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한 인생의 슬픔을 담은 드라마,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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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라 트라비아타>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만나다

<라 트라비아타>의 2막, 화려한 의상으로 치장한 비올레타는 진심을 다해 사랑했던 연인 알프레도로부터 더할 수 없는 모욕을 당하고 무너진다. 비올레타의 주변에 있던 파티의 참석자들은 병든 창부인 비올레타를 피해 뒤로 물러난다. 비올레타의 화려함 뒤편 은밀하게 숨어있던 상류사회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베르디 오페라의 사실주의를 살리려는 아흐노의 연출이 빛나는,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의 주제의식이 무대 위에 활짝 펼쳐진다.

 

 

익숙한 신파의 구조, 계급의 문제를 폭로하다

<라 트라비아타>의 이야기 구조는 익숙한 신파적 스토리의 흐름을 따른다. 비극적으로 끝나는 부잣집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허락 받지 못한 사랑 이야기는 대중매체의 소재로 흔하고도 친근하다. 하지만 대중적인 통속극의 얼굴을 한 <라 트라비아타>의 뒷면에는 상류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놓여있다. <라 트라비아타>는 대표적인 베리스모(*verismo, 이탈리아어로 진실주의, 사실주의라는 뜻) 오페라다. 왕실과 귀족, 신화적 존재들의 낭만적인 사랑을 다루는 식의 낭만주의에 대항하여 서민이나 하층계급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다루는 베리스모 오페라는 베르디에서 시작되어 푸치니로 이어지는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사실주의적인 경향성을 나타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이 ‘병든 매춘부’의 이야기이며, 그를 통해 드러나는 사회의 폭력성을 보여준다는 <라 트라비아타>의 연출 아흐노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흐노 연출의 <라 트라비아타>는 화려함의 장막 뒤에 가급적 숨겨왔던 계급문제와 그에 기인하는 내밀한 폭력성을 보여줌으로써 베리스모 오페라의 정통성을 살린다. 국립오페라단이 의도하는 바와 같이 베르디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시대적 배경의 복원은 작품의 현대성과도 연관이 있는데, 점점 더 내밀해지는 자본과 계급의 폭력성은 베르디의 시대와 오늘날의 시대가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상승과 하강이 교차하며 빚어지는 아이러니한 슬픔

비올레타의 비극적 삶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에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성이 있다. 비올레타는 화려한 외양과 공허한 내면을 동시에 간직하여 아이러니한 인생의 양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비올레타의 비통하고 비루한 최후는 화려함의 옷을 입고 나타나며, 가장 비참한 순간 찾아온 사랑의 환희 속에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작품은 상승의 순간 하강하고 하강의 순간 상승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이 상류층에 만연한 매매춘이라는 불편한 소재를 다뤘다는 이유로 발표 직후 외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 세계 관객으로부터 사랑 받게 된 이유는 인생의 보편적인 아이러니와 그로 인한 슬픔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생은 선물도 아니고 형벌도 아니라는 것, 기쁨은 슬픔의 고비를 넘겨야 찾아오고 슬픔은 기쁨의 그늘에 숨어 함께 찾아오는 것이라는 보편적인 진리가 비올레타를 통해 드러난다. 그 인생의 쓸쓸한 진실을 보여주는 비올레타의 빛나고도 슬픈 파국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라 트라비아타>의 빛나는 아리아,
알고 들으면 감동이 두 배

 

격정의 아리아 <아 그대였던가!>

베리스모 오페라의 아리아는 장식적이고 기교적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토로하는 격정적인 선율을 들려준다는 특징을 갖는다. 비올레타의 유명한 아리아 ‘아 그대였던가! 언제나 자유롭게 E’strano, sempre libera’에서는 극적인 감수성이 잘 드러난다. 폐병으로 죽어가는 비올레타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몸을 팔아 쌓은 부유함이다. 그런 그녀에게 알프레도의 순수한 사랑은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어막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빛나는 사랑 앞에서 그녀의 떳떳하지 못한 신분과 삶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 방어막이 무너지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꼈을 사랑 때문이고, 그런 이유로 느낄 수밖에 없는 혼란스러움은 아리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아리아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E’strano! E’strano!’ 즉, “이상해!” 라며 자신의 감정적 혼란을 드러내고 이어서 ‘Ah, fors’e lui’ “아, 그대였던가”라며 알프레도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서정적인 선율에 담아 토로한다. 마지막에 ‘sempre libera’는 이 모든 혼란과 불확실성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그 동안 살아온 것처럼 자유롭게 살겠다는 빠르고 화려한 노래를 선보인다. 이 모든 것이 레치타티보를 가교 삼아 하나의 곡처럼 연결되며 사랑과 현실 앞에서 갈등하는 비올레타의 내면을 한 편의 모놀로그처럼 보여준다. <라 트라비아타>의 현대적 변주라 할 수 있을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극중에서 <라 트라비아타>를 보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 역시 이 아리아가 울려 퍼질 때다.

 

전원적 서정성이 돋보이는
제르몽의
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

감정을 토로하는 격정적인 아리아 외에도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들을 수 있는 이탈리아 특유의 낙천주의와 전원적 서정성이 두드러지는 아리아들 또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라 트라비아타>에서 가장 사랑 받는 아리아 중 하나로 꼽히는 제르몽의 아리아 ‘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 Di provenza il mar il suol’는 그의 아들 알프레도에게 돌아올 것을 호소하는 내용을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선율에 담고 있다. 딸의 결혼을 위해 비올레타에게 모진 요구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인물인 제르몽은 <라 트라비아타>에서 드라마틱한 전개를 주도하는 인물이다. 주인공 연인이 제르몽에 의해 헤어지고 제르몽에 의해 다시 만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인물이기에 바리톤의 묵직한 소리로 격정에 넘치는 드라마의 무게추가 되어 중심을 잡는다. 이 아리아는 제르몽의 성격을 매우 잘 보여주는 아리아다. 그는 격정에 넘쳐 아들을 나무라거나 호소하기보다 조용히 호소하듯 타이르는 것이다.

 

끝나가는 인생에 대한 격정과 관조
<지난 나날들이여, 안녕>

3막의, 병색이 완연한 비올레타가 부르는 ‘지난 나날들이여, 안녕 Addio del passato’는 격정과 관조가 조화된 빼어난 아리아다. 죽음을 예감하며 비교적 담담히 부르는 이 아리아는 고요하고 깊은 연못에 이는 파문처럼 잔잔한 듯하면서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아리아는 절망의 레치타티보에 뒤따라 나오는데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내려놓는 듯한 비올레타의 체념에서 느껴지는 슬픔의 여운이 깊다. 아리아의 선율뿐만 아니라 절제되고 소박한 반주 또한 아름다워 보컬과의 어울림이 빼어난 곡이다.

 

이 밖에도 <라 트라비아타>에는 많은 아름다운 아리아 특히 중창으로 이루어진 곡들이 다수 있다. 독창과 중창, 합창으로 이어지는 드라마틱하고 웅장한 흐름이 돋보이는 곡들 때문에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활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유명한 축배의 노래 ‘Libiamo’로 시작되는 오페라가 아닌가! <라 트라비아타>의 많은 버전 중에서도 깊은 감정과 우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국립오페라단의 이번 아람극장 공연이 관객들에게 오래 기억되기를 바란다.

 

글. 남궁경(자유기고가)

 

 

         

INFO.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기      간 : 9.15(금) ~ 9.16(토)

시      간 : 금 7:30pm, 토 7:00pm

관 람 료 : 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4만원

(학생석 1만원, 각 등급별 100석 한정)

장      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문      의 :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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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디가 보여주고 싶었던 그대로의 동백꽃 여인] 포스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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