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최고의 첼리스트가 보내는 음악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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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하는
2017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송영훈의 러브레터 Love Letter 1 – 시인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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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클래식 음악은 상류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클래식이 이전보다 많이 대중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첼리스트 송영훈,
클래식 음악의 메신저를 자처하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하는 2017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의 새로운 호스트는 첼리스트 송영훈이다. 전문 연주자에서 클래식 음악의 메신저를 자처하며 정말 바쁘게 보냈던 지난 10년, 송영훈은 자신의 지난날을 어떻게 평가 할까? ‘MIK 앙상블’, ‘라디오’, 그리고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 송영훈은 이 세 가지 키워드를 말했다. MIK 앙상블과는 국내 실내악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었고, KBS라디오의 ‘송영훈의 가정음악’에서는 연주자의 마음을 청취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11시 콘서트에서는 보다 다양한 악기와 다양한 장르를 공연장에 찾아온 청중들에게 전할 수 있어서 또 좋았다. 모두 연주하는 순간만큼이나 값진 시간이었다.

이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4차례에 걸친 마티네콘서트를 앞둔 그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다. 우선 프로그램의 구성이 궁금했다. 마지막 콘서트에서는 협연 무대도 잡혀있지만 이번 마티네콘서트의 프로그램 구성은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4명이 연주하는 실내악 작품이 상당히 많다.

여러 사람이 한 집에 모여서 각자가 만든 요리를 가져와 함께 식사하는 것이라고 저는 표현하고 싶습니다. 실내악을 하기 전에는 혼자 연습을 하고 그 다음 서로 맞춰보는 과정이 필요하죠. 각자의 레시피를 가지고 하나씩 요리를 해온 뒤 서로 먹어보고 평가해보고, 저에게 있어 실내악은 서로 대화하고 함께 식사하는 기쁨과 같습니다.”

송영훈은 실내악을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식사하는 기쁨에 비유한다. 실은 마티네콘서트의 즐거움은 이런 면에서 찾을 수 있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나누고 연주회가 끝나면 청중들은 즐거웠던 기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송영훈이 강조하는 것도 음악이 주는 즐거움에 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극대화되기도 한다.

미국 오리건 주의 한 시골마을로 연주회를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연주회를 진행했었는데 그날따라 한파가 심해서 관객이 정말 몇 사람 밖에 없더군요. 저는 한파를 뚫고 온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연주했고, 청중들도 계속 앙코르를 요청해서 거의 3시간 정도 연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음 해에 다시 그곳에 초청 받아 연주를 갔는데 그날따라 날도 좋고 작년 공연이 소문이 났는지 마을회관이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몰려들었더군요.”

송영훈이 쏟았던 노력과 음악이 그들에게 닿았는지 그 공연 시리즈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음악을 통해서 사람이 모인다. 그리고 그들은 자연스레 음악에 관심을 가진다. 지극히 당연하고 단순한 과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듣는 것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은 다르다.

 

 

소리에서 오는 음악의 힘,
감동을 주는 소리예술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첼로가 좋다고 말하는 송영훈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이 가진 힘으로 흐른다. 우리는 비생산적인 일에 대한 회의를 안고 사는 시대를 살고 있다. 클래식 음악이 생산적인 무언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음악은 우리 마음에 ‘분명하게’ 작용한다. 송영훈은 클래식 음악의 힘이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할까?

클래식 음악의 힘은 소리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글로, 그림으로, 영상으로도 닿을 수 없는 마음의 한 부분을 소리로써 전달하는 것이 음악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여러 소리를 듣고 살지만 소리가 아름답게 다가갈 때 인간의 감정이 움직이죠. 우리가 하는 일은 예술분야 중 소리예술입니다. 소리 자체가 주는 기쁨,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형태의 음악적인 메시지. 그 두 가지가 합쳐져 소리예술로 승화되는 것 같습니다.”

음악을 작곡하는 사람들과 음표를 전달하는 연주자들이 해야 할 일, 앞으로의 포부도 놓치지 않는다.

작곡가는 소리가 어떻게 전달되길 바라는지를 악보에 표현하고, 그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연주자의 몫입니다. 많은 연습, 사람들과의 소통 등을 통해 작곡가들의 전통을 중시하면서 연주자 자신만의 스토리가 담긴 메시지를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앞으로 저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소리를 소리예술로써 표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문득 송영훈의 하루 중 첼로를 놓은 시간이 궁금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단호했다.

사실 첼로와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에요. 요즘은 첼로가 그 어느 때보다 좋습니다.”

첼로 예찬은 끝없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앞에 있는 연주나 콩쿠르, 레슨이 있어서 연습을 하고 그만큼 첼로와 시간을 보냈다면 요즘은 그런 스케줄이 없어도 첼로가 저를 부르는 느낌입니다. 좋아하는 것이 업이 되면 그렇듯이 이전에는 악기가 즐거움이 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첼로를 연주하고 공부하고 파고들수록 좋아집니다. 이제는 공연장이나 연주여행을 가는 것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러 가는데 이 마음이 얼마 전부터 생겼습니다. 바쁘지만 그 안에서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요. 이러한 감정이 수년 동안 쏟아낸 노력의 결과물인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가족과 산책하고 운동을 하는 즐거움도 누리지만 결국 그는 언제나 첼로로 돌아오는 요즘을 산다. 감동을 줄 수 있는 소리를 소리예술로써 표현하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말이다.

*위 원고는 첼리스트 송영훈과의 서면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러브레터-시인의 사랑

첼리스트 송영훈이 연주와 해설을 맡은 2017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의 주제는 바로 사랑. ‘송영훈의 러브레터’는 ‘시인의 사랑’, ‘썸머 클래식’, ‘가을 소나타’, ‘불멸의 사랑’이라는 타이틀로 4차례 공연을 통해 우리를 만나게 된다. 첫 공연은 ‘시인의 사랑’으로 6월 29일(목)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에서 진행된다.

 

아르디티, 입맞춤 Il Bacio
소프라노 강혜정

1858년,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가 태어난 해는 아마도 과거와 미래에서 갈팡질팡 하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1813년에 태어난 바그너는 이미 훌륭한 혁명가였고 1874년에 태어날 아르놀트 쇤베르크 같은 사람들은 그보다 더한 체제 전복을 시도할 터였다. 혁명가가 되지 못할 사람들은 과거만을 축복하기로 마음먹었다. 푸치니와 한 세대는 족히 차이 나는 선배 작곡가 루이지 아르디티(Luigi Arditi, 1822-1903)는 여러 편의 오페라와 더불어 ‘입맞춤 Il Bacio’과 같이 요한 슈트라우스를 연상케 하는 왈츠를 다수 남겼다. 화려했던 과거가 현재에도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한껏 담아서 말이다. 하지만 푸치니는 혁명이나 시대정신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작품을 써나갔다. 타고난 오페라 작곡가였던 푸치니에게 중요한 것은 극중 등장인물이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지에 있었다.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내 이름은 미미‘, ‘오 사랑스런 아가씨
테너 김세일, 소프라노 강혜정

지극히 통속적인 소재를 남부끄럽지 않게 묘사하는 솜씨. 푸치니의 강점은 여기 있었다. 실은 그의 오페라의 인물들은 글로만 봤을 때 지극히 평면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오페라라는 장치에 빠질 때 우리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한번 오페라 <라보엠>의 인물들을 따라 가보자. 시인인 로돌포는 어느 날 무작정 집으로 찾아온 여인을 만난다. 촛불이 꺼져 불을 얻으러 온 이 여인에게 순식간에 마음이 뺏긴 이 시인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그대의 찬 손’을 노래하고 미미라는 이름의 이 여인은 ‘내 이름은 미미’ 라는 아리아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 다음에 로돌포와 미미는 ‘오 사랑스런 아가씨’라는 노래를 합창하는 것이다. 순식간에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그 어떤 고민이나 걱정 없이 감정을 표현하지만 오페라라는 극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던 푸치니는 빠른 전개에 매혹적인 선율을 살포시 올려놓는다. 우리들은 속절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리스트, 사랑의 꿈 Liebestraum S.541 no.3
피아노 선우예권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 1810-1856)이 음악계에 베푼 가장 큰 호의는 재능 있는 이들의 작품을 질투하지 않고 진정으로 축복해주었다는 데에 있다. 프레데릭 쇼팽, 젊은 요하네스 브람스, 그리고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가 특히 슈만이 아꼈던 이름이다. 그 중 천성이 유쾌하고 너그러웠던 프란츠 리스트는 자신이 받은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다. 슈만의 아내 클라라 슈만만큼이나 로베르트 슈만의 피아노 작품을 무대 위에 많이 올린 피아니스트가 바로 프란츠 리스트였다. 유감스럽게도 클라라 슈만은 프란츠 리스트라는 이름을 전염병처럼 생각해 그의 연주에 매번 몸서리쳤지만 말이다.

쇼팽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슈만도 말년으로의 힘겨운 발걸음을 옮겨갈 때 프란츠 리스트는 음악가로서 정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자신의 성악곡 3곡을 피아노 연주용으로 편곡한 ‘사랑의 꿈’은 그 즈음인 1850년에 작곡된 작품. 그 중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사랑의 꿈 3은 리스트가 우리에게 들려 줄 수 있는 최상의 녹턴이다. 작품은 마치 세 개의 손으로 연주하는 듯 꿈결 같은 멜로디를 펼치기 시작해 중반부에는 화려한 꽃잎을 휘날린다. 그리고는 다시 꿈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마치 이 모든 감정이 연주되지 않았던 것처럼.

 

슈만, 시인의 사랑 Dichterliebe Op.48
테너 김세일, 피아노 선우예권

슈만이 그의 뛰어난 동료들을 위해 열심히 펜을 놀렸다고 말했지만 결국 그가 언제나 돌아올 곳은 음표가 수놓인 오선보 앞이었다. 특히 클라라와 정식으로 결혼한 1840년에 작곡가는 힘겨웠던 지난날을 모두 보상받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정신없이 가곡을 써 내려갔다. 슈만이 하이네의 영향을 받아 작곡한 시인의 사랑, Op. 48′은 그 시절에 남긴 가곡집으로 시인의 희망이 저 멀리 사라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들뜬 시인의 마음을 이리저리 따라간다. 거기에는 자그마한 행복도 있고, 말 못할 사랑의 외로움도 있다.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을 말한다 해서 음악이 이야기의 비극을 따라가는 것은 또 아니다. 오히려 슈만은 피아노 반주와 성악가의 음성으로 담담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슈만, 환상 소곡집 Fantasiestucke Op.73
첼로 송영훈, 피아노 김재원

1849년에 작곡한 ‘환상 소곡집 Op.73’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슈만은 이 작품을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작곡했지만 첼로나 비올라 같은 악기가 클라리넷을 대신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다. ‘섬세하게 감정을 담아’라고 지시하는 첫 번째 곡은 낙엽이 발에 툭툭 차일 것만 같고 ‘경쾌하고 가벼운’ 두 번째 곡은 앞의 곡과는 대비되는 평온함이 흐른다. 마지막 세 번째 곡을 슈만은 곡을 ‘맹렬하게 열정적으로’ 연주하길 바란다. 첼로의 활 끝에서 불꽃이 튈 때, 이 짧은 세 개의 이야기는 마침표를 찾아 나선다.

 

글. 윤무진(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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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하는 2017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송영훈의 러브레터 Love Letter 1 – 시인의 사랑

 

 

일      시 : 6.29(목) 11:00am

장      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

입 장 료 : 전석 2만원

대      상 : 초등학생 이상

문      의 :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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