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진 않아도, 낯설지 않은

주체적 예술 후원자로서의 첫 걸음
2017년 6월 22일
<라 트라비아타>, 베르디가 보여주고 싶었던 그대로의 동백꽃 여인
2017년 7월 7일
02017년 7월 7일

  한영 현대미술 교류전  

  페인팅 쇼(The Painting Show)  

 

지난 7월 4일(화) 오후 5시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는 고양문화재단과 영국문화원의 협력 전시인 ‘페인팅 쇼’ 오프닝 행사가 개최되었다.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공식프로그램으로 3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경력을 가진 영국 작가 15명과 한국 회화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작가 8명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 쏠린 기대만큼 오프닝에 참석한 관람객들의 열기와 관심도 뜨거웠다.

‘페인팅 쇼’ 전시실 입구와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영국문화원 비주얼아트팀 큐레이터 페이 블랑챠드(Fay Blanchard) (위)
오프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준 주한영국문화원장 마틴 프라이어(Martin Fryer)와 오프닝 현장 (아래)

 

“이번 전시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어떻게 예술을 새로운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는지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_주한영국문화원장 마틴 프라이어(Martin Fryer)

전시는 채팅 창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의 초상화와 인터넷에서 발췌한 이미지에서 찾은 현대인의 자화상, 도시 재개발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녹아 든 추상화, 인간 의식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형상화 등 회화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예술의 힘과 다양성, 동시에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23명의 작가들의 개성있는 68점의 작품은 양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편집자주]

 

 

한국과 영국의 현대미술의 흐름
(Trends in Contemporary Art in Korea and UK)

 

 80년대 후반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적인 무대에서 본격적인 교류와 소통을 시작하게 된 것은 대략 1980년대 후반이다. 1980년대 중반에 정치적으로 민주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면서 미술계에서도 구습의 불합리성에 대한 반성의 기운이 일어났으며 아시안 게임이나 하계올림픽과 같은 국제적인 행사를 계기로 예술계에서도 국제적인 시각을 갖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때마침 외국으로의 유학이 자유로워지면서 새롭게 배워 온 미술계의 담론 형성과 대안 공간(Alternative Space)이라는 비영리적 운영방식은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관심의 집중을 받았으며, 이러한 상황은 새롭고 참신한 창작 발표의 기회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한국의 현대미술의 장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20여 년간의 시간을 지나면서 국제적인 미술계의 흐름과 나란히 전개되었고, 문화부의 독립적인 설립(1990)과 문화예술진흥을 국가정책의 주요 기조로 삼는 정부의 관심 안에서 1995년 광주비엔날레 출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설립, 광주시립미술관(1992), 부산시립미술관(1998) 개관, 2000년대 초반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개최 등을 통해서 외형적인 모습도 어느 정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이 시기에 한국의 현대미술은 그때까지 전개되어왔던 미술대전을 비롯한 공모전 중심의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국내에서의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미술시장과 국제미술계의 트렌드라는 변수가 가미되면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현상들을 보여준다. 소위 미술 명문이라고 하는 대학출신이 아닌 작가들이 미술시장의 히어로로 등장하면서 작가로서의 성공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게 되었고 국내에서의 평가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인 평가를 지향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점점 더 시장의 영향력이 증가하게 되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에 의해 경제적 충격을 받기 전까지 10여 년 간의 한국의 미술계에서 주목받으며 성공한 작가의 상당수가 미술시장에서의 성과와 국제적인 활동의 결과로 자신을 알리는데 주목하였으며 이에 따라 이제까지의 국내에서의 공모전들이 미치던 영향력이 급격하게 위축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평행한 전개를 보여주었다. 작가들에게 명성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통로는 비엔날레나 이와 비슷한 도큐멘타, 무슨 무슨 프로젝트 등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국제적인 규모의 기획 행사였다. 이 과정에서 미술 저널리즘과 비평의 역할에 대해서는 양가적인 평가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우리 미술계가 이전에 비하여 활력과 의욕을 더욱 충전할 수 있었으며 그러한 활동의 결과가 조금씩 가시화되기도 하였다.

 

 영국과 한국 현대회화의 새로운 단면 

이번에 고양문화재단 아람누리에서 개최되는 전시에는 영국과 한국의 작가들이 이러한 시기의 미술계의 전개과정을 지나온 발자취를 어떻게 담고 있는가 하는 궁금증에 답하는 작품들을 보여주는 기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작가들의 경우 3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경력을 가진 작가들이 참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4-50대 작가들로서 1984년에 제정된 터너상을 경험한 세대의 작가들이며, 1994년에 집권한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의 젊은 영국 이미지 창출정책(Cool Britania)에 부응했던 yBA(young British Artists)들의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동시대의 작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작품들이 회화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작품의 내용에 있어서 1997년 로얄아카데미에서 열렸던 소위 yBA 작가들의 작품들에 비해서 자극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주며, 이런 의미에서 yBA 이후의 영국미술의 새로운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출품된 작품들 역시 지난 몇 년간에 제작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 작가들의 경우에는 미국, 독일, 영국에서 유학한 작가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1980년대와 1990년대의 한국미술계에서 일어난 현상들을 학습하거나 몸소 겪으면서 작업해 온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 역시 평면회화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양국의 미술이 어느 정도 균형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출품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한국 작가들의 출품작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하나로 묶어지지 않는 다양함을 증명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 현대미술에서 1980년대까지의 비교적 단순한 국내미술계의 역동이 1990년대부터 보다 복잡하고 다양하게 확대되면서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문제에서 주변 환경과 관련된 문제, 국제적 맥락에서의 의미 있는 이슈를 다룬다거나 국가 간, 지역 간의 비교문화 차원에서의 작업 등을 각자의 위치에서 수행해왔다는 것이 이번 전시에서도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출품하는 8명의 한국 작가들이 우리 현대미술을 대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으나 1990년대 이후 한 세대를 거쳐 오면서 한국현대미술의 현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작가들 가운데 일부로서 포함될 수 있는 작가들이며, 공공미술공간이나 미술시장 등에서 주목을 받아왔을 뿐 아니라 국내외의 미술 저널의 관심을 받는 작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통해서 한국과 영국 양국 간의 현대미술의 현황을 파악하고 그 현장에서 활발하게 미술 현장을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작가들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 하계훈(미술평론가)

*위 원고는 ‘페인팅 쇼’ 도록에 실린 하계훈 미술평론가의 전시 평론을 요약한 것 입니다.

 

 

 

 

         

INFO.

 

한영 현대미술 교류전 페인팅 쇼

 

 

기      간 : 7.5(수) ~ 9.24(일)

시      간 : 화~일 10:00am~6:00pm / 월요일 휴관

관 람 료 : 일반 6천원, 24세 이하 청소년 5천원

장      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문      의 : 1577-7766 / www.artgy.or.kr

 

참여 작가 :

멀린 카펜터(Merlin Carpenter), 스튜어트 컴벌랜드(Stuart Cumberland), 덱스터 달우드(Dexter Dalwood), 카예 도나치(Kaye Donachie), 마이클 풀러튼(Michael Fullerton), 실리아 햄튼(Celia Hempton), 닐 존스(Neal Jones), 모랙 케일(Morag Keil), 피오나 맥케이(Fiona Mackay), 루시 맥켄지(Lucy McKenzie), 던 멜러(Dawn Mellor), 앨런 마이클(Alan Michael), 마이클 심슨(Michael Simpson), 파드리그 티머니(Pádraig Timoney), 수 톰킨스(Sue Tompkins), 김을, 공성훈, 유근택, 정수진, 민성식, 정직성, 안지산, 김하영

 

+ 예매 바로가기

+ ‘페인팅 쇼’ 작가 소개 포스트 보기

+ 전시연계 상시 교육프로그램 정보 더보기

+ 전시 블로그 바로가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