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상에 붙이자,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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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쉼표 하나, 여가의 시작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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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주위를 환기시키고 새로운 마음으로 나를 다잡고 싶다면, 4월 6일(목) 아람미술관에서 여가의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10명의 작가가 생각하는 여가의 의미, 그들이 작품으로 빚어낸 다양한 여가의 모습들이 따사로운 우리 봄날에 쉼표 하나 선사할지 모른다. 이제 여가의 시작이라며.

 

 

, 잠시 숨 고를 시간이 왔다

당신에게 ‘쉼’이란 어떤 것인가? ‘쉼’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어떠한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편안함, 여행, 휴식….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가 뇌리를 스칠 것이다. 바쁜 일상의 반복 속에서 잠시 숨 고를 시간이 당신에게 필요하지 않은가?

지금의 대한민국은 너무 바쁘다. 학업에 치여, 일에 치여 나만의 시간이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여유 시간이 생긴다고 해도 그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쉬어야 할지 그 시간이 두려운 사람들도 많다. ‘봄, 쉼표 하나, 여가의 시작’展은 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여가의 시작을 알리는 전시이다.

여가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다. 누군가는 여행을 가고, 누군가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또 누군가는 자기만의 취미에 열중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여가가 가능한데도, 정작 우리 국민들의 46%가 가장 많이 한 여가활동으로 ‘TV 시청’을 꼽았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 잠시라도 나만의 시간이 생겼을 때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쉼’의 다양한 의미와 모습을 좀 더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아람미술관의 , 쉼표 하나, 여가의 시작을 권하고 싶다.

 

 

설렘, 휴식, 추억, 나눔여가를 발견하다

최보희, 한지원_ Zwischengnger, 여행가방, 스피커, 사운드설치, 가변크기, 2013_

아람미술관의 전시장을 들어서면 왼쪽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들리고 최보희 작가의 작품이 보일 것이다. 작품을 마주한 순간 우리는 ‘여행의 시작’이라는 설렘을 느낄 수 있다. 수십 개의 가방이 아직 비행기에서 나오지 못한 사람을 기다리듯 서 있고, 그 가방들 사이로 기차역 소리, 안내방송 소리, 다양한 언어로 말하는 소리들이 들린다. 순간 우리는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 지금부터 여행의 시작이다.

 

김태헌_ 놀자, 캔버스에 유채, 53×72.5cm, 2016

최보희 작가의 방을 지나면 김태헌 작가의 <연주야 출근하지마> 연작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든 출근을 뒤로 하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작가는 매일 시계추처럼 의미 없이 회사를 다니는 아내에게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작품에 나오는 ‘연주’가 바로 아내의 이름이다. 아내는 몇 년을 고민한 끝에 직장을 그만두는 결정을 내렸으며, 이후 부부는 동남아시아 여행을 105일 동안 떠났다고 한다. 누구나 직장을 그만두는 꿈을 꾸지만, 그 꿈을 실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곧 나의 현실이 되기를 꿈꿔보며 화첩을 한 장 한 장 들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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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강_ 구름처럼 고래처럼, 혼합재료, 특수조명, 사운드, 바람, 가변설치, 2016

이태강 작가는 우리가 어떠한 목적지를 향해 떠나야만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의 ‘이상향’을 향해가는 우리는 이미 여행 중에 있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스스로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이태강 작가는 잠깐의 휴식을 제공한다. ‘구름’과 ‘고래’를 비추는 빛의 색은 햇빛의 색이 변하듯 서서히 바뀌어가고, 내 귀에는 바람, 파도, 물의 소리가 떠다닌다. 이 공간 안에서 느꼈던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다시 떠올리고 싶을 때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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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_ The Crowd, 캔버스에 아크릴, 200×200cm, 2016

이상원 작가는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그는 가족, 연인,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추억으로 우리가 살아간다고 말한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재충전을 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새해 첫날 색색의 풍선에 각자의 소망을 담아 하늘로 날려 보내는 풍경,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뮤직 페스티벌에서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원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삶의 재충전을 위해 여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그들과 함께 재충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박예지나_ 염원 시리즈-2, 패널 위에 한지 콜라주 및 수채, 33.4×24.2cm×3EA, 2016

박예지나 작가는 돌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여행을 가서 사진을 남기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자연을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된 돌, 나뭇가지는 그저 자연의 일부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추억이 담긴 오브제가 된다. 작가는 한 장소, 한 시간에 자신이 수집했던 돌을 꺼내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기억에 따라 그림을 그려 나간다. 따라서 그림에는 그때의 분위기가 담겨지게 된다. ‘나의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수집해보는 취미’의 시작을 안내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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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주_ dancing girl 3, 종이에 색연필, 35×50cm, 2015

꼭 무엇을 해야만 여가를 보낸다고 할 수는 없다. 이미주 작가는,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이 순수한 즐거움으로 시작되었다면 모든 활동이 여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주 작가의 공간에는 작가가 순수하게 즐겼던 모든 순간이 그림, 조각, 드로잉으로 표현되어 있다. 다양한 일상의 이야기가 펼쳐진 이 공간을 둘러보면서 나의 일상 속 여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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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_ Kit Harington, acrylic on canvas, 33cmx52.5cm, 2016

일본어 오타쿠에서 파생된 언어인 ‘덕후’는 어떤 분야에서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최근 들어 ‘성공한 덕후’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신창용 작가의 작업은 일명 ‘덕질’로 시작된다. 자신이 빠진 게임, 영화, 만화에서 중요하게 회자되는 장면을 포착한 후, 이를 그대로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을 촬영했던 현장에서 누군가 찍은 파파라치 사진을 찾아 캔버스에 담는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작품 장르를 ‘덕아트’라고 명명하였다. 작품의 소재는 팝아트와 유사하지만, 그림은 전통적인 회화의 기법으로 표현한다. 신창용이야말로 ‘성공한 덕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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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태_ 빛이 드는 방,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53×71×4cm, 2015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가를 가장 많이 보내는 곳이 바로 자신의 집일 것이다. 집에서 우리는 휴식을 취하고, TV를 보며,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황선태 작가는 나와 가장 가까운 주변을 그리는 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라고 한다. 선과 빛으로 이루어진 방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따뜻한 공기를 머금고 있는 그 공간 안에 내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고, 햇빛에 비치는 먼지조차 내 눈에 보이는 듯 하며, 창가에 걸린 커튼의 흔들림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 공간은 영원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며 나만의 사색에 잠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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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명_ shoe shine project, 의자, 박스,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7

강효명 작가는 여가의 시간이 나눔의 시간의 되기를 희망한다. 쉼의 시간에 나눔을 하게 되면 이는 나를 위한 시간뿐 아니라 남을 위한 시간이 된다. 그녀는 ‘Shoe shine 프로젝트’를 통해 겸손과 섬김의 정신을 전달하고자 한다. 공간에는 10여 개의 의자와 신발을 닦는 재료들이 깔려 있다. 연인, 가족, 친구들은 이 공간에 들어와 서로의 신발을 닦아주게 된다. 강효명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신을 닦아주며 평소에는 쑥스러워 전달하지 못했던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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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_ 정원(모델), 대나무, 잔디, 선풍기, 스피커, 조명 등, 1500×300cm, 2010

 박정기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다시 보기 위한 여가를 제시한다. 인공적인 도시공간에서 인간은 스스로 정신을 고양시킬 공간적 토대를 상실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작가는 와유(臥遊)의 개념을 작품에 녹였다. 중국 남북조 시대 송나라의 화가 종병(宗炳, 375~443년)은 산을 유람하기를 좋아했으나, 나이가 들어 산에 오르기 힘들자 자신의 방 벽면에 산수화를 그려놓고 상상 속에서 산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노닐었다고 한다. 바로 여기서 ‘와유’가 유래하였다. ‘누워서 유람한다’는 뜻의 와유사상은, 정신이 육체가 지닌 시공간적 한계와 사회현실을 벗어나 자유롭게 자연을 거닐 수 있다는 것이다.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진 인공정원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의 정원을 거닐며 정신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 다시 첫 질문을 생각해보자. 당신에게 ‘쉼’이란 어떤 것인가? 이번 전시를 통해 여행을 시작하는 설렘부터 자기 내면을 회복하는 시도까지 다양한 여가의 모습과 의미들을 발견했다면 내가 바라는 진정한 여가는 무엇인지, 나에게 가장 맞는 여가는 무엇인지 그 실마리를 찾아 지친 일상에 소중한 쉼표 하나 붙여보기를 바란다.

 

글. 김유미(고양문화재단 큐레이터)

 

 

         

INFO.

‘봄, 쉼표 하나, 여가의 시작’展

 

 

기    간 :  4.6(목)~6.18(일), 월요일 휴관

시    간 : 10:00am~6:00pm

입장료 : 일반 5천원, 학생 4천원

[20인 이상 단체] 일반 4천원, 학생 3천원

문    의 : (031)960-0180 / 1577-7766 / www.artgy.or.kr

참여작가 : 강효명, 김태헌, 박에지나, 박정기, 신창용, 이미주, 이상원, 이태강, 최보희&한지원, 황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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