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이후의 예술경험
‘감상자’를 넘어선 ‘예술적 파트너’
이러한 점은 공연 현장에서 공연을 마친 후, 진행된 교감의 시간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연출가와 작가, 배우들이 모두 함께 어린 관객들과 질문하고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공연 후 이루어지는 ‘관객과의 대화’는 대부분 관객이 공연을 보고 궁금한 점을 공연팀에 질문하고 답을 들으며, 공연감상의 이해를 더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오늘도 바람> 종료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쌍방향의 소통이 이루어졌다. 이영숙 연출가는 관객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마지막 시리의 대사인 ‘이제 숨지마’가 무슨 뜻일까요? 여러분이 이후의 장면을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 것 같아요? <오늘도 바람>의 연출자라면?”
“혹시 바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나요?”
“만약 이 작품을 극장에서 공연한다면, 어떤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보면 좋겠어요?”
“제주 방언 등 혹시 모르는 말은 없었나요?”
– 이영숙 (극단 ‘올리브와 찐콩’ 대표)
질문을 받은 어린 관객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피력했다. 어린 관객들도 알고 있을 터였다. 창작자의 이러한 질문이 단지 공연감상을 묻고자 함이 아니라, 이후 이어질 창작 작업을 위해 자신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공연팀을 향한 관객들의 질문 중에는, 물론 작품 내용과 관련한 것들도 있었지만, “저희랑 했던 워크숍이 도움이 많이 되었나요?”라는 물음도 있었다. 연출가가 어떤 점이 워크숍 결과가 투영된 것 같은지를 되묻자, “팽나무 장면이요. 그리고 동굴 장면도요”라고 명확히 자신들이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바를 말하는 모습이었다.
예술가와 아동청소년이 함께한 이러한 창작과정은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예술교육’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술가 혹은 예술교육가가 아동청소년을 어떻게, 어떤 관계로 만나야 하는가? 예술가와 아동청소년이 (교육자-학습자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예술언어를 매개로 만나고 소통하고 경험을 이룰 때, 그 안에서 발견과 배움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예술교육’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아동청소년을 가르침을 받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한 빛깔을 가진 존재로서, 예술경험의 주체로서 인식하는 일이다.
고양문화재단의 이 흥미롭고 의미 있는 작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고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리뷰를 마친다.
고양문화재단 ‘지역연계 레퍼토리 개발사업’을 통해 스토리씨어터 <오늘도 바람>을 함께 창작한 백양초등학교 6학년 1반 학생들과 극단 ‘올리브와 찐콩’ 배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