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절망 속에서 삶의 이유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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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고양상주단체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신작 뮤지컬 <티케> 

 

누구든 살다보면 때로는 버틸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삶의 무게에 짓눌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 우리들은 삶의 이유를 찾아 헤매게 된다.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연말. 한 해 동안 더 나은 삶을 위해 온힘을 다해 달려왔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 혹은 더 나빠진 상황에 놓인 자신을 발견한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일 것이다. 12월 21일(목)부터 23(토)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티케>는 이처럼 절망에 빠진 우리들의 모습을 그린다. 삶의 한 지점에서 치유가 필요한 지금, <티케>가 삶 그 자체로의 행복, 삶의 이유를 이야기한다.

 

 

올 한해 극단 간다와 함께 다채롭게 물들었던 새라새극장

공연장은 무대 위에 펼쳐지는 공연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2017년 한 해 동안 새라새극장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며 관객들과 만나왔다. 그중 새라새극장에 ‘독특함’이란 색을 입혔던 공연들이 있었는데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와 함께했던 프로그램들을 꼽을 수 있다.

고양문화재단은 보다 다양하고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우수한 공연예술 단체를 선정해 콘텐츠를 교류하는 ‘고양상주단체 운영사업’을 진행하였는데 ‘간다’와 올해 4회의 프로그램을 계획, 매회 색다른 공연들을 선보여 왔다.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뮤지컬 <쿵짝> 공연장면 2컷과 연극<신인류의 백분토론>, 배우체험프로젝트  참가자단체 사진

지난 7월, 첫 번째 작품인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으로 기존의 공연 형식을 탈피, 토론이라는 콘셉트로 박진감 넘치는 공연을 선보였고, 10월에는 대한민국 대표 단편소설들과 추억의 노래들을 맛깔나게 버무려 신나는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쿵짝>을 선보였다. 보는 공연으로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연기를 해보는 색다른 프로젝트도 시도되었다. 9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배우체험 프로젝트 <오늘은 내가 무대 위 주인공>은 연극 <올모스트 메인>의 에피소드를 시민 10명이 참여, 직접 연기해 봄으로써 공연예술을 느끼는 기회를 마련했다. 뮤지컬 <티케>는 ‘간다’의 2017 상주단체 프로그램의 마지막 공연으로, 신작인 만큼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색다름으로 그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검증된 창작진의 신작, 진정성 있는 연기로 풀어내다

‘간다’의 2017 신작 뮤지컬 <티케>는 참여하는 제작진과 배우들만으로도 기대되는 작품이다.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마이 버킷리스트>의 최은이 작가, <운현궁 로맨스>, <바리>, <오늘 오늘이>의 손다혜 작곡가, ‘간다’의 대표작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를 비롯해 <나와 할아버지>, <올모스트 메인>의 민준호 연출가가 의기투합하여 제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감성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아올 이번 작품에는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 중인 양경원, 임철수, 오인하 배우의 출연으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티케>는 삶의 고통과 절망 속에서 실낱같은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파트너와 단 둘이 험준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선 수헌의 이야기를 그린다. 팍팍한 현실에 많은 사람들이 타고난 재능과 환경을 탓하며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 생명이 있다는 자체를 가치 있게 인정하고, 살 이유를 찾는 것은 왠지 사치스런 사고로 치부되기도 한다. 현실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아 헤매던 이들이 이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향하는 곳, 바로 산이다. 민준호 연출은 “사람들이 산을 타고, 산을 오르며, 몸으로 가치를 되찾아 간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또 ‘사서 고생한다.’는 말처럼 산의 혹독한 환경에 힘들어 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위해 산을 타는 것일 수 있다.”며 수헌이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선 이유를 설명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있는 생명답게 재인식하는 과정은 마치 갓난아기로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경험이다. 수헌은 다시 태어나고자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그 자신은 모르지만 우리는 그런 수헌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만난 운명의 여신 티케

 ‘플루토를 안고있는 티케’ 조각상 – 기원후 2세기, 로마시대, 헬레니즘 양식

두 명의 등반가가 서로의 몸을 묶는 안자일렌(Anseilen) 등반법으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던 중 눈폭풍을 맞게 되면서 후배와 함께 낭떠러지에 매달리게 된 수헌. 자신을 지탱하는 후배를 살리기 위해 나이프로 로프를 자르면서 수헌은 홀로 빙벽틈새인 크레바스로 추락한다. 다행히 크레바스 중턱에 만들어진 테라스 얼음에 추락하면서 목숨은 부지했지만, 극심한 추위와 부상으로 인해 지상으로 오르려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죽음을 기다리게 된다.

모든 걸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리던 순간, 그에게 죽은 아버지와 형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10년 전 사망한 형 이헌과 수헌을 억지로라도 산악인으로 키우려 했던 아버지의 환상이 에베레스트 등정보다 지난했던 그의 과거사를 들춰낸다. 그에게 아픈 상처와 잊고 싶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가족들. 가족을 잊기 위해 찾아왔던 고행의 등반에서 그의 고통과 상처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수헌은 그 안에서 다시 삶의 이유를 찾아 헤맨다. 행운 혹은 운명의 여신 ‘티케’는 우연한 순간 우리들을 찾아온다고 한다. 수헌에게는 그 우연한 순간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순간일까? 그렇다면 ‘티케’는 수헌에게 어떤 운명의 손을 내밀까?

수헌의 상처가, 그가 겪어내는 아픔들은 단순히 수헌 개인의 사정이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기에 무언가를 극복하고 회복해야 하는 순간에 만나기에 <티케>는 더없이 좋은 공연이 될 것이다.

 

 

새로움을 배달하는 창작집단 간다

‘간다’ 작품은 ‘간다스럽다’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독특함이 있다. 민준호 연출은 “간다는 창작집단”이라며 “창작을 하는 것이 우리의 의미이자 할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낯선 창작극이지만 그들의 작품들은 결코 어렵지 않다. ‘간다’의 작품 <나와 할아버지>는 희곡작가인 준희와 할아버지가 함께 할아버지의 은인을 찾는 이야기이고, <유도소년>은 유도하는 소년 경찬이 첫사랑과 라이벌을 만나 성장한다는 이야기의 연극이다. ‘간다’의 작품들은 이런 식이다. 제목은 곧 이야기의 요약본이고, 주제는 또렷해 어렵지 않다. 간략할 간(簡)에 다양할 다(多). 여기에 ‘go’의 의미를 담고 간략하고 좋은 공연, 다양한 형식의 공연 배달을 하는 곳이 바로 극단 ‘간다’이다.

그들이 새롭게 만들어낸 작품 <티케>. 그 안에 담겨있을 새롭지만 너무 익숙한 우리들의 이야기, 12월 새라새극장에서 만나보자.

 

글. 한고은(객원기자)

 

 

         

INFO.

 

뮤지컬 <티케>

 

 

기      간 : 12.21(목) ~ 12.23(토)

시      간 : 목,금 8:00pm / 토 2:00pm, 6:00pm

장      소 :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입 장 료 : 전석 2만원

문      의 : 1577-7766 / www.artg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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