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2016 아람누리 클래식 월드스타-마르틴 슈타트펠트 피아노 리사이틀

[Art Telescope]고양문화재단이 주목하는 네 명의 작가 02_오유경
2016년 10월 17일
[Preview]예술, 인문에게 말을 걸다- 2016 아람문예아카데미 예술인문학 페스티벌
2016년 10월 17일
02016년 10월 17일

[REVIEW]

 

2016 아람누리 클래식 월드스타 – 건반 위의 젊은 거장

 마르틴 슈타트펠트 피아노 리사이틀

 

10-2 2-2 마르틴-1

이곳에서 이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행운

투명한 첫 울림과 부드럽게 번지는 잔향. 따스하고 집중력 높은 홀 분위기. 필자는 오래 전부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의 특성이 피아노 리사이틀에 더 없이 잘 어울린다고 여겨왔다. 그렇기에 ‘2016 아람누리 클래식 월드스타 – 건반 위의 젊은 거장’ 시리즈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다. 그러다 지난 10월 1일 이 시리즈 공연의 두 번째 무대에서 피아니스트 마르틴 슈타트펠트를 만났다. 슈타트펠트의 내한은 이번에 4번째였다.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정평이 난 그는 매번 그랬듯 이번에도 어김없이 바흐를 꺼내 들었고, 쇼팽을 함께 엮었다.

글. 김소민(음악칼럼니스트)

 

음.악.의.헌.정

슈타트펠트의 색다른 바흐

 

10-2 2-2 마르틴-4

[190cm 마르틴 슈타트펠트의 키에 맞춰 피아노 의자의 다리는 35 높이로 잘려졌다]

 

슈타트펠트의 선곡은 ‘바흐 스페셜리스트’라는 수식어다웠다. 앞선 세 차례의 내한 공연에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2009년), 영국모음곡(2011년), 프렐류드(2013년)를 들려줬던 그는 이번에 <음악의 헌정>을 골랐다. <음악의 헌정>은 바흐 말년의 역작으로 <푸가의 기법>과 더불어 바흐 대위법 음악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대에 오른 슈타트펠트는 언제나처럼 몸을 이완시킨 채 피아노 의자 위에 걸터앉았다. 몸을 뒤로 젖힌 자세로 팔을 늘어뜨리고 <음악의 헌정>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데뷔 무렵부터 글렌 굴드에 곧잘 비유되곤 했는데, 실제 연주는 사뭇 달랐다. 굴드가 등을 구부리고 건반 위에 낮게 엎드린 듯한 자세로 주로 연주했다면, 슈타트펠트는 마치 자신의 연주를 관조하듯 자주 몸을 건반에서 멀리 떨어뜨렸다. 굴드가 페달 사용을 절제하며 단단하고 날카로운 하프시코드적 소리를 냈다면, 슈타트펠트는 페달링으로 잔향을 유발해 오르간처럼 풍성하고 신비로운 소리를 만들어냈다. 심지어 슈타트펠트의 잦은 페달 사용은 이따금씩 수평적인 폴리포니가 아닌 수직적인 호모포니의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굴드가 정통성에 무게를 둔 정석적(定石的)인 연주를 들려줬다면, 슈타트펠트는 자의성을 중시한 창의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그는 성부간의 우열이나 셈여림, 아티큘레이션 등을 부여하지 않은 원전과 달리, 때때로 특정 성부의 선율을 부각시키거나 임의로 셈여림과 악상을 더해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그가 피아니시모로 연주한 패시지들은 강렬한 패시지와 대비되며 꿈결처럼 투명하고 순수하게 다가왔다. 그의 바흐 연주에 대해 ‘마치 아리아 같다’고 했던 해외 언론의 평이 떠올랐다. 기존 연주들과 다른 속도감과 뉘앙스, 자의적인 악상 표현. 놀라우리만치 대담한 그의 바흐는 관점이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흥미로운 청각적 경험임은 분명했다.

 

 

24개.의.연.습.곡

슈타트펠트의 화려한 쇼팽

 

 10-2 2-2 마르틴-3[자신의 연주를 관조하는 듯한 자세를 자주 보여준 마르틴 슈타트펠트]

  10-2 2-2 마르틴-2[마르틴 슈타트펠트_피아노리사이틀 사인회 현장]

 

한편, 쇼팽의 연습곡(에튀드) Op.10과 Op.25의 총 24곡으로 꾸며진 2부 연주는 ‘마치 바흐가 슈타트펠트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는 멘델스존, 슈만 등 낭만주의 레퍼토리에 있어서도 애호가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아왔다.

1부 바흐 연주 때 보여준 풍성한 페달링은 2부 쇼팽 연습곡에서도 이어졌다. 전반적으로 속도는 빠르고, 셈여림의 폭은 넓었으며, 음색은 둥글려지고 레가토가 강조됐다. 거의 모든 곡이 쉼 없이 아타카(attacca)로 연결됐다.

Op.10의 2번곡에서 반음계로 상행하는 빠른 패시지는 곡 자체의 빠른 운동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카펫 위를 구르는 털실공처럼 부드럽고 따스한 질감을 선사했다. ‘이별의 곡’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3번곡은 외성부의 선율을 살린 기존 연주들과 달리 음향 클러스터를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이 때문에 4, 5번곡에서는 아티큘레이션이 다소 뭉개졌지만, 그조차도 의도한 듯 들렸다. 반대로 7번곡의 화사한 이중창과 12번곡 ‘혁명’의 격렬한 왼손 아르페지오는 음향 클러스터에 의해 곡의 감흥이 배가됐다.

연습곡 Op.25의 1번 ‘에올리안 하프’의 음색은 이름 그대로 하프 같았다. 아르페지오(펼침화음)로 건반 위를 오르내릴 때마다 마법가루를 뿌린 듯 순식간에 감정이 고조됐다 가라앉았다. 또한, 3번곡의 깃털같이 가벼운 당김음, 허공으로 음을 날리는 듯한 레지에로는 시냇물에 반사된 햇살처럼 반짝거렸다. 균형 잡힌 중음 진행이 돋보인 6번곡, 녹턴과 코랄을 오가며 서정미를 발산한 7번곡, 나비의 날갯짓 같이 우아하게 도약한 9번곡도 청중을 매혹했다. 이후 10번곡에서부터는 클라이맥스로 치닫기 시작해, 어둡고 차가운 11번곡 ‘겨울바람’을 지나, 12번곡에 이르러 장대한 파도를 만난 듯 가슴이 탁 트였다.

그는 비르투오소적인 패시지에서 의도적으로 셈여림을 줄이거나 잔향을 확대해 윤곽을 흐리는 등 기교보다 음향과 질감의 표현에 무게를 두려 한 듯했다. 대신 음향 클러스터로 독특한 사운드를 빚어냈다. 기존 연주에서와 같은 기교적 짜릿함은 덜했지만 신선한 서정미를 느낄 수 있는 연주였다.

 

임.동.혁

“원조 쇼팽 스페셜리스트의 귀환”

 

총 3회에 걸쳐 진행되는 ‘2016 아람누리 클래식 월드스타 – 건반 위의 젊은 거장’ 시리즈의 대미는 오는 11월 22일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장식한다. 200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한 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각광 받아온 그는 이번 리사이틀 무대를 ‘올 쇼팽(All Chopin)’으로 꾸민다. 24개 전주곡을 비롯해 녹턴 Op.27-2, 화려한 변주곡, 발라드 1번, 뱃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지난 1월 워너클래식을 통해 발매한 쇼팽 전주곡집 음반에 수록된 작품들로, 그는 음반 발매 이후 리사이틀을 이어가며 더욱 농익은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이 음반에 대해 영국 클래식 전문지 ‘BBC 뮤직 매거진’은 이달의 음반’으로 선정하며 별 다섯 개 만점을 부여했고, 또 다른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은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하며 시적인 감성이 넘치는 독보적인 연주로 평가했다.

 

       

Info.

  10-2 2-2 임동혁

2016 아람 클래식 월드스타 3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일시 : 2016.11.22(화) 8:00pm

장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 홀)

프로그램 : 쇼핑 F. Choppin 녹턴 Op.27-2 / 화려한 변주곡, Op.12 / 발라드 1번, Op.23 / 뱃노래, Op.60 24개 전주곡, OP.28

대상 : 초등학생 이상

입장료 : R 7만원, S 5만원, A 3만원

문의·예매 : 1577-7766 / 예매 바로가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