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캔버스에 채워진 당신과 나 자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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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화, 평면에 담긴 세상展 

 

오는 7월 7일(금)부터,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에서는 동시대 미술에 있어 회화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회화, 평면에 담긴 세상’展이 열린다.

장르의 구분이 모호해진 동시대 미술에서 회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의미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회화는 동굴벽화에서부터 시작된 가장 오래된 예술 활동이자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장르다. 누구나 한 번쯤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거나, 대화나 전화를 하는 중에 무의식적으로 펜을 들고 종이 위에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려봤을 것이다. 이 모든 행위가 회화일 수 있다면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현대회화를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평면에 우리와 세상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바로 회화이다.

여기, ‘회화, 평면에 담긴 세상’展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줄 7명의 작가들이 있다. 이들이 담아낸 이야기를 감상한 후엔 펜과 종이를 꺼내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보길 바란다. 이후 회화 작품을 다시 마주한다면, 전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가게 되지 않을까.

 

 

회화를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네 온
7명의 작가들

 

 김창영 

김창영_ 「illusion Blue 02 」, 183x122cm, oil on canvas, 2009

김창영은 여러 겹, 때로는 수십 겹의 레이어를 쌓아 올려 작품을 완성한다. 이렇게 겹겹이 쌓여진 레이어는 다양한 색으로 펼쳐지는데, 마치 하늘의 색과 같다. 일출과 일몰의 하늘, 맑은 하늘, 흐린 하늘과 같은 자연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색을 담은 하늘과 참 닮았다. 그는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하늘의 색으로 손 그림자를 형상화하였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 손의 형태는 날개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더운 여름 땅에서 솟아오르는 아지랑이로도 보인다. 처음은 손의 이미지였더라도 이를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로 우리 마음속에 담길 것이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본 후 그의 그림을 다시 본다면, 그때 보이는 것이 눈에 보이는 전부는 아닐 것이다.

 

 

 박소라 

박소라_ 「포획과 방생의 창」, 324x162cm, oil on canvas, 2017

박소라에게 있어서 작품은 예술과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완벽한 흰색의 캔버스 앞에 서면, 작가들은 무엇인가를 그려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느끼는 중압감은 곧 불안과 두려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작가는 가까이 있는 듯하지만 결코 손에 잡히지 않는 미세한 불빛과도 같았으며,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인 달이 지고 해가 뜨기 직전의 시간과도 같은 의미였다”라고 고백한다. 박소라는 작가로서 느끼는 불안함과 두려움을 밤길에 마주친 풍경으로 제시한다. 캄캄함이 두렵지만, 두려움을 뚫고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비춰오는 빛은 그녀가 작가로 살아가는 이유다.

 

 

 박이원 

박이원_ 「Unknown proximity」, 145x112cm, acrylic on canvas, 2016

박이원의 작품은 작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흑조는 삶의 경계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세계를 마주해야 하는 자기모순과 불안정함을 상징한다. 이주민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흑조에 이입해 내면의 갈등을 다리와 날개의 분리를 통해 시각화한다. 낯선 공간에서 느끼는 문화적 차이와 경계는 작가 자신의 정체성 문제에 대한 표현이다. 또한, 화면 안에 담긴 흑조는 불안과 상처를 극복하며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이기도 하다. 작가는 상처는 그 자체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자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이야기한다. 상처가 희망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우리를 조용히 위로한다.

 

 

 윤상윤 

윤상윤_ 「studio1」, 162x130cm, oil on canvas, 2016

윤상윤의 작품에는 3개의 층이 존재한다. 화면 안에 기저는 물이고, 그 물 위에 군중이 있으며, 군중 위로 중심축을 이루는 존재가 있다. 이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해보면 물은 이드(id), 인간 정신의 밑바닥에 있는 본능이며 군중은 에고(ego),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하고, 마지막 존재는 슈퍼에고(superego)로서 원시적 욕구를 억제하고 도덕이나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게 하는 도덕적 자아이다. 작가는 집단이 가지는 특권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떠한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군중 위 중심에 있는 이 존재가 바로 기존 상식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우리를 유토피아로 안내할 수 있는 존재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 존재가 나 자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곧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정규형 

정규형_ 「안전선(Safety line)」, 91×116.8cm, acrylic on canvas, 2017

정규형의 캔버스 안에는 일상의 순간들이 포착되어 있다. 작가에게 있어서 일상은 궁극적인 목표를 위한 부차적인 행동들을 의미한다. 우리가 대중교통을 타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직장에 나가 일하는 것이 마치 우리의 인생의 모든 것인 듯 보이지만 사실 이것들은 나를 찾기 위한 부차적인 것 일뿐, 내가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아닐 것이다. 작가는 바로 이런 부차적인 것의 일상을 포착하고 그려낸다. 당신이 오늘 하루를 지겹고 힘들게 보냈다면, 단순한 일상 너머 내가 진짜 이루고자 하는 것을 꿈꾸며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길 바란다.

 

 

 최은숙 

최은숙_ 「The window3」, Acrylic and Oil on canvas, 80×100cm, 2015

SNS의 활성화로 일종의 보여주기 식의 삶이 만연해진 요즘, 최은숙은 사회에서 추구하는 삶과 개인의 삶 사이의 관계를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로 표현한다. 내가 원하는 삶과 사회가 요구하는 삶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점차 ‘내’가 아닌 ‘사회’가 추구하는 삶에 다가가려 애쓰는 자신을 발견하진 않았는지, 가만히 묻는다. 작가는 바로 이러한 지점에 대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일상의 오브제를 캔버스 안에 담아 어느 순간 ‘나’는 없어지고 사회가 원하는 ‘나’만 남은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허미자 

허미자_ 「지나가는 바람에 말걸기」, 110x110cm, mixed media, 2016

허미자는 평면의 캔버스 안에 자연 그대로, 오동나무를 담는다. 그녀는 자연이 선물한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나무의 모습을 화폭에 재현하는데, 오동나무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리며 흐드러져있다. 작품 앞에 서 나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바람, 바람을 타고 온 내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떤 이는 숲 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지도 모른다. 보이는 나무 너머 이상을 상상할 수 있는, 회화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힘을 그녀의 작품은 가지고 있다.

 

글. 김유미(고양문화재단 큐레이터)

 

+

상시 교육 프로그램 1. 플랫 페인팅

캔버스 위에 구상 및 그리기를 통해
회화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교육 프로그램
(참가비 3,000원)

상시 교육 프로그램 2. 우드 페인팅

허미자 작가의 작품을 모티브로 하여, 작가의 작품을 나무 위에 그려보며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교육 프로그램
(참가비 3,000원)

 

 

         

INFO.

 

회화, 평면에 담긴 세상

 

 

기      간 : 7.7(금) ~ 9.3(일)

시      간 : 화~일 10:00am~6:00pm/ 매주 월요일 휴관

관 람 료 : 무료

장      소 :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

문      의 : 1577-7766 / www.artgy.or.kr

 

참여  작가 

김창영, 박소라, 박이원, 윤상윤, 정규형, 최은숙, 허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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