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베토벤 여행'

2015 마티네콘서트 2 – 봄, 금빛바람
2015년 5월 5일
고양시민문화예술학교 여름특강 _ 접수중입니다~!
2015년 6월 1일
02015년 5월 5일

영원한 거장 베토벤의 새로운 면모를 찾아 떠난다!
베토벤 여행’

 지난 4월 7일, 세계적 권위의 영국 ‘BBC 뮤직 매거진 어워드’는 지난해 리뷰한 1,500여 음반 가운데 최고의 평점을 받은 200여 앨범을 대상으로 총 10개 부문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녹음한 작곡가 진은숙의 음반이 국내 단체 최초로 ‘프리미어’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 시상식의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에는 같은 시상식의 ‘협주곡’ 부문 수상자인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와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MCO)의 ‘베토벤 여행’ 두번째 음반이 선정되었습니다.

지금 이순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이들이 5월 12일 아람누리를 찾아 지난 4년간의 베토벤 여행기를 들려줍니다.

 

글. 양창섭/음악 칼럼니스트

 

40대에 접어든 최정상 피아니스트의 뒤늦은 베토벤 탐구

1970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나 약 25년 동안 정상의 무대에서 활동해 온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Leif Ove Andsnes)의 프로필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EMI에서 20여 년간 녹음한 30여 장의 음반들은 그라모폰, BBC 뮤직매거진, 디아파종, 에코 클라시크 등 전 세계 클래식 음악매체로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그와 협연했던 지휘자나 오케스트라를 일일이 거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한 시즌에 안스네스를 다섯 번 이상 무대에 세우면서 그의 음악 세계를 집중 조명했던 런던 바비컨 센터의 아티스트 프로필(Artist Profile) 공연,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 피아니스트(Pianist in Residence) 시리즈, 뉴욕 카네기홀의 퍼스펙티브 시리즈(Perspective Series) 등은 세계 최고의 악단과 공연장들이 그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여줍니다.

 

29_01안스네스의 레퍼토리는 방대하지만 음악가들이 밀린 숙제 하듯이 녹음이나 연주를 해치우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음악을 좋아하고 이해한다는 생각, 선배들의 수많은 녹음과 다른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안스네스가 이전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나 협주곡을 연주해 본 적이 없을 리는 만무합니다. (실제로 오래 전 내한공연에서 베토벤 소나타 32번을 연주한 적도 있지요.) 그럼에도 그는 베토벤의 음악에 관해 자신이 무언가 특별한 것을 느껴보진 못했기에 레코딩을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 동안의 디스코그라피를 살펴보면 하이든과 모차르트부터, 슈베르트와 쇼팽, 슈만과 그리그,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와 쇼스타코비치를 거쳐, 쿠르탁과 쇠렌센까지 광범위하지만, 주요 작곡가 중에 베토벤과 차이콥스키만은 빠져 있었습니다. “어릴 때 모차르트에서는 편안함을 느꼈지만 베토벤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고백입니다.

계기는 우연히 찾아 왔습니다. 그는 연주 차 방문한 브라질 어느 호텔의 엘리베이터에서 흘러 나오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을 들었다고 합니다. 바렌보임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음악가들은 흔히 ‘뮤작(Muzak)’이라고 부르는 공공장소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혐오하기 마련입니다. 듣고 싶지 않은 사람도 억지로 들어야 하는 음악, 엘리베이터나 공항 라운지 같은 곳에서 스쳐 지나가듯 소비되는 음악을 좋아할 리가 없지요.

안스네스도 처음에는 거의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호텔에 계속 머무르면서, 그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이 이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드디어 베토벤이 그의 마음속에 들어온 것이지요. 마침 2011년 EMI와 오랜 음반 계약이 끝나고 소니와 손을 잡은 그에게는 당연히 베토벤 프로젝트가 예정되었습니다.

29_02한편 1997년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창단한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2003년부터 다니엘 하딩을 음악감독으로 맞았고 이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들은 2011년 다니엘 하딩을 종신 명예지휘자로 추대한 대신 빈 자리를 채울 음악감독이나 수석 지휘자를 뽑지 않았습니다.

45명 규모의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기본으로 하고, 레퍼토리에 따라 소규모 실내악부터 대규모 오케스트라까지 변모하는 데에다, 한 공연장에서 상주하지 않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사실상의 투어 오케스트라임을 감안해 객원 지휘자 체제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신 그들은 ‘예술적 동반자(Artistic Partner)’라는 이름으로 안스네스를 받아 들이고 그의 베토벤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베토벤 여행(The Beethoven Journey)’. 안스네스는 이 거창한 제목에 대해, 베토벤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안스네스 자신의 ‘개인적 여행’이자 4년간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지리적 여행’이라고 설명합니다.

 

피아노 협연과 지휘를 동시에- 일체감이 더욱 빛나는 연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과 ‘합창환상곡(Choral Fantasy)’을 녹음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독특하게도 지휘자가 없습니다. 안스네스가 지휘까지 맡았기 때문이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음반은 무척 많지만 피아니스트가 지휘를 겸하는 음반은 드문 편입니다. 비교적 편성이 작은 1, 2번 협주곡은 그래도 게자 안다, 프리드리히 굴다, 크리스티앙 지메르만 등이 지휘를 겸하고 있지만 5번 협주곡으로 가면 그들도 지휘자를 별도로 필요로 하게 되고, 단지 다니엘 바렌보임,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루돌프 부흐빈더 등 극소수만이 지휘를 겸하면서 피아노 연주를 들려줍니다.

지휘자가 없는 경우 단점은 명확합니다. 피아니스트가 본연의 연주에 집중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곡이 모차르트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오케스트라는 피아니스트가 연주하고 있을 때에는 제 스스로 알아서 연주해야 합니다. 반면 장점도 있습니다. 지휘자와 피아니스트가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언젠가 글렌 굴드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을 공연하기 직전에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관객들 앞에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협주곡에서 누가 보스입니까. 독주자입니까? 지휘자입니까?” 리허설 도중에 굴드와 음악 해석을 놓고 벌어진 견해 차이를 솔직히 토로한 것입니다. 이렇듯 둘의 관계는 곡의 해석을 두고 문제를 종종 일으키는데, 혼자서 둘 다 맡게 되면 그럴 일이 없어집니다. 곧, 연주 전체의 일관성이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안스네스는 “앉아서 다음에 연주할 때까지 기다리는” 식으로 베토벤을 연주하고 싶진 않았다며,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기에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거의 필연적인 파트너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베토벤 협주곡을 연주하기에 적절한 기본 규모를 갖추고 있고, 실내악적 마인드를 기반으로 음악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2012_05_Bre_FtM22

피아노에서 일어나 지휘하고 있는 안스네스와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지난 4년간의 대장정에 쏟아진 언론의 찬사와 음악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

이렇게 해서 그들은 함께 2012년 1번과 3번, 이듬해 2번과 4번, 지난해 5번과 ‘합창환상곡’을 녹음하였고 중간중간 연주를 함께했으며, 올해에는 이를 총결산하는 투어를 전 세계에서 펼치고 있습니다. 고양아람누리에서의 공연은 이 월드투어의 일환입니다.

필자가 어설프게 이 음반들을 평하는 것보다는 외국에서의 평가를 알려 드리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첫 음반(1번과 3번)은 <그라모폰>의 ‘이달의 음반’에 선정되었고 <BBC 뮤직매거진>에서 별 다섯 만점을 받았습니다. 2번과 4번 음반 역시 <텔레그라프>의 조프 노리스로부터 “예술적 진실성, 지성과 음악적 통찰력의 랜드마크”라는 평가와 함께 별 다섯 만점을 받았네요.

그리고 지난 4월 7일 발표된 <BBC 뮤직 매거진 어워드>에서 ‘협주곡 부문’ 수상과 함께 “올해의 앨범”에 선정되었지요. 5번과 ‘합창환상곡’이 담긴 마지막 음반에 대해 <뉴욕 타임즈>의 평론가 안토니 토마시니는 “안스네스는 통찰력있는 지휘자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했고, <그라모폰>은 “할말은 하나뿐이다. 가서 사라.” 라는 다소 과격한 추천을 했습니다. <뉴욕 타임즈> 등의 실연에 대한 리뷰도 음반평처럼 훌륭합니다.

부연하자면 안스네스는 지난 3년여 동안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와는 물론이고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LA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지휘자가 있는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도 매번 베토벤 협주곡을 연주했습니다.

독주회에서도 대부분의 경우 베토벤 소나타가 전부 또는 일부를 차지했습니다. 저 역시 지난해 런던 바비컨센터에서 베토벤 소나타로만 이루어진 그의 리사이틀을 보았습니다. 그가 지난 몇 년간 얼마나 베토벤의 세계에 몰입해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29_03지금 이순간, 전세계에서 가장 핫한 이들의 연주가 펼쳐진다!

오는 5월 12일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안스네스와 말러 체임버는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과 제5번 ‘황제’를 연주합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의 하나인 5번 협주곡 ‘황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부연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저는 안스네스의 ‘베토벤 여행’ 음반을 들으면서 특별히 1번 협주곡이 좋아졌습니다.

앞에서 말한, 안스네스가 지휘와 피아노 모두를 맡으면서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원래 한 몸인 것처럼 해석의 일관성을 획득한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아람음악당의 풍윤하고도 정확한 전달력을 가진 음향 역시 이들의 연주를 더욱 빛내줄 것입니다.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베토벤 여행’

일시: 5.12(화) 8:00pm
장소: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하이든홀)
대상: 초등학생 이상
입장료: VIP석 14만원, R석 11만원, S석 8만원, A석 5만원, B석 3만원
문의·예매: 1577-7766 [예매페이지 바로가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