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어린이박물관 특별 전시 – <즐거운 하루, 오늘!> “메이킹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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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하루, 오늘!> 작가와 만나다 

 

고양어린이박물관에서는 지난 6월 22일(목)부터 2018년 6월 24일(일)까지 이어지는 전시 <즐거운 하루, 오늘!>을 진행 중에 있다. 이번 전시는 국내 유수의 설치 미술 작가 권오상, 안규철, 하이브의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장이 되어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인의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시절, 어린이, 그리고 놀이에 대한 그들만의 고유한 생각과 경험, 예술적 철학 등을 작품에 녹여내어 독특한 형태와 구성을 지닌 작품들을 대중에 선보였다. 전시된 작품을 통해 활발하게 뛰놀며 체험하고 느끼는 형태의 새로운 예술적 방향성을 보여주고, 대중 친화적이고 진보적인 형태로 창조된 작품들을 통해 어린이는 물론 미술에 문외한 성인 관람객에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즐거운 하루, 오늘!>의 권오상, 안규철, 하이브 작가의 메이킹 스토리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다.

 

 

권오상 작가 》 플랫, 릴리프, 모빌

“제 작품들도 여러 가지 상상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하나의 장치로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Q. 작가님은 어떤 작품을 만드시고, 왜 예술가가 되고 싶었는지 말씀해주세요.

A. 저는 조각을 바탕으로 사진을 이용해 현대적인 어떤 조각물, 미술품을 만들고 있어요. 우연히도 제가 어렸을 때 만났던 것들이 무언가를 만드는 혹은 그리는 것에 관련되어 있었고 그러다가 미술 전시를 보게 되고, 예고에 진학도 하게 되면서 미술을 하는 사람들이 근사한 사람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었던 것 같아요.

 

Q.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품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A.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예술이라고 해서 간단하고 쉽게 접근하지는 않았어요. 이번 전시에는 기존에 있는 작품을 응용해 새로 제작한 작품들이 많은데요. 먼저 공간은 기존 어린이박물관에 있던 직사각형 큐브에 가까웠던 공간을 유기적으로 둥근 형태의 방으로 새롭게 꾸몄어요.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의 이미지들을 벽 곳곳에 배치하고, 들어가는 통로도 작품에 등장하는 요소가 되게 하고, 바깥으로 나 있는 창문도 작품에 등장하는 요소들로 창을 뚫어 만들었어요. 작품들은 벽에 붙은 릴리프 형식이 대거 등장했고요. 공간 중간에는 <뉴 스트럭쳐>라는 사진을 인화하여 판으로 만든 입체물이 설치되는데 그 작품들은 한쪽에서 보면 평면이지만 또 한쪽에서 보면 조각처럼 보이는 작품이에요. 이 작품들이 변형되어 천장에 <모빌>이라는 작품으로 달리게 되구요.

이 작품의 원천이 되는 작품 시리즈가 있어요. <더 플랫>이라는 잡지의 작품 시리즈 중 하나인데, 잡지에서 오린 사물들을 공간에 배치하고 그것을 대형 카메라로 찍은 작품이에요. 작품들이 현재는 2D, 즉 평면 이미지로 보이지만 전시장에서는 그것들이 화면에서 튀어나와서 공간에 배치되는 형식의 전시인 거죠. 한 쪽에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배치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어린이들이 체험해볼 수 있는 워크테이블을 준비했어요.

 

Q. 전시 주제가 예술놀이터에서 즐겁게 체험하는 것인데, 어린이들이 어떻게 예술을 놀이처럼 즐기고 경험할 수 있을까요?

A. 사실 현대미술은 어떤 뚜렷한 요점이나 의미를 갖고 있거나 교훈을 준다거나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죠. 이번 작품도 아이들의 다양한 상상력을 열어줄 수 있는 하나의 장치로서 봐주세요. 이 부분은 부모님들도 염두해 두어야 할 문제인데요. 현대미술은 뚜렷한 의미를 갖지 않는 편이 관객들에게 더 많은 상상력을 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요. 제 작품들도 어떤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눈높이 맞게 여러 가지 상상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하나의 장치로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Q. 예술 또는 이번 전시에 출품하는 작품을 한 단어로 포함한다면요?

A. 제가 만드는 세계는 현실의 세계이지만 어떻게 보면 현대인들이 접하는 가상의 세계와 많이 닮아 있어요. 벽에 칠해져 있는 핑크색도 그렇죠. 어떻게 보면 현실이지만 가상 같은, 가상이지만 현실 같은 그런 세계를 접하게 해주는 요소들이에요. 의성어로 표현한다면 ‘우와!’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안규철 작가 》 이중나선, 멈추는 시간

“예술교육이 놀이와 연결 됐을 때 아이들이 훨씬 더 다양한 감성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선생님 어떤 작품을 주로 작업을 하시고, 왜 예술가가 되고 싶으셨나요?

A. 저는 조각을 공부했는데, 보통 조각가들이 어떤 사람의 형상을 만들고 돌을 쪼아서 기념비를 만든다면 제가 하고 있는 조각은 약간 종류가 다른 조각이에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물건을 가져다가 그것을 일상과는 다른 상황 속에서 변화시켜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어요. 조각 작품에 많은 생각이 들어있는 만큼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그런 작업이에요.

예술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게 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올라와서였어요. 그 전까지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대학 진학도 인문계열의 평범한 학교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3이 되어서야 ‘과연 인생을 이렇게 살아도 될까?’ 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심각하게 해보게 된거죠. 그러면서 ‘내가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꼭 하고 싶은 게 뭘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미술이 좋겠다.’가 된 겁니다. 그 때부터 8개월여를 준비해 다행히도 미술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제 예술가로서의 시작은 평범한 삶에 대한 회의, ‘다른 길이 없을까?’ 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네요.

 

Q. 실제 예술 작품을 접하는 것이 어린이들의 삶에 왜 중요할까요?

A. 어린이들이 생각을 실천으로 까지 옮기지 못하는 이유가 아이들이 태어나 성장할 때까지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봐요. 경쟁사회 속에서 쳐지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부모들도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다그치는데 그렇게 획일적인 생활패턴 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경우 우리들이 잃어버리는 것들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이건 굉장히 심각한 결함이라고 생각되거든요.

독일의 대안학교인 발도르프라의 경우를 보면 상당히 많은 수업들이 자연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 놀고 거기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게끔 이루어져 있어요. 그런 교육이 결국은 훨씬 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을 만들 수 있어요. 아이들이 훨씬 더 많은 생각을 가지며 놀고 낯설고 신기한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하게끔 키우는 것. 이 친구들이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게 되는 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창의력과 감성적인 공감 능력, 남과의 소통의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중요한 거죠. 이걸 갖추지 못한 아이들이 커서 우리 사회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가서 그야말로 남과 공감하지도 못하고 감성적으로 메마른 상태에서 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되면 우리와 다른 교육을 받으며 다르게 성장해온 사람들과의 경쟁에서도 현저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을 거에요.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즐기고, 그 속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방식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기본이 예술교육과 예술적 체험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놀이와 연결됐을 때 아이들이 훨씬 더 다양한 감성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전시 주제가 예술을 놀이처럼 즐겁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건데요. 이번 작품 <이중나선>과 <머무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어린이 친구들이 더 즐겁게 놀이처럼 체험할 수 있을까요?

A. 우선 작품에서 나무공이 굴러가는 과정을 볼까요. 나무공을 굴리면 정해진 레일을 따라서 공이 굴러가는데, 일정한 궤도를 따라가요. 그냥 위에서 똑 떨어뜨리면 1초면 떨어지는 공이 그 레일 위를 구르면서 떨어지는 시간이 길게 늘어나죠.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있지만, 잠깐 멈춰서 공이 제대로 굴러가는지 끝까지 그 궤도를 따라서 굴러가는지 그냥 지켜보게 되요. 여기서 일상에 쭉 흘러가던 리듬이 잠깐 멈춰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잠시 멈춰서 공이 굴러가는 것과 중력에 의해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는 것, 이것이 어떤 놀이라고 했을 때 보통 아이들이 하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저 관찰하는 거거든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관찰하도록 하는 것. 그 일이 아주 단순하고 이미 예상되는 일이지만 집중해서 기다려보는 것. 그냥 잠시 멍하니 보냈던 시간들, 그 시간들 속에 일상 속 리듬의 중단, 이런 것들은 이미 놀이 속에 들어가 있었던 거에요.

또 이번 작품에는 흰 천으로 된 미로 같은 구조물을 보실 수 있는데요. 요새는 마당에 줄을 매고 이불을 널어 말리는 것이 드물죠. 아파트에 주로 살다 보니 마당에서 빨래를 말린다는 게 낯선 것이 되었는데,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대부분 그렇게 이불을 말렸었거든요. 햇볕이 아주 좋은 날 마당에 널려있는 흰 이불 천이 얼마나 흥미로운 놀이터였었는지, 이불 사이를 헤집고 뛰어다니며 햇볕의 그림자가 천에 비추면 그림자 놀이도 했던 그 기억이 인상적으로 남아 아이들에게도 꼭 한번 경험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흰 천 사이를 돌아다니며 아주 흥미로운 모험이자 경험이 될 거에요.

 

Q. 마지막으로 예술 또는 이번 작품을 한 단어로 또는 의성어로 표현한다면요?

A. 어려운 질문이네요.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왜?’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왜 이건 이래야 되지? 이것 말고 이것은 왜 안 되지?’ 같은 질문이요. ‘얘가 여기에 있던 게 어째서 여기에 와 있지?’와 같은 ‘어째서’라는 질문도 될 거구요. 아이들에게 딱 이런 질문이 던져지는 경험은 아니더라도 한마디로 ‘와~’ 라는 탄성 같은 것이 나오면 좋겠다 기대하면서 구상했어요.


 

하이브(한창민) 작가  》 콰르텟, 모먼트, 리프

“아이들이 본인의 생각을 보다 적극적이고 독창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유도를 해주는 게 예술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요.”

 

Q. 작가님은 어떤 작품을 만드시나요? 그리고 왜 예술가가 되고 싶으셨나요?

A. 작품을 만든다는 것 보다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얘기가 더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제작하고 설치하는 작업이란 것이 그 자체가 완성된 작품이 아니고, 그 작업을 수용하는 환경 또는 공간의 일부가 되고 그 공간에서 관객의 참여에 의해 작품이 완성되기를 바라는 형식을 추구하고 있어요. 제 그룹명인 하이브도 Hybrid Environment, 혼합형 환경을 의미하고 있구요.

딱히 직업적인 분류에서 예술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누구나 말하고자 또는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걸 다양한 미술 작업을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이번 전시의 <리프>, <모멘트>, <콰르텟>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A. <리프> 작업은 관객이 자신의 생각과 남이 쓴 글을 감상하며 그 글들을 서로 공유하게 되는 인트렉터 미디어 설치물이에요. 조형물 끝에 나와있는 잎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새로운 잎인데 그 잎이 떨어져 낙엽으로 쌓이게 되요. 어떻게 보면 계절지양적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아날로그적인 부분인거죠.

<모멘트>나 <콰르텟>은 제 작업의 연작으로, 연작의 큰 주제가 ‘셀프 아이덴티티’에요. 제가 전시를 하면서 느꼈던 건, 관객이 제일 몰입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지점이 결국 자기 자신이더라고요. 관객이 자기 자신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서 본인 스스로 교감을 하고 인트렉션을 주고 받을 때만큼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본인 자신을 연출하는 또 다른 방법, 현재의 시간과 흘러간 과거의 시간대의 자기 모습을 비교하면서 같은 자신이지만 그 둘의 교감을 유도하는 작업이에요.

<콰르텟>의 경우에는 분절되어 있는 시간대에서 과거의 자신과 소통한다고 하면, <모멘트>는 현재의 시간과 바로 직전의 시간이 서로 분리가 되는 거에요. 또 다른 소통의 표현 방식인거죠.

 

Q. 예술 작품을 아이들이 실제로 접하는 것이 아이들의 삶에 왜 중요할까요?

A. 어린 아이들에게는 예술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소리가 난다든가 그림이 있다든가 하는 감각을 자극하는 환경에서는 누구나 단편적이고 1차적인 감각을 뛰어넘는 공감각적인 경험을 하게 되기 마련인데,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게 예술이 아닐까 생각되거든요. 이런 예술을 경험함으로써 아이들이 본인의 생각을 보다 적극적이고 독창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유도를 해주는 게 예술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예술 또는 이번 작품을 한 단어로 는 의성어로 표현한다면?

A. 하나의 동작으로 표현한다면 ‘와~ 재미있다!’ 정도일 거에요. 이 정도로만 됐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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