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미술 수업에서 예술가로 성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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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중심 예술 활성화 프로젝트 –.
.‘100인의 인터뷰’展 4기 워크숍 리뷰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예술이란 무엇일까. 오늘날, 청소년은 예술에 대해 물어볼 겨를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 내신과 입시가 세워 놓은 ‘경쟁구도’라는 커다란 벽이 청소년을 가둬놓았고, 학교에서는 점점 더 ‘미술수업’이 격리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기는 단순히 형형색색을 체험하는데서 벗어나 미술 재료를 탐구하고 예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며 자신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시기이다.

‘100인의 인터뷰’展 작가 연계 교육프로그램 <미래의 스타> 워크숍은 미술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작가의 지도하에 작품을 제작해보고 미술관에 전시 기회를 주고자 마련되었다. 말 그대로 학생들이 직접 ‘미래의 작가’가 되어 보는 것으로, 이번 워크숍은 ‘100인의 인터뷰’展 참여 작가 최선의 작품 ⌜모국어 회화⌟를 사전에 신청 받은 중‧고등학생과 함께 작업하였다. 과거 중학교 미술 선생님이었던 최선은 학생들이 경쟁구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작업하길 원하였고, ⌜모국어 회화⌟는 그의 뜻이 반영된 작품이다.

⌜모국어 회화⌟는 예술의 시작이 어렵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작은 웅얼거림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작고 부질없어 보이는 웅얼거림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독창적인 형태를 만들어보는 것. 작가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껌을 재료로 각자의 웅얼거림이 지닌 개성을 담아내었다. 한 명, 한 명의 이빨자국이 껌에 남아 점, 선, 면을 만들면 작가는 이를 캔버스에 확대하여 조형적 원리들로 재구성하였고, 껌이 하나의 추상화가 되는 동안 최선은 ‘여러분이 씹던 껌이에요’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마냥 어렵다고 생각했던 추상화와 신화화된 명작들이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재료를 통해서도 시작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껌이 작품이 되는 놀라운 경험’, ‘다른 사물로도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하던 학생들. 학교 수업과 또 다른 ‘즐거운’ 미술 시간이 되어준 4기 워크숍 <미래의 스타>가 아이들에게 어떤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주었는지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보고자 한다.

 

 

4기 워크숍 <미래의 스타>

1회 차  –   작가 소개와  ⌜모국어 회화⌟ 기초 작업 

첫 수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졌다. 1부에서는 작가 소개와 앞으로의 워크숍 진행계획에 대한 안내를 2부에서는 ⌜모국어 회화⌟의 기초가 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최선 작가와 작품 소개가 있었던 1부에서 학생들은 ‘언제부터 미술 작업을 해왔는지’, ‘한센병 환자와의 작품은 어떻게 작업한 건지’, ‘작업 때 껌은 어디에 뱉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었다. 첫 날의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도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부에서는 ⌜모국어 회화⌟의 기초 작업이 진행되었는데 학생들은 나누어준 껌을 씹으며 작가가 준비해 온 여러 점, 선, 면의 모양을 자유롭게 종이에 배치하는 작업을 해보았다. 스스로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과정이었다. 그 다음에는 각자가 씹고 있던 껌으로 직접 점, 선, 면을 만들어 보았는데, 한 번 뱉은 껌을 다시 씹어야 하는 과정에 처음엔 머뭇거리던 학생들도 한 명 두 명 용기 내 껌을 뱉기 시작하더니 곧 모두 껌을 뱉으며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이날 작가는 워크숍 마무리에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하나의 추상회화로 소개하며 비례와 균형 등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읽어내도록 도와주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추상회화를 하나씩 갖게 된 것이다.

 

2회 차  –   실제 작품 제작하기 : 초벌칠 

2회 차 수업은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실제 작품이 되는 거대한 캔버스에 초벌칠을 하였다. 최선은 지난 수업에 학생들이 껌으로 만들어낸 형태를 확대해 조형적으로 배치한 캔버스를 준비해왔다. 그리고 실제 작품을 제작하기에 앞서 사용할 재료를 소개했는데 단순히 물감, 붓, 캔버스라고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쓰임새와 그 재료를 선택한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아크릴 물감, 호분이 칠해진 면 캔버스, 동양 붓, 씹던 껌으로 그려진 형태가 주요 재료였다.

작가는 하나의 캔버스에 4명의 학생이 동시에 작업을 진행하는 만큼 서로 협동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걸 강조하였고,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니 마무리까지 관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그리는 법을 터득하기를 바랐다. 즉, ‘생각하며 그리기’를 시도해보자고 제안했고 학생들은 ‘씹던 껌을 그리는’ 사실에 재밌어 하였다.

3회 차  –   실제 작품 제작하기 : 완성 

3회 차 수업은 지난 시간 초벌한 작품을 덧칠하며 다듬고, 추가된 새 작품은 초벌칠을 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동양화 붓 대신 물감 조절이 쉽고 날렵하게 선을 뺄 수 있는 서양화 붓, 납작 붓을 사용하여 거칠게 마무리 되었던 초벌칠을 자세히 관찰하고 부족하거나 모난 부분엔 덧칠하였다. 작가는 학생들에게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 속에서도 계속해서 질문하기를 바랐다.

예를 들어 ‘왜, 검은색과 흰색을 사용했을까’라고 질문한다면, 현란한 색에 현혹되지 않고 분명하게 형태를 볼 수 있도록 단순한 색을 선택한 것이라는 답을 찾아볼 수 있고 이것이 작품에 어떤 의미를 더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확대된 껌을 통해 ‘확대, 확장, 과장’이 가져오는 시각적인 효과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작가는 학생들이 씹던 껌, 하찮은 것이 현란하게 변하며 느낄 수 있는 시각적 교란을 체험하게 해주었다. 작가와 학생들은 바닥에 펼쳐놓은 작품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했고 처음으로 완성해본 자신들의 거대한 캔버스 작품 사이에서 모두 웃음꽃이 피었다.

 

4회 차 –  작품 전시하기 

4회 차 수업은 워크숍을 마무리하고, 작품이 어떻게 전시되는지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작가는 캔버스가 전시장에 설치되는 과정을 차례로 보여주며, 캔버스가 펼쳐질 목재 프레임, 고무망치, 바이스와 타카 등 재료와 도구를 설명하고 시범을 보였다. 이어서 학생들은 프레임을 조립하는 것부터 캔버스를 고정하는 것까지 직접 체험해봤고 낯설고 새로운 도구를 신기해하며 사용했다. 작품을 완성한 작가와 학생들은 전시 공간으로 이동해 벽에 나란히 진열해 놓은 후, 다 같이 맞은편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 작품을 바라보았다. 여덟 작의 작품이 한 눈에 보여, 실내에서 보지 못 했던 부분들을 저마다 발견할 수 있었다. 작가와 학생들은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며 서로의 감상평을 나누었다.


다시 실내로 이동하여 작가는 학생들과 둥글게 모여 앉아 그동안의 작업 과정을 정리해주었다. 사용했던 재료, 기초 작업과 세심한 마감 등 하나 하나가 가지고 있던 의미를 되새겼다. 작가가 ‘여러분들이 아작 아작 씹어서 그린 그림’, ⌜모국어 회화⌟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언급하며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글. 김민선(시민중심 예술 활성화 프로젝트 보조강사)

 

 

<미래의 스타>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과 맨 뒤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최선 작가
 

 

         

INFO.

 

시민중심 예술 활성화 프로젝트

‘100인의 인터뷰

 

 

기 간 : 12.15(금) ~ 2018.3.25(일)

장 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및 기타 공간

문 의 : 1577-7766 / www.artgy.or.kr

 

참여 작가
김준, 안규철, 옥인콜렉티브, 이진준, 장지아, 최선, 카초 팔콘, 홍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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