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패자도 없는 결투, 협주곡의 세계

당신에게 이 위로가 닿기를
2017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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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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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송영훈의 러브레터 Love Letter 4 – 불멸의 사랑 

 

협주곡의 세계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어렵어렵다 하는 클래식 중에서 협주곡이라는 장르는 쉽게 들립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협주곡에는 대결이 있습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가 승리하는 아름다운 결투가 분명 그곳에는 존재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그곳에 명료한 줄거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장르의 주인공은 단연 독주자. 흔히 솔리스트라고도 하는 이들은 협주곡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홀로 덩그러니 놓여 진 작품에서 이야기가 진행될 리는 없습니다. 협주곡의 세계는 오케스트라가 등장하면서 명확해집니다. 오케스트라는 주인공이 이야기를 펼칠 세계를 담당합니다. 풍경이나, 줄거리의 길이, 서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면면 등, 협주곡은 오케스트라가 제공하는 정보에 기대 이야기를 시작하고 또 끝맺습니다.

바로크 협주곡 같은 경우는 독주자와 오케스트라만으로 연주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전이나 낭만 시대의 작품처럼 작품의 규모가 커진다면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해집니다. 바로 지휘자입니다. 그렇다면 지휘자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들은 조율을 담당합니다. 독주자의 템포에 오케스트라가 휘말리거나, 오케스트라가 독주자를 방해하는 상황을 막고 올바른 음악의 길로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을 인도하는 것이 지휘자의 일입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그리고 독주자가 협주곡 안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지를 안다면 협주곡 감상은 한결 쉬워집니다.

고양문화재단이 올해 준비한 네 번째이자 마지막 마티네콘서트인 <송영훈의 러브레터 Love Letter 4 – 불멸의 사랑>. 이 콘서트의 주인공은 협주곡입니다. 지휘자 성기선이 지휘하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피아니스트 박종훈, 그리고 첼리스트 송영훈이 각각 차이코프스키와 드보르작의 협주곡을 들려줄 이번 무대.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협주곡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드보르작 카니발 서곡 Op.92

훌륭한 갈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서서히 끓어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오케스트라는 훌륭한 예열을 위해 길지 않은 연주회용 서곡을 무대에 올립니다. 드보르작의 <카니발 서곡>은 그런 작품 중 하나입니다. <자연 속에서 Op.91>, <카니발 Op.92>, <오셀로 Op.93>으로 이어지는 연주회용 서곡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카니발 서곡>을 작곡할 때 드보르작은 자신이 나고 자란 농촌의 떠들썩함을 떠올리며 음표를 옮겨 적었습니다.


[Dvořák – Overture Carnival (Last Night of the Proms 2012)]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Op.23

피아노 박종훈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던 사람이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차이코프스키는 알고 싶었습니다. 한때 존경했지만 지금은 미움만 가득한 사람, 니콜라이 루빈슈타인은 작품을 순식간에 연주해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곡은 연주 불가능하네”

니콜라이 루빈슈타인은 작품이 너무 장황하고 기교적으로 어렵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정작 자신은 초견(악보를 보고 처음부터 바로 부르거나 연주할 수 있는 능력)으로 순식간에 작품을 연주했으면서 말입니다. 니콜라이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곡을 조금 고쳐온다면 연주할 수도 있을거야”

그 순간 차이코프스키는 단 한음도 고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악보를 보여주기 전에는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지만 이제 이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마음에 불멸의 걸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초연은 그 시대의 위대한 피아니스트인 한스 폰 뷜로가 맡았고 연주는 대성공을 거둡니다. 차이코프스키는 보란 듯이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작품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사실 니콜라이 루빈슈타인이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장 1악장만 해도 연주시간이 20분에 달하며 피아노 독주는 난관이라는 말이 적합할 정도로 난해했습니다. 게다가 한 악장 안에서 하고 싶은 말이 참으로 많은 것이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천재는 불합리함을 말이 되게 하는 사람. 차이코프스키가 그런 사람이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 (Mikhail Pletn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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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Op.104

첼로 송영훈

안토닌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첼로 협주곡의 역사를 넘어 모든 협주곡 역사에 길이 남을 대작을 드보르작은 남겼습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차이코프스키가 어렵게 얻은 명성을 그는 참 쉽게 얻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드보르작이 이 작품에서 손쉬운(?) 성취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지난한 작곡역사 덕분이었습니다. 특히 협주곡 작곡은 고난의 역사였습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피아노 협주곡 Op.33>입니다. 드보르작은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던 시절을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는 천생 현악기 연주자였지만 ‘무릇 작곡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피아노 협주곡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에 섣불리 작곡에 뛰어들었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절뚝거리는 듯 한 어색한 피아노 독주 부분이 나왔고 보다 못한 동료들은 작품의 개정을 위해 뛰어들었지만 작품은 어딘가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바이올린 협주곡 Op.53>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브람스의 동료이자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제프 요하임이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습니다. 그저 그런 연주자도 아닌 무려 요하임이 도움을 주니 예전 같은 실패는 더 이상 없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초고가 나왔고 요하임은 수정사항을 장황하게 나열했습니다. 드보르작은 악보를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출판사에서 딴죽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참다 못한 드보르작은 ‘더 이상의 수정은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그토록 열성적이던 요하임은 결국 초연을 맡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역사는 계속 이어집니다.

그런 그가 첼로를 독주 악기로 내세운 작품을 쓴다고 말할 때, 사람들은 ‘고난의 역사가 연장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첼로를 독주 악기로 한 협주곡을 쓰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요제프 하이든의 유명한 <첼로 협주곡>은 당시에는 전혀 알려진 작품이 아니었고 첼로가 포함된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과 바이올린과 첼로를 독주 악기로 세운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에서도 이 악기는 온전한 주인공은 아니었습니다. 첼로를 독주악기로 당당히 내세운 것은 루이지 보케리니와 카미유 생상스정도. 다시 말해 독주 악기 첼로가 있는 곳은 황무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드보르작은 첼로라는 악기로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습니다.

작곡가가 첼로 협주곡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1894년의 일, 작품은 이듬해인 1895년에 완성되었습니다. 거의 교향곡에 버금가는 거대한 규모인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에서 관현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 힘을 다해 울립니다. 거기에 맞서는 독주악기는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가야합니다. 물론 쉬어 갈 틈 따위는 없습니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이 그랬던 것처럼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은 작품을 제대로 소화해낸 사람을 위대하게 만들었습니다.
드보르작의 멘토이자 후에는 동료가 된 요하네스 브람스는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을 듣고 “첼로 협주곡이 이렇게 좋은 장르였다면 나도 제대로 써보았을 텐데”라는 말로 이 작품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실패의 역사는 그제 서야 막을 내렸고 첼로 연주자들은 그들이 자랑스러워 할 위대한 유산을 지금까지 기리고 있습니다.


[Dvorák – Concerto in B minor Op. 104 / Mstislav Rostropovich]

 

글. 윤무진(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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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하는 2017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송영훈의 러브레터 Love Letter 4 – 불멸의 사랑

 

 

일      시 : 12.21(목) 11:00am

장      소 :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

입 장 료 : 전석 2만원

대      상 : 초등학생 이상

문      의 :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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