이 함께 나눴다. 감독의 이기심에 희생된 사람에게는 씁쓸함과 배신감만이 남았을 뿐이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만을 놓고 봤을 때는 스탠리 큐브릭의 선택이 옳았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이 그야말로 우주처럼울리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의 고향’– 영화‘암살’ (Assassination, 2015)

안토닌 드보르자크 –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 중 2악장

 

프라하에서 출발해 브레멘에서 대서양 횡단선을 탑승,그곳에서 꼬박 열흘을 머물러 도착한 곳은 뉴욕이었다. 안토닌 드보르자크. 체코에서 온 이 중년의 작곡가는 미국이라는 신대륙이 금세 마음에 들었다. 고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높이 솟은 건물이며, 거리의 깨끗한 모습,다양한 선박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는 모습은드보르자크가 특히 좋아하는 뉴욕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털털함과 예민함이 공존하는 작곡가는 정신산만한 뉴욕의 속살을 보고는 이 도시가 점차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비싼 물가에, 견딜 수 없는 도시의 소음, 게다가 사교 모임은 왜 이리도 많은지.드보르자크는 누군가가 메트로폴리탄에 초대하면 오페라의 1막만 보고는 부리나케 줄행랑을 쳤고,대신 그의 조수와 함께 기차와 선박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으로 피곤한 뉴욕생활에서의 안정을 찾았다.<현악 4중주‘아메리카’>,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같은 작품을 미국땅에서 남긴 것도 타지 생활에서의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Dvorak: Symphony No.9 – New York Philharmonic]

 

우리는 클래식 음악을 서양의 음악이라 말하지만 몇몇 작품들은 서양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인류가 공유하는 보편성을 획득했다.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가 그런 작품임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신세계 교향곡은 드보르자크가 미국이라는 나라에 감화되어 작곡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정작 작곡가 본인은‘이번 교향곡은 내 고향 보헤미아를 생각하며 작곡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흑인들은 2악장의 주제를 듣곤 우리들의 영혼을 이해하는 사람이다라고 느꼈고, 우리는 4악장의 유명한 주제를 아무런 위화감도 느끼지 않고 응원가로 바꿔 부른다. 신세계 교향곡은 그의 작곡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느 샌가모든 사람들의 고향이 되어 있었다. 2015년작 영화 ‘암살’에 쓰였던 신세계 교향곡 2악장의 선율에도 보편성은 적용된다. 잉글리시 혼이 연주하는 주제 선율이 독립 운동에 헌신했던 이들에게 흐를 때, 음악은 우리에게 애국심 비슷한 감정을 남긴다.

 

낯설고 외로운 사람들의 음악 – 영화 ‘밀회’ (Brief Encounter, 1945)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2번>중 1악장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미국 LA의 비벌리 힐즈에 있다. 그곳에 다른 볼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러시아 출신의 망명자가 말년을 보내는 곳이 미국 서부의 햇빛 좋은 동네였으니 말이다.하지만 누군가가 화려한 저택에서의 삶이 어떤지를 그에게 물어본다면 이 거구의 음악가는 그렇지 않아도 웃음기라고는 없는 얼굴의 감정을 아예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1918년에 미국에 건너와서 죽기 전인 1943년까지작곡한 작품이 단 6곡인 사람에게 어떤 즐거움이 있겠는가? 우울증과 향수병에 시달리는사람의 속도 모르고 근처에 있던 헐리우드의 영화제작자들은 그의 명성과 음악을 이용하기 위해 번번히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거절의 답이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할리우드에 등장한 것은작곡가의 죽음으로부터 2년 후의 일이었다.

 

스탠리 큐브릭에게우주와 음악을 동일시한다는 목표가 있었다면감독 데이비드 린(David Lean)에게는 한 곡의 음악만으로 영화에 흐르는 감정을 설명하고 싶다는 지극히 이상적인 꿈이 있었다. <콰이강의 다리>, <아라비아의 로렌스>, <닥터 지바고>의연출을 맡아 후에는 명감독의 반열에 올랐지만 당시만해도 연출 경력이 일천했던 데이비드 린이 맡은 이야기는사랑에 빠진 어느 부인의 이야기다. 1945년작 영화 ‘밀회’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떤 것도 영원한 건 없어. 행복도, 절망도…’

평범하지만 기품 있는 가정주부 로라는 매주 목요일마다 시내로 나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점심 식사를 하고, 영화를 감상한다.그러던 어느 날. 밀포드 역의 휴게실에서 연착된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휴게실에 무심코 들어온 남자를 만나게 되고, 알렉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로라의 눈에 들어간 먼지를 섬세하게 제거해준다. 인연이 여기까지라면 더는 고민할 필요도, 번뇌할 필요도 없었다.

알렉 하비는 의사였다. 매주 목요일마다 친구 스티븐의 병원으로 왕진을 오는 그를 로라가 다시 만난 것은 어느 목요일의 카도마 식당에서였다. 알렉은 혼자 있던 로라의 자리에 합석했고, 대화가 시작된다. 서로가 하는 일을 물어보고, 취미를 묻는다.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 즐거웠고, 호수에 가서 뱃놀이를 즐기는 것이 행복했다. 하지만 알렉의 친구 스티븐이 둘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했고 로라와 알렉은 부정과 사랑의 줄다리기 끝에 결국 가정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알렉이 기차를 타고 떠난 승강장에서 로라는 마음으로 소리 친다.

난 죽고 싶었어요! 정말 죽고 싶었어요!’

로라는 가정으로 돌아왔지만 남편은 언제나 그랬듯이 아내의 마음을 모른다. 하지만 로라는 안다. 이곳이 평생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는 것, 상실감을 안고서라도 있어야 할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로라가 레코드 판을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음악이 연주되고, 로라의 독백과 함께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와 함께 흐르는 음악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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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uyuki Tsujii – Rachmaninoff –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 18]

 

<교향곡 1번>의 처절한 실패 이후 우울증에 걸린 라흐마니노프가 니콜라이 달 박사의 최면 요법의 도움을 받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작곡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음악은 우울증을 극복해낸 사람의 정서와는 거리가 먼 소리를 낸다. 마치 ‘행복은 이따금씩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고 독백하는 사람을 지켜 보는 듯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괴롭지 않을 정도의 우울감에 잠깐씩 내비치는 기쁨이 묘하게 공존하는 작품. 공연에서감상할 1악장 또한 시작부터 고독을 울린다. 종소리처럼 퍼지는 피아노의 강렬한 화음을 지나면 현악기의 깊은 음색이 휘몰아치는 피아노를 감싼다.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는 화합과 갈등을 반복하다가 클라이막스에 이르러서 화려하게 불타오르고 이후에는 타버린 잿더미 같은 감정을 차분히 정리하며 마무리된다.

음악 칼럼니스트 윤무진

         

INFO.

2-1 cinema poster

2016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패키지

일시 : 2016.10. 27(목)~12. 22(목)11:00am

장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 홀)

대상 : 초등학생 이상

입장료 : 전석 2만원

문의·예매 : 1577-7766 / 예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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