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진솔한 오로라 빛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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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고양상주단체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Almost Maine) Preview

 

텅 빈 무대 위에 사물과 사람, 빛, 움직임, 소리를 더하고 지우는

무대예술의 본질적 속성인 ‘비움과 채움’을 선보였던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비움채움 프로젝트.

그 세 번째 작품으로 하얀 겨울 위에

영롱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선보인다.

 

글. 김주연(연극칼럼니스트)

한 겨울, 무대 위에서 만나는 따뜻한 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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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극단의 이름에는 그 극단의 특징과 방향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작가, 연출 겸 배우인 민준호를 중심으로 한국종합예술학교 출신의 젊은 연극인들이 만든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극단 간다)’ 역시 마찬가지다. 공연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배달해 가겠다는 이들의 극단 이름에는 젊은 연극인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참신함, 그리고 적극적이고 유쾌한 에너지가 가득 들어 있다.

이 길고도 특이한 이름의 극단이 처음 대학로에 얼굴을 알린 것은 2004년 창작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를 통해서였다. 기묘한 의상과 특이한 분장을 한 배우들이 어떤 무대장치나 소품, 심지어 음향도 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몸과 목소리만 가지고 한 편의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소문이 소극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결국 이들은 이 작품으로 밀양여름공연축제의 거의 모든 상을 휩쓸고 대학로를 접수한 뒤, 미국 공연까지 성공리에 끝마쳤다. 이후에도 극단 간다는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그 자식 사랑했네> <뜨거운 여름> <나와 할아버지> <유도소년> 등 기발하면서도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담아낸 작품들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면서 공연계에 ‘간다스럽다’는 신조어를 유행시켰고, 젊은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아 왔다.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보여주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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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고양상주단체로 선정된 간다는 ‘고양상주단체 콘텐츠 파트너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올 한해 “비움채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비움채움 프로젝트”란 빛과 소리, 사람과 사물이 한 순간 비어 있는 무대공간을 가득 채우고 다음 순간 사라지는 무대예술의 속성에 착안, 가장 최소화한 무대 위에서 다양한 연극적 요소를 통해 연극성과 상상력을 드러내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또한 이는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한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의 공간적 특성과 배우들의 신체만으로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극단 간다의 장점을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결합시킨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올 한해 “비움채움 프로젝트”를 통해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나와 할아버지> 등 극단의 대표작을 선보였던 간다가 12월을 맞아 연말 시즌에 잘 어울리는 따뜻하고 유쾌한 사랑 이야기, <올모스트 메인>(Almost Maine)을 무대에 올린다.

 

2006년 뉴욕에서 초연된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미국의 텔레비전 시리즈 <로 앤 오더>(Law & Order)로 유명한 배우 존 카리아니(John Cariani)가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은 작품이다. 초연 당시부터 미국의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미국 내에서만 2천 여 개의 프로덕션을 통해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독일, 터키 등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면서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창단 10주년을 맞은 극단 간다가 야심차게 기획한 “간다 10주년 퍼레이드”의 첫 문을 연 공연 또한 바로 이 작품, 존 카리아니 작, 민준호 각색/연출의 <올모스트 메인>이었다. 당시 이 작품은 200석 규모의 소극장 무대에 무려 34명의 배우들을 번갈아 출연시키고, 연일 매진사례를 불러일으켰으며, 정규공연 뒤 다시 4주간의 연장공연에 들어가는 등 여러 모로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올 상반기에도 6개월간의 장기공연을 성공리에 마치면서 극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사랑’을 주제로 한 여러 커플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이어진다는 점에서 연극판 <러브 액추얼리>라 불리기도 하는 <올모스트 메인>은 밤하늘에 오로라가 보이는 가상의 마을, ‘MAINE’(메인) 주 북쪽 오지에 있는 ‘Almost’(올모스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 겨울 금요일 밤 9시, 이 마을에 사는 아홉 커플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 존 카리아니는 같은 공간,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는 아홉 가지의 사랑 이야기를 각기 다른 감성과 관계 속에 풀어냄으로써 보다 다채롭고 입체적인 시선으로 사랑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아홉 빛깔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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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같은 커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서로에게 다가갈수록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불안해하는 커플 Pete와 Ginette의 감정이 섬세하고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Her Heart”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고장 난 심장을 들고 다니는 여자 Glory가 오로지 오로라를 보기 위해 낯선 남자인 East의 집 마당에 텐트를 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This Hurts”는 올모스트 메인의 세탁실에서 선천적으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인 Steve가 다리미판을 휘두르는 여자 Marvalyn에게 본의 아니게 다리미판으로 얻어맞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세 번째 에피소드 “Sad and Glad”는 헤어진 여자친구 Sandrine과 오랜만에 술집에서 재회한 남자 Jimmy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시 시작하자고 어렵게 말을 꺼내는 남자와 결혼 소식을 전하는 여자의 엇갈린 상황이 슬프고도 우스꽝스럽게 펼쳐진다. 네 번째 에피소드 “They Fell”에서는 평생 올모스트 마을을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두 남자가 오늘의 불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둘도 없는 절친이던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면서 관객들을 웃음으로 이끄는 코믹한 이야기이다.

짤막한 인터로그를 지나 다섯 번째 에피소드인 “Getting it Back”에는 그동안 받은 사랑을 다 돌려주겠다면서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나오는 여자 Gayle이 등장하고, 여섯 번째 에피소드 “Story of Hope”에서는 헤어진 남자친구를 만나겠다고 한밤중에 택시를 타고 163마일을 달려온 여자 Hope가 등장한다. 이어서 일곱 번째 에피소드 “Where it went”는 올모스트 어디쯤 있는 연못에 스케이트를 타러 온 남녀 Phil과 Marcy가 속마음과 다르게 서로에게 짜증을 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여덟 번째 에피소드인 “Seeing the Thing”은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온 Dave와 Rhonda가 남자의 형편없는 그림 실력에 대해 티격태격하다 벌어지는 해프닝을 유쾌하게 그린다.

 

이처럼 <올모스트 메인>을 구성하는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진지하고 솔직하지만 사랑에 서툰, 여러 쌍의 남녀들이 등장해 자기들만의 사연을 들려준다. 고장 난 심장을 들고 다니는 여자와 선천적으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 오로라를 보겠다며 남의 집에 텐트를 치는 여자 등 언뜻 보면 괴상하고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인물들이지만, 찬찬히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들 역시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렇듯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따뜻하며 때로는 가슴 뭉클한 사람들의 사연 속에서, 작가는 아홉 빛깔 사랑 이야기를 솜씨 있게 엮어내고 있다. 또한, 이들 모두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올모스트 지방의 황홀한 오로라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마법 같은 사랑의 순간을 무대 위에 시각적으로 구현해낸다.

두 배우의 호흡이 빛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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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모스트 메인>의 모든 에피소드는 두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오로지 배우 두 사람의 힘으로 무대를 채우고 극을 이끌어야 하는 2인극의 특성 상, 배우 각자의 개성과 둘 사이의 호흡이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배우 중심 극단인 간다의 저력이 빛을 발한다. 지난 10년간 극단 간다는 이희준, 진선규, 민준호, 김지현, 박민정, 정선아 등 수많은 인기 배우들을 배출했고, 이들은 현재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간다는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극단 배우들과도 자주 공연을 함께 하며 긴밀한 교류를 이어왔는데, 덕분에 이들의 무대에서는 현재 대학로에서 가장 핫한 젊은 배우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올모스트 메인>이 수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롱런할 수 있었던 데는 이들의 톡톡 튀는 개성과 노련한 연기,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 쌓아온 자연스런 호흡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번 고양아람누리 공연에서는 이지해, 이석, 양경원, 차용학, 백은혜, 조원석, 윤정훈, 홍지희, 서예화 등 간다의 오늘을 책임지고 있는 젊은 배우들이 무대를 함께할 예정이다.

 

이에 더하여,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출로 유명한 민준호 연출 역시 “비움채움 프로젝트”의 작품답게 무대를 최대한 비우고 간소화함으로써 배우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 간결한 무대를 채우는 색색의 조명과 오로라를 연상시키는 영상효과는 관객들 모두가 가상의 마을 ‘올모스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면서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해준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와 객석의 자유로운 변형이 가능한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더욱 깊고 아름다운 오로라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번 공연은 12월 16일부터 25일까지,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둔 금토일마다 무대에 오를 예정이어서, 마음 시린 겨울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Who.

11-3 2-2 올모스트메인5  각색/연출 민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예술사 졸업
  現<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대표
  수상경력
  밀양예술축제 대상, 연출상 수상 (작품 :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주요활동
  연출 : 연극<올모스트 메인>, <뜨거운 여름>, <나와 할아버지>, <너와 함께라면>,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 넌버벌퍼포먼스 <FLYING>,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The MASK> 등
  극작 : 연극<뜨거운 여름>, <나와 할아버지>,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 (원안) 뮤지컬 <거울공주평강이야기>, (각색)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 등
  안무 : 넌버벌<FLYING>, 뮤지컬 <빨래>,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등

        

INFO.

올모스트메인_포스터

 

2016 고양상주단체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콘텐츠 파트너십 프로그램 세 번째 작품

연극 <올모스트 메인>(Almost Maine)

 

일시 : 2016.12.16(금)~18(일), 23(금)~25(일) 금 8:00pm, 토 3:00pm 7:00pm, 일 3:00pm

장소 :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대상 : 중학생 이상

입장료 : 1층석 2만5천원, 2층석 2만원

문의·예매 : 1577-7766 www.artgy.or.kr   예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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