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에 발신하는 아트시그널 Vol.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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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3주차 고양문화재단 뉴스레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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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 Answ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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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나의 에피파니로 걸어 들어가는 산행 |
글_김수연(작가/장지영 작품집 ‘젊은 산책자들’ 나레이터)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림과 독서를 사랑한다. 가끔씩 글을 쓰면서 철학적인 감상에 젖어 드는 것이 취미다. |
그림 앞에 서서는, 그림을 계속 들여다보았을 때 느껴지는 것은 분명히 ‘나’에 관한 느낌이다. 화가 나름의 이야기와 영감이 있어서 어떤 작품을 완성하였더라도, 결국 나에게로 전해지는 작품의 감동은 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나의 어떠했던 한순간으로 나를 끌어가지 못했던 그림은 그 그림을 좋아하는 것에서 그쳤고, 어떤 그림이 나에게로 들어온다면 그것은 내가 그 그림을 사랑하는 길이 되었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선, 꽤 자주 글을 위해 그림 앞을 서성거렸다. 그림이 필요했다. 그림은 나를 나의 순간으로 이동시켜준다. 그림 속에서 쉬기도 하고, 달리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나를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행로를 열어주는 작품들이다. ‘장지영’ 작품집의 나레이터 제안을 받았을 때 매우 반가웠다. 그의 작품은 내게 길을 내어준다. 그림 속 인물에게로 향하는 길 말이다. 장지영 작가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린다. 사람에게는 늘 수수께끼부터 가지는 편이라, 그가 그린 인물 앞에서 저 사람이 내가 보았던 사람인가, 나의 친구였던가 싶다가도 결국 내 머리를 스치는 건 나의 모습이다. 결국 이해하게 되는 것은 나의 모습이라, 내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이 부족한 사람인가 싶다가도 그 모든 순간에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했음을 깨닫는다. |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사근거리며 머리칼을 간질였다. 아들은 아침에 마신 레몬에이드와 좋아하는 슈퍼히어로를 이야기하는 데 신이 나 있었다. 레몬의 신맛을 싫어하고, 히어로물은 비현실적이어서 관심이 없던 그녀는 아침 모래사장 위에서 사랑하는 게 두 가지 더 늘었다.”
Femme et enfant qui se reposent, 휴식을 취하는 여인과 아이, oil on canvas, 73x91cm, 2019 장지영 작품집 ‘젊은 산책자들’ 中 |
장지영 작가의 그림을 갖고서 글 작업을 할 땐 나를 지금의 나로 있게 해준, 내 삶에 영향력을 주었던 인물들이 대부분 소환되었던 것 같다.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들, 그들에게서 느꼈던 행복과 기쁨과 함께 만든 즐거운 순간들, 애정의 순간들, 그리고 소중했기에 그만큼 아팠던 따끔거리는 시간들까지. 모든 순간을 겪었던 내 모습이 그의 작품 속에 담겨있었다. 작업을 할 즈음, 사랑을 했고 오랜 친구와 헤어졌고 그리고 나의 일을 새로 시작했다. 처음 겪어야 하는 가슴 벅찬, 혹은 그저 벅찬 상황 속에서 감정에 못 이겨 써 내려갔던 나의 메모들이 그림 속에 하나씩 날아들었다. 작품의 나레이팅을 위해 잠시 멈춰 설 필요가 있었다. 멈춰 서서 나의 길을, 내가 걸어왔고 그래서 지나왔다고 생각했던 나의 길을 다시 걸어야만 했다. |
“우리 선은 친절함으로 그어놓도록 해요. 풍선껌 불 듯 쉽게, 시답잖은 얘기를 원한 것처럼,
어느새 기분이 풀려있겠죠.” Passant, 지나가는 사람 oil on canvas, 73x61cm, 2019 장지영 작품집 ‘젊은 산책자들’ 中 |
그가 빠져들게 한 곳에서 희미했던 나의 시간들이 생동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고 있는 여인은 희망이 엎드렸던 나의 아침을 생각나게 했고, 머뭇거리며 서 있는 여인은 두근거리는 심박이 잡고 있는 입술을 움직여야만 했던 오후를 떠오르게 했다. 잘 지내고 계신다는 할아버지의 음성이 차가웠던 내 하루에 꽃을 피웠던 어느 저녁 또한 그의 그림 속에 존재했다. 그림 속에 서 있는 주인공들은 감상자와 시선을 마주 보지 않는다. 대부분 측면을 보거나 혹은 뒷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시선 처리는 조금 더 사적인 감상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그림 속 인물과 마주 보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를 마음껏 상상할 수 있었고, 그를 이해하려다 보니 결국은 그가 불러오는 나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
“그동안 견뎌 온 무게가 발밑으로 쏟아지는 것 같았어.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진득한 발자욱이 묻어나는 듯했지만 개의치 않았지. 앞으로는 가볍게 걷고 싶었거든." Passant 지나가는 사람, Oil on canvas, 100x80cm, 2019 장지영 작품집 ‘젊은 산책자들’ 中 |
작가는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느낀 자신의 감상을 기록했을 것이다. 잔상으로 남은 시간들 속에서 기억나는 인물을 붙잡았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사랑, 감정에 대한 사랑, 순간에 대한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화면은 온통 인물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던 거리의 것들은 인물의 시간에 함께한다. 작가가 짧은 찰나에, 걸어가는 이의 기분과 그의 하루를 함께 느끼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작품이다. 장지영 작가는 보통의 순간을 추억하고 싶다고 했다. 나에게 보통의 순간은 가장 어렵다. 사랑, 실망, 분노, 회한, 기쁨이 서로에게 감정에 관한 서로의 지분을 양보할 때 가능해진다. 그런 보통의 순간을 그림으로 선물한다는 것. 너무 큰 상처도 너무 큰 기쁨도 없이 그대의 시간을 걸어보라는 작가의 마음이 아닐까. 사람들은 *에피파니(epiphany)를 원할 때가 있다. 일상 속에서 불현듯 큰 깨달음을 얻는 경험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나도 그랬다. 에피파니를 경험하고 내게 현저한 변화가 찾아온다면 나의 삶이 확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가끔 그러한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너무나 평범한 시간 속에 찾아들었던 에피파니는, 그 성찰 속에서 시작된 새로운 삶에서 망각되었다. 사람들이 예술을 찾는 이유는 잊어버렸던 에피파니의 순간을 무의식적으로 다시금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림은 그 순간을 시각적으로 현현하고, 글은 그 순간을 문장으로 묘사한다. 시각적으로 표현된 세계를 문자(文字)로써 적어 내려가는 작업은 꽤나 자유롭지만, 매우 모호하다. 채색된 감정을 풀어헤쳐 딱딱한 글자 속에 넣어야 한다. 그리고 글자들은 줄을 지어 다시금 감정을 물들여야 한다. 꽤나 긴 시간 동안 장지영 작가의 그림 앞에서 글을 썼다. 그가 채색한 인물의 시간을 느끼고, 그의 붓질을 따라 플롯을 짜내러 갔다. 그 이야기에는 나의 시간이 녹아들었고, 나와 함께 했던 이들을 풀어냈다. 작가는 내가 걸어온 평범한 추억을 다시 걷게 해주었고, 평범함은 생각보다 특별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장지영 작품의 나레이팅 작업은 잊고 있던 나의 에피파니 속을 걸어 들어가는 산행과도 같았다. 쉽지 않았지만,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다. 나의 식대로 풀어헤친 그림 이야기에 동감해준 작가님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에피파니(epiphany) : 신의 존재가 현세에 드러난다는 뜻으로 1월 6일 주현절을 의미하면서, 문학적으로는 일상적인 순간에 갑자기 경험하는 감각 혹은 통찰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
이번주 Talk❗️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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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A 산책하듯 거닐며 바라본 예술가의 일상은 익숙한 풍경이지만 낯설고 아름답기도 합니다. 어제와 다르지 않는 오늘이지만, 산책자가 되어 예술가의 공간을 산책해 보세요. ✨ | |
편집자 A 같은 작품을 본 나는 어떤 기억을, 누군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될까요? 이번 주 어울림미술관에서 김수연 작가가 본 장지영 작가의 작품을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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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알아볼까요❓ | |
[고양작가초대전 옆집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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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몇가지, 아아- 8월 3주차
1분 리포팅을 시작합니다! ✋ 늦은 저녁 돗자리를 들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2022 고양 돗자리영화제가 진행 중입니다. 여름밤, 고양영상미디어센터에서 영화를 통해 감동과 소통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 영화제 자세히보기 ✋ 고양문화재단 시민모니터링단을 금주 18일(목)까지 모집하고 있습니다! 생활문화 거점공간 모니터링 등 다양한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이니, 생활문화에 관심 있는 고양시민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모집공고 보기 ✋ “서고, 보고, 걷고! 안전한 우리 도시, 함께 만들어요!” 고양어린이박물관 1층에 [어린이 교통안전 체험존]이 조성됐습니다! 교통안전 퀴즈도 풀고, 레고 경찰들과 사진도 찍고, 경찰 싸이카도 타보며 어린이 경찰이 되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 체험존 둘러보기 이상입니다. 폭우가 계속되고 있어요, 모두 안전에 유의하시고 이번 주도 즐거운 한주 되세요 ✨ |
이번 주,
체크해 두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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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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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주차에도 유익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내용으로 찾아올게요! 8월 24일에 메일함에서 다시 만나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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